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으려고 전자담배 피는데… 더 해롭다?

올해 초 국내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전자담배와 스누스(무연담배) 등 기존 연초담배를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담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 달 평균 10만원이 넘는 담뱃값 부담과 금연구역 확대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흡연자들이 연초담배의 대안으로 새로운 형태의 담배에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연초담배보다 유해하다는 기사들이 대거 보도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포름알데히드 함유량이 10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도됐다. 하지만 이후 논문결과가 극단적이고 부정확하다는 정정보도가 이어져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전자담배에 대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전자담배 역시 새로운 형태의 담배라는 점에서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해롭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이 적지 않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2015 글로벌 니코틴 포럼(Global Forum of Nicotine)’에서도 이러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노르웨이 약물·알코올 연구소 토드 F 베도이 박사는 지난 5일 포럼 발표장에서 1994~2008년 노르웨이 담배 사용량 감소에 관한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코카인 사용량은 늘어난 반면, 담배 사용량은 줄어든 점에 주목하며 담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는 전자담배와 스누스를 꼽았다. 담배 사용량이 감소하는 동안 스누스 사용량은 증가했다는 점에서 그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담배는 진짜 담배보다 덜 유해할까. 이에 대한 연구결과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영국 담배회사 ‘임페리얼 토바코 리미티드’에서 과학규제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존 프리처드는 불연성 담배에 노출됐을 때 인체가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을 흡수하는지 실험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좁은 공간의 회의실에서 실험참가자들에게 마음껏 니코틴 제품을 이용하도록 한 결과, 불연성 담배를 사용했을 때 실내 공기 청정도는 안전한 수준을 유지했다. 프로필렌 글리세롤, 아세트알데히드 등의 독성물질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청정도 기준에서 안전한 수치를 보였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한 연구결과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도별 스누스 및 담배 소비량과 사망률 사이의 연관관계를 확인한 실험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1940년 이후 흡연가의 상당수가 담배에서 스누스로 니코틴 흡입 방식을 바꿨다. 또 이러한 변화로 스웨덴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낮은 조기사망률을 보이게 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1943년부터 5년 단위로 1953년, 1958년 흡연자들의 코호트(통계상 인자를 공유하는 집단)를 확인해본 결과, 담배 사용량과 암 발병률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1943년에는 첫 니코틴 제품을 담배로 사용한 비율이 55%, 스누스가 8%였던 반면, 1958년에는 담배가 38%, 스누스가 22%로 바뀌었다. 담배 사용 인구는 줄어든 반면, 스누스 사용 인구는 늘어났다. 또 이 기간 동안 폐암 발병률이 줄어들었다. 담배 사용량의 감소, 스누스 사용량의 증가, 폐암 발병률의 감소 사이에 연관성을 보인 것이다.

니코틴 포럼 측의 전반적인 입장도 이와 같다. “니코틴과 담배를 똑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축액을 수증기로 만들어 흡입하는 기기로 연소과정이 없기 때문에 담배보다 발암물질 등이 적을 확률이 높고, 저온에서 살균한 파우더 형태로 잇몸에 얹어두는 스누스(무연담배) 역시 덜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스누스는 티백 형태의 담배가루로, 입속에 넣고 빨면서 니코틴을 흡입하는 형태다. 연초담배보다 구강암 발생위험률은 높지만 폐암 등 일반 궐련담배 흡연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 위험률은 낮췄다는 보고가 있다.

국내에서는 니코틴과 발암물질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니코틴 포럼에 참석한 학자들에 따르면 니코틴은 발암물질이 아니다. 니코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독성이다. 니코틴 자체가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즉 니코틴이 담배의 유해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 포럼 측 주장이다.

또 술이나 커피를 기호식품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니코틴 제품 역시 개인의 기호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담배에 든 발암물질은 문제가 되지만 보다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면 기호에 따라 니코틴을 흡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적은 불연성 제품들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전자담배산업무역연합(ECITA)의 케서린 데블린은 “니코틴도 안전하게 사용하면 문제가 될 것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미국 듀크 금연센터 제드 로즈 교수도 “매년 48만 명이 담배로 숨지고 있다. 결코 한 순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불연성 담배는 폐까지 전달되지 않아 담배로 인한 사망 혹은 질병을 감소시키는 방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첫 니코틴 제품으로 스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담배로 인한 질병 발생률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담배와 스누스를 이중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스누스를 사용하면 자연히 담배를 이용하는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전자담배와 니코틴의 유해한 측면을 강조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한 뇌 과학자는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이 같은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그는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전자담배가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또 실질적으로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니코틴 포럼 측은 불연성 니코틴 제품의 상대적 안전성을 고려해 담배규제정책을 정비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니코틴 자체를 건강에 유해한 물질로 정의하는 인식에 대한 변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건강 증진, 흡연자의 흡연권 존중, 새로운 형태의 담배에 대한 유해성 및 안전성 등을 점검하고 이에 적합한 정책과 규제를 정립해야 공중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니코틴과 새로운 형태의 담배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명확한 정책 기준과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폴란드, 바르샤바]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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