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환자? 까칠한 의사는 설 곳이 없다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의사의 경쟁력을 더해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시 되면서 의대에서도 서둘러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실험적인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이는 소비수준이 높아진 환자를 대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치열해지는 서비스경영환경 속에서 전문인으로서 필요한 소통능력을 키우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다.

여기에는 감성에 휩쓸리지 않도록 이성을 강조하던 기존의 교육문화에서 인간미 있는 의사로서 철학과 사상을 확고히 하는 학문으로 인문학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소통의 기본 스킬을 익히고 공감능력을 배가 시켜 보다 나은 의사로서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데 인문학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의사로서 진료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로서 업무 수행능력을 높이기 위한 리더십, 팀워크와 고객지향적 마인드와 관련된 과목들도 의사의 학습영역으로 흡수됐다. 병에 대해 해박하고 치료만 잘하는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의사들의 자성의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환자에 대해 배우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의사들까지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동참하고 있다. 환자에게 더 다가가지 않으면 고객을 잃고 고객을 잃다 보면 결국 자신의 자리마저 잃는 다는 것을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비로소 의사들은 환자에게 필요한 니즈(Needs)를 알아내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제대로 된 환자만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에 그림책을 이용하고, 극도의 공포감을 경험하는 환자에게 위로와 안정감을 주기 위해 장치(Device)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유치하고 단순해도 환자에게는 통했다. 최첨단 의료기술을 가진 의사에게 환자는 여전히아날로그식 감성을 기대한다. 환자에게 교육의 명목으로 호통치고 엄숙함으로 권위를 지키려는 의사에게 더 이상의 자신의 아픈 몸을 맡기지 않는다.

환자는 아프다는 말 한마디를 내 뱉고 의사의 표정을 읽는다. 짧은 대면에서 안타까운 공감을 표하는 의사에게 환자의 답답함을 이해하는 인간미와 더불어 전문가로서 준비된 신뢰감을 느낀다. 의사의 표현이 구체적이고 길수록 환자는 의사와 깊은 교감을 나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료커뮤니케이션은 그렇게 단순하지만 큰 효력을 갖는다.

정확히 말해 의료커뮤니케이션은 환자의 정확한 진술과 그것을 활용한 의사의 진단과 치료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환자에게 있어서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는 의사의 공감력에 안정감을 찾는데 있다.

의사의 치료 실력보다도 우선하는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공감능력과 감탄능력이다. 표준화된 의료시스템에서는 환자의 말에 반응하는 의사의 감탄사, 사소한 동정과 진심 어린 공감이 커다란 서비스 경쟁력을 갖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통을 원하고 교감을 원하는 시장의 요구도 역시 높아졌다. 환자와 대화의 눈높이를 맞추고, 보다 감성적인 부분에 대한 자극이 필요했던 환자들은 공감하고 위로하는 의사에게 열광했다. 시설과 규모에 집중했던 병원을 외면하고 오롯이 환자 자신에게 집중한 의사의 능력을 더 높이 샀다.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의 커뮤니케이션은 치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논문에서 증명된바 있다. 그러나 의사도 환자도 서로가 여유 없는 대화에 길들여져 짧은 진료시간에 대한 중압감만을 불평불만으로 삼아왔다.

의사들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많은 환자들을 봐야 하는 보험제도는 바뀌지 않았고, 예전만큼 의사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환자는 시대가 변해도 의사들은 권위를 버리지 못하고 까칠하기는 마찬가지라 말한다. 시간이 갈수록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시각차이는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몇 천원의 진료비를 지불한다고 해도 환자들은 자신의 소비권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함을 알고 있다. 이에 환자의 고통스런 생활을 이해하고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의사에게 환자가 신뢰의 로열티를 주는 것은 서비스시장에서 당연한 결과이다.

의사들은 많아졌고 환자들은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됐지만 의사들은 10년 전 배웠던 방식으로 별다른 자극 없이 진료에 임하고 있다. 의료계는 예전보다 적어진 환자수와 예전만 못한 수익 때문에 직원 수를 줄이고 규모를 조정해 가면서 생존 대안을 찾는데 급급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까다로워지는 소비패턴은 읽지 못한 채 말이다.

오늘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의 얼굴을 살피길 바란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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