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기에 목 멍울… 젊은 여성 ‘기쿠치병’ 주의

 

직장여성인 김모(36)씨는 최근 심한 스트레스로 몸살기가 나자 휴가를 내고 며칠 쉬었다. 그래도 증상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고, 목에 멍울까지 생겨 결국 병원을 찾았다. 혹시 갑상선암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김씨에게는 급성림프절염을 일으키는 ‘기쿠치병’이라는 생소한 진단이 내려졌다.

림프절염의 증상 중 하나는 임파선이 붓는 것이다.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한데, 기쿠치병이나 결핵균이 림프절을 붓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림프절염은 20-30대 가임기 동양 여성에서 흔히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에서 림프절염 환자 수는 연간 60만명이 넘는데, 가임기 여성이 전체의 22%를 차지한다.

지난 1972년 일본인 의사 기쿠치가 의학계에 최초로 보고한 기쿠치병은 조직구 괴사성 림프절염으로도 불린다. 30세 이하 젊은 동양인에게 많이 생기는 병으로 알려졌다. 발병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헤르페스바이러스, 엡스타인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감염 후 발생한다. 발열과 피로감, 관절통이 주로 나타나며, 발진과 야간발한, 구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보통 1달 안에 호전되지만, 몇 달씩 지속하기도 한다.

림프절염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결핵균이다. 결핵성림프절염에 걸리면 통증 없는 멍울이 천천히 커지면서 미열을 동반할 때가 많다. 폐결핵을 동반할 수 있어 이에 대한 검사도 필요하다. 조직검사로 확진되면 항결핵제를 6개월 이상 먹어야 한다. 치료를 받지 않고 내버려두면 염증이 심해져 피부에서 고름이 나오기도 하고 다른 장기로 퍼질 수도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결핵균은 우리 몸 어디든 침범할 수 있어서 결핵성뇌수막염, 골수염, 심낭염 등으로 진행되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결핵균이 중요 장기들을 침범하기 전에 조기에 치료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했다.

림프절이 비대해지면 악성 종양인지도 감별해야 한다. 암세포가 림프계를 통해 전이되기 때문에 림프절 비대 부위와 암이 자리한 곳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목에 림프절염이 생기면 두경부암, 쇄골 부분의 림프절이 부었으면 폐암이나 식도암, 복강내암을 의심할 수 있다. 겨드랑이 림프절이 비대하면 유방암, 서혜부 림프절 비대가 있으면 자궁경부암, 대장암, 난소암 등을 확인해야 한다.

림프계 자체의 악성 종양인 림프종일 가능성도 있다. 악성 종양에 의한 림프절 비대 증상은 2cm 이상의 단단한 멍울이 한 달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경우다. 피부괴사가 동반되면 압통이나 발열을 동반하지 않을 때가 많다. 노인이나 흡연자는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필수다.

이 교수는 “단일 림프절 내에 기쿠치병과 갑상선유두암이 공존하는 환자도 진료한 적 있었다”며 “두 가지 이상 질환이 공존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림프절염의 원인이 여러 가지이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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