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사람들 시공간 분야선 특출한 능력

글자를 인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난독증’은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전반적인 지능지수와 큰 연관이 없다. 난독증을 ‘특수학습장애’로 분류하는 이유다. 특수학습장애는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언어나 수리 영역 등에서 극심한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다.

그런데 난독증이 있으면 시각능력과 관련된 특정 영역에서는 오히려 뛰어난 능력을 보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술이나 건축처럼 시공간 능력을 발휘하는 분야에서 난독증 환자가 종종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투즐라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난독증이 있는 9~11세 사이 아동 40명(소년 19명, 소녀 21명)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다. 대조그룹으로 동일 연령대의 난독증이 없는 아동 40명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몇 가지 시각 관련 검사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Rey-Osterrieth’라고 불리는 도형 검사도 포함된다. 이 테스트는 여러 도형과 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추상적인 그림을 보고 그대로 모방해서 그리는 것이다.

기하학적인 모형을 보고 이를 똑같이 그려내는 이 테스트에서는 난독증이 있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좋지 못한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또 다른 테스트에서는 난독증 그룹이 오히려 좋은 점수를 얻었다. 종이접기 테스트에서 난독증 아이들이 대조그룹 아이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 테스트는 구멍이 뚫린 종이를 접어놓은 그림을 보고, 해당 그림을 펼쳤을 때 구멍이 어느 곳으로 위치하게 될지 찾는 것이다.

난독증이 있는 아이들이 오히려 일반 아이들보다 종이접기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난독증과 시공간 능력 사이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관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출한 능력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지만 이러한 연구가 지속되면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심리학저널 ‘커런트 사이컬러지(Current Psychology)’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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