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때처럼 왜 못했나… 메르스 몇 주 더 갈듯

익숙하지 않아 예상하지 못했고, 의심하지도 못했다. 우리나라 일부 병원의 부실한 응급실 체계를 비롯해 특정한 관습과 관행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변이를 일으키지 않은, 중동에서 유행한 것과 비슷한 메르스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빠르게 널리 번진 원인을 평가한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의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과 WHO의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9일부터 진행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WHO 사무차장인 후쿠다 게이지 공동단장은 “발생 초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대부분의 한국 의료진들이 이 질병에 익숙하지 않았던 게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이 메르스에 감염된) 요인이 됐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몇 가지 우리사회의 특수성도 원인으로 꼽혔다. 후쿠다 게이지 공동단장은 도떼기시장과 같은 응급실과 다인 병실 시스템, 의료쇼핑 관행, 환자와 가족이 밀접히 접촉하는 문병 문화 등을 예로 들었다. 여러 면에서 국내 의료시스템이 감염 예방 통제 조치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합동평가단은 국내 메르스의 역학적인 양상은 중동 지역의 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와 비슷하며, 현재 시점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발병 규모가 크고 양상이 복잡해 추가 환자 발생이 예상되는 만큼 접촉자 조기 파악과 더불어 접촉자와 의심자 전원의 격리를 통한 감시와 여행 금지, 모든 의료시설의 감염예방 통제조치 등이 완전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단장을 맡은 이종구 서울대 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완전히 종료됐음을 선언하기는 아직 이르고,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적어도 수 주 동안은 양상을 봐 가면서 이 질환이 좀 더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관찰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갈팡질팡했던 초기대응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짙어지면서 사스 때처럼 왜 못했는지 의아해하는 목소리와 평소 감염병 예방 시스템에 대한 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내 대학병원에서 은퇴한 한 원로교수는 “일본의 경우 감염병을 포함해 모든 특정 병에 대해 후생노동성에서 병명마다 위원회를 두고 진단과정과 대책에 있어 긴밀하게 24시간 가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있다”며 “평상시 기본대책에 대한 리스트를 잘 형성해서 노상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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