고도 비만자 위 수술하면 당뇨 좋아질까

국내 연구진이 고도비만수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후 당뇨 호전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혈당 개선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에게 다른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겨 주목된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김용진 교수팀은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3년간 고도비만으로 위 우회술을 받은 환자 403명 중 수술 전 당뇨로 진단된 환자 102명의 수술 전후 경과를 분석했다. 이들의 수술 전 평균 체중은 101kg, 평균 당뇨 치료기간은 4.6년이었다. 이들 중 70%는 먹는 약이나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었다.

수술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당뇨가 호전된 환자는 62%(당화혈색소 7.7±1.5에서 5.6±0.5로 감소)였다. 나머지 38%의 환자도 미국당뇨협회 기준인 당화혈색소 6.5 미만엔 못 미쳤지만, 혈당이 개선(당화혈색소 8.6±1.6에서 7.1±0.8로 감소)됐다.

학계에서는 위 우회술을 받으면 체중이 줄면서 당뇨도 자연스럽게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이라 호르몬이 균형을 되찾으면서 인슐린 기능이 향상됐기 때문인데, 수술 후 어느 정도 당뇨가 개선될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은 지금까지 없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수술 결과를 토대로 통계학적 분석 방법을 사용해 당뇨 호전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당뇨의 호전을 예측할 수 있는 기존 인자 중 불확실한 인자인 유병기간(Duration)을 뺐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비만 치료를 시작하면서 당뇨를 인지해 정확한 유병기간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잔여췌장기능(C-peptide),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인슐린 사용여부(Insulin use)등 확실한 3가지 인자를 발견해 도식화함으로써 환자의 호전 정도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김 교수는 “이 모델은 수술 후 단순히 당뇨가 어느 정도 좋아진다는 점을 떠나 어떤 요인들이 수술 후 당뇨 호전에 도움을 주는지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특히 고도비만수술 후 당뇨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되지 않는 환자에겐 의료진이 변형된 치료방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잔여췌장기능이 2.6 미만이거나, 인슐린을 사용하고 있다면 비만치료를 목적으로 소장을 짧게 남기는 위우회술 대신 당뇨치료를 위해 하부소장을 길게 남기는 축소위우회술을 시행하는 등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모델화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 모델은 의료진이 수술 전 환자를 올바르게 평가함으로써 수술 후 당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의 이번 연구논문은 고도비만수술 분야의 권위지인 ‘Obesity Surgery’ 7월호에 실렸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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