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현혹 광고 난무… 수상한 ‘병원 찾기 앱’

 

“얼굴이 작아지는 비밀! 매직 이마축소 50% 할인”

“○○○○ 성형외과 7월 한정 이벤트, 눈 성형 50만원”

’병원 찾기 상비 앱(Application)’을 표방하는 한 스마트폰 앱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의 시술과 진료비 할인을 알리는 광고 일색이다. 시술 전후 사진은 기본이고, 앱 회원에게만 최대 800만원인 물방울 가슴성형을 반값에 가까운 500만원으로 할인해주겠다는 식의 광고들로 넘쳐난다. 이 앱이 관심을 끌자 또 다른 모바일 앱은 아예 사진 세 장만 찍어서 보내면 유명 성형외과 수십 곳으로부터 견적을 내주는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역시 각 성형외과의 할인 이벤트를 ‘시술 커머스’라는 카테고리에서 안내하고, 시술후기도 공개해 콕 집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미용·피부·성형 시술을 부추기는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병원 의사 찾기 앱인 A는 이 바람을 이끌고 있다. A 앱은 월 평균 매출이 수 백 만원에 불과했지만 Y사에 인수된 뒤 계열사들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면서 1억 원대에 육박하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익 증가의 중심에는 이벤트 광고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A 앱을 비롯해 이벤트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회사들을 ‘우수 벤처’ 기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들 광고행위가 명백히 불법이며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적정진료가 이뤄지기 힘든 과대·과장광고가 대중교통, 온라인 쇼핑몰 등의 광고 규제를 피해 스마트폰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지적이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시술 전후를 비교하는 사진 광고와 치료경험담, 치료효과 보장 등을 실어도 불법이다.

의료계에서는 스마트폰 어플의 이벤트 광고가 ‘풍선 효과’라고 진단하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모임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조수영 홍보이사는 “모바일 앱의 이벤트 광고 노출은 환자를 유혹하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환자 안전을 위한) 정부의 의료광고 규제 범위가 오프라인이나 소셜 커머스 등으로 확대되니까 풍선효과로 모바일 앱에서 불법 의료광고가 횡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1년 소셜 커머스를 통해 진료비 할인 등 병원 이벤트가 난무하자 보건당국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업체가 수수료를 받고 할인된 의료쿠폰이나 시술권을 공동 판매한 행위를 환자 유인으로 본 것이다. 의료법 개정안은 영화관이나 지하철 역사에서의 성형수술 대중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물론,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수단의 내부광고도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벤트 광고가 스마트폰 어플로 넘어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어플 업체들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료비 할인과 시술 전후 사진을 담은 병원 이벤트 광고들을 모아서 보여주고 있지만, 광고 노출의 통로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것. A앱 측은 SNS를 통해 “병원별 이벤트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방식은 불법이 아닌 것으로 확인해 진행하고 있다”며 “비급여 진료과목의 가격공개 서비스의 일환으로 생각해주면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환자에게 병원 선택권을 주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인재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료법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어플은 적법하지만 국내 환자를 유치하는 스마트폰의 이벤트는 명백히 불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팀 김병덕 부국장은 “(모바일 앱이) 광고의 심의대상이 아니라 업무 범위는 아니지만, 내용상 광고 금지 조항이 포함되면 법규 위반에 해당한다”면서도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질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불법적 행위가 많아 논의 중이나 규제하기엔 광범위한 면이 있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저가 경쟁의 의료질의 저하로 이어져 환자의 피해사례로 직결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L 성형외과 원장은 “불법 유인, 알선행위가 결국 미용성형을 망설이는 환자들의 수요를 창출하고 공장형 수술, 미숙련 의사 또는 섀도 닥터의 수술, 함량 부족 시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또 J 성형외과 원장은 “공장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병원에서는 환자가 경험이 쌓인 전문의에게 제대로 수술을 받기가 곤란하다”면서 “미숙련 의사의 연습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모바일 앱이 특정 페이지만 광고공간으로 제공하고, 광고의 주체가 의료기관이면 형태상으로는 가능하다”고 했다. 광고 주체가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환자를 병원에 소개해주면서 수수료를 받거나, 시술비의 일부를 돌려받는 뚜렷한 불법 행위가 없다면 제재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한 병원마케팅 전문가는 “모바일 앱 업체가 병원과 환자 소개로 돈을 주고받더라도 객관적 근거가 될 금융기록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울법무법인의 신현호 대표변호사는 “의사나 병원이 주체가 돼 의학적 사실 이내에서 광고하고 이벤트 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상규에 부합한다고 봐서 병원 광고 유인, 알선으로 보지 않은 판결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복지부가 단속에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법원에서도 병원이 명백히 덤핑을 하거나 자기병원의 고정가격을 위반할 때 또는 할인을 명기하거나 보건소 신고 가격과 달리 치료비를 받으면 불법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들 어플은 불법으로 보이며 피해사례가 접수되면 검찰이 기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IT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어플 업체가 단순히 소개만 해주고 있다고 하지만 이벤트 광고 대행수익으로 먹고사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보건당국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한다. 의료정보 회사 S대표는 “우리 회사도 병원 이벤트 연결을 수익모델로 검토했지만 불법이어서 포기했다”면서 “불법인 회사만 돈을 버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윤명 기획처장은 “어떤 의료광고든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면 사전 심의대상이 아니어도 반드시 행정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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