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가 죄인인가… 말부터 곱게 쓰자”

 

메르스 사태로 익숙해진 대표적 용어가 ‘00번 환자’다. 방역당국과 미디어가 메르스 확진 순서에 따라 환자에 번호를 매겨 부르면서 어느새 일상용어가 됐다. 하지만 환자를 객체로 보고 사물화하는 이 같은 용어는 비인간적일뿐더러 알게 모르게 불쾌감과 위화감을 줄 수 있다. 슈퍼전파자라는 용어 역시 환자를 감염덩어리로 낙인찍어 환자와 그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서울시가 메르스와 관련된 비인간적인 용어를 순화시키기 위한 캠페인에 나섰다. 불쾌감을 주거나 부정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배려하고 서로 존중하는 표현으로 쉽게 개선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00번 환자는 00번째 확진 환자, 슈퍼전파자는 다수전파 환자로 바로잡았다.

무단이탈자는 임의이탈 시민, 격리조치는 외출제한조치, 격리해제자는 일상복귀 시민, 일대일 모니터링은 일대일 밀착보호상담, 24시간 이송전담반은 24시간 이송보호팀, 메르스 신고전화는 메르스 상담전화, 메르스 행동요령은 메르스 행동지침으로 바로잡고, 코호트격리와 음압병실 등 어려운 용어는 각각 병동보호격리, 감염차단저압력병실로 병기하도록 했다.

이번 ‘메르스 용어 바로잡기’ 캠페인은 집단지성 재능기부 그룹인 서울 크리에이터즈 싱크가 제안했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와 전문의, 국어학자, 언론인 등의 자문과 검수를 거쳤다. 캠페인에 싱커로 참여한 윤보경씨는 “현재 언론보도나 일반적으로 접하는 용어들이 경직된 느낌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같다”며 “이 캠페인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는 보도자료와 각종 공문서, 회의자료 등에 순화된 메르스 용어를 우선 사용할 계획이다. 또 언론사 공동캠페인과 서울시 홈페이지, 온란인 뉴스 및 SNS 등을 통홰 순화어를 확산해 나가는 한편,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에도 건의할 예정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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