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말씀처럼… 내 모든 성과는 협력의 산물”

와이드 인터뷰 / 한광협 연대의대 교수 (간학회 이사장)

간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한광협(61) 연세대 의대 교수는 “모든 일이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성경 구절(로마서 8:28)을 늘 되새기고 있다. 그의 이름에 들어 있는 ‘협(協)’도 ‘화합할 협’이다. 간 연구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여러 차례 일궈냈지만 그의 지론은 항상 ‘협업’이다.

한광협 교수가 최근 연대 의대 내과학교실 주임교수와 대한간학회 이사장을 동시에 맡아 굵직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팀워크의 산물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연대 의대의 내과학교실사(460페이지) 출간과 간 센터 개소를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대한간학회의 ‘The Liver Week 2015’ 행사, ‘간 되찾기 캠페인’ 등을 주도했다.

“제가 생각해도 올 상반기에는 유난히 일이 많았어요. 선후배들이 도와주셔서 좋은 결실을 이뤄낸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팀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The Liver Week 2015’ 학술대회(6월 18~20일, 부산 벡스코)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연기한 게 아쉽죠?

“그렇습니다. 메르스가 국내에 확산되자 일본, 대만 등 외국 학자들의 절반 정도가 참가를 취소하더군요. 학회 임원들도 연기 건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고심 끝에 결정했습니다.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등 연관 학회와 의논해 오는 9월초쯤 다시 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 교과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고등학교 『진로와 직업』 교과서에 양준혁(야구), 손석희(언론) 씨 등과 함께 멘토로 소개됐지요?

“출판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어떤 기준에 의해 선정됐는지 모르지만, 저보다 휼륭한 분들이 많은데… 의외였습니다. 학생들의 진로를 안내하는 일을 맡아 영광스럽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검인정 교과서 전문 출판사 씨마스 관계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사를 토대로 직업 로드맵 16개 분야를 정한 후, 자기 영역에서 성과가 뛰어나고 학생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을 정해 추천했다”고 말했다.

“간혹 고등학생들이 저를 찾아와요. 최근에도 부산에서 여고생 몇 명이 서울까지 올라와 진로상담을 요청하더군요. 의사를 지망하는 서클의 학생들이었는데 같이 식사를 하며 직업 선택에 대해 얘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 연대 의대 간 센터의 센터장을 맡아 지난 5월 센터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지요?

“간 센터 역시 협업이 중심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간 센터를 통해 암 분야뿐만 아니라 비암 분야의 간질환에 대해서도 최적의 진단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간 센터는 소화기내과, 간담췌외과, 이식외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합니다.”

한광협 교수가 중심이 된 세브란스병원 간 전문팀은 2003년 국내 최초 간암조기진단클리닉을 개설했고, 1999년에는 세계최초로 홀미움치료, 방사선항암약물 동시치료를 개발해 간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다학제’하면 부인이신 성진실 교수(연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와의 협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한 교수는 난치성 간암환자를 위해 최초로 개발한 ‘국소적방사선항암동시요법’ 등 여러 분야에서 성진실 교수와 합작품을 일궈냈다)

“어떤 분은 ‘부부만큼 완벽한 팀을 만들 수 없다’면서 부러워하더군요. 좋은 팀이 되려면 부부관계도 좋아야 되지 않겠어요? 성 교수는 같은 길을 가는 학문적 파트너이기도 입니다. 성교수는 내년 7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대한간암학회장으로 선출돼 앞으로 제가 잘 모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 요즘은 같은 직업을 가진 부부가 흔한데,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걸로 압니다. 외조는 어떻게 하셨어요?

“저는 딸 둘인데, 모두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사회활동을 원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성들은 육아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자기 전공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요. 저는 ‘힘들더라도 전문직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꾸준히 해줬어요. 아내도 그 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로 참고 이해하면서 잘 이겨냈어요.”

– 부부가 같이 사회활동을 하는 후배들에게 도움말을 주시죠.

“여성들이 그만한 위치에 올 때까지 사회에서 투자한 것 아닙니까? 여성 본인도 가정에 대한 책임도 있지만 사회에 대한 책임도 느껴야 한다고 봅니다. 결혼한 여성들이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이해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내년 4월에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간학회 학술대회(싱글 토픽 컨퍼런스)가 열리는데 조직위원장을 맡으셨죠?

“예, 단일 주제 심포지엄입니다. ‘간 경변 합병증 예방 및 치료’에 관한 학술대회죠. 간 학회 이사장 임기는 오는 11월말로 끝나지만 조직위원장으로서 봉사할 예정입니다.”

– 최근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의 130주년 기념행사를 놓고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간의 뿌리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5월 연대 의대 내과학교실사(1885-2015)를 출간했는데, 제중원 논쟁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서울대 의대가 제중원 130년의 의미를 부각해준 것은 고맙죠. 서울대에서 그런 역사적 논쟁을 제기하지 않았으면 관심들이 없었을 것입니다. 저희도 최근 내과학교실사를 펴내면서 1885년 서양 선교사들의 인술로 시작된 세브란스 내과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제중원 130년 역사를 놓고 서울대와 불필요한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희는 제중원 130년사는 의료선교의 역사라고 보고 있습니다. 선교를 통해 우리나라에 의료를 접목하면서 국내 최초의 서구식 의료기관인 세브란스병원과 의과대학이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 의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제가 1979년에 의사면허를 취득했으니까, 올해로 36년째 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먼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오늘 이 자리까지 올 거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수련의 당시 많이 부족해서 당시 내과학교실 주임교수셨던 최흥재 교수님께 질책도 많이 받았어요. 주임교수나 학회 책임자가 된 것은 예상 밖이지요. 다 주위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 이사장으로서 대한간학회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다.

“전임 이사장님들이 학회를 잘 이끌어 오신 덕분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대한간학회의 총무, 재무, 학술이사 등 주요 임원을 지낸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간 학회 관계자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저의 지론인 ‘서로 협력해서 일한다’는 방침 아래 연관 학회와의 공조를 이끌어 낸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대한간학회는 지난해부터 ‘소중한 간 되찾기’ 캠페인을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캠페인은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간질환을 무료로 검진하고, 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의료계에서는 이 캠페인이 대중들의 간 질환 이해도를 높이고 예방 및 치료, 정기 검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정립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저는 학창시절 몸이 허약해서 콤플렉스가 많았어요. 그래서 꾸준히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해왔는데 15년 전 허리디스크를 앓은 후 본격적으로 헬스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주 2~3회씩 해온 것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먹는 것을 절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결국 건강에 대한 관심과 절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 간질환 치료의 권위자로서 간 건강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간 질환은 예방과 조기 진단이 가능한 병입니다. 평소 지산의 간에 관심을 갖고 바로 알면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이지만 병이 너무 깊어지면 치료하기 힘듭니다. 다행히도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의 좋은 치료제가 있고 간암 치료 신약도 나와 과거에 비해서는 치료 여건이 좋은 편입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간학회 이사장과 내과학교실 주임교수 임기를 마치면 몽골 등의 의료문제를 도와주고 싶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어려울 때 미국 등에서 많이 도와줬잖아요? 지금도 몽골에서 온 의사들을 간학회 회원들이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연대 간 센터를 통해서도 중국이나 파키스탄, 필리핀 의사들과 교류하고 있는데, 더욱 활성화시키고 싶습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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