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은 왜 스스로도 고립을 택할까

 

고즈넉한 시골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은 있어도 괴괴한 무인도에서 적막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고립된 상황은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외로운 감정이 싫으면서 왜 사회로부터 격리되려 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한 주된 학설은 사교기술의 부족과 관련이 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적 기술이 부족해 점점 고립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제시된 새로운 이론은 이러한 기존 학설을 반박한다. 외로운 사람도 사교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인성ㆍ사회심리학회보(Journal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논문을 발표한 미국 프랭클린 앤 마샬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외로운 사람들은 사교기술이 부족해 고립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러한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사회적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고립되는 것이다. 사회적 압박감에 큰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학생 8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사회성을 테스트하는 검사를 진행했다.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24명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사진 속 인물의 감정을 파악하도록 한 것이다. 사진 속에는 분노, 두려움, 행복, 슬픔 등의 얼굴 표정이 담겨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의 절반에게 이 테스트는 사교기술을 평가하는 검사라고 공지했다. 그리고 점수가 낮을수록 사교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머지 절반에게는 이러한 정보 없이 테스트를 받도록 했다. 테스트를 진행하기에 앞서서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이 현재 외로운 상태인지를 평가하기 위한 설문조사다.

실험 결과, 사교성을 평가하는 검사라는 정보를 받은 집단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학생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사전 정보 없이 테스트를 받은 집단은 오히려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얻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기 위한 단서 찾기에 집중한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다는 열망이 이러한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얼굴표정을 읽거나 목소리를 해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사회성’이라는 맥락 안에 있으면 이러한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는 부담감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거나 과도한 예측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두 번째 실험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앞서 진행한 사회성 평가 테스트를 받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 음료에 카페인이 들어있다고 공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다. 또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음료에 든 카페인 탓이라고 설명했다.

실험결과,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첫 번째 실험과 점수 차이가 없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점수가 향상됐다. 카페인이라는 핑계거리가 생기면서 사회적 압박감이 줄어든 것이다. 즉 외로운 사람은 사교기술이 부족해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 부족과 불안감 때문에 위축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신의 사교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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