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바이러스… 메르스 이후도 대비를

조영걸 교수 메르스 특별기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온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작년에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에볼라바이러스도 ‘인덱스 케이스'(index case, 최초로 검출된 질병사례) 1명으로 인해 초래되었다고 한다. 에볼라로 사망한 한 어린이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문상객들이 시신에 손을 대는 아프리카 전통장례 풍습으로 인해 애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지역사회로 전파시킨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확산된 메르스도 ‘인덱스 케이스’ 1명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시 말해 환자 1명을 놓치면 수많은 감염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나는 최근(5월 11~15일) 로마에서 개최된 제28차 항바이러스 학회(antiviral conference)에 다녀왔다. 국내에서는 국립보건원, 국립화학연구원, 고려대학교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나 의사는 본인이 유일할 정도로 300명 내외의 바이러스 전문가들만 참석한 소규모 학회였다. 하지만 발표 논문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또 다른 바이러스가 한국에 상륙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 속에 학회 발표를 경청하였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에이즈 치료에서 얻은 기술들을 응용해 C형 간염(HCV) 치료제 개발에 큰 진전이 있어 최근 개발된 약제 소발디(Sovaldi, Sofosbuvir)는 8-24주 복용으로 99%의 완치율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다만 치료비가 10만 달러로 비싼 것이 최대 장벽이다. 그리고 에볼라의 질병 양상도 출혈성 보다는 설사와 구토로 인한 소화기 질환의 양상이 두드러져 소화기 문제를 해결하면 예후가 좋아지고 진단시 바이러스 농도가 예후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즉 Ct(cycle of threshold, 적을수록 바이러스 농도가 높음을 의미)값이 18이하면 예후가 나쁘고 20 이상이면 좋다.

그리고 2005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판데믹(pandemic, 대유행병) 양상을 보이는 질환이 치군군야바이러스(Chikungunya virus, CHIKV) 감염으로 인한 치쿤구니야열(Chikungunya fever, CHIKF)이다. 이 질환의 특징은 갑작스런 고열과 관절염을 동반한 관절통이 주 증세로 병명은 관절통 증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병명은 처음에는 댕기열과 증세가 비슷하고 전파매개체도 같아서 구별이 되지 않았지만 1952년 탄자니아에서 댕기열로부터 독립된 질환으로 처음 기술되었다. 역학적 특징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유행을 해 2006년 카리브 연안(La Re’ union)에서 주민의 34%가 감염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에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 가 겨울을 제외하고는 상존하고 이미 3명의 환자 보고가 있어 제주도 및 해외 여행객들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 다음으로는 한탄바이러스와 같은 분야바이러스과(Bunyaviridae)에 속하는 바이러스가 참 진드기를 통해 전파되는 크림-콩고(Crimean-Congo) 출혈열이다. 국내에는 아직 환자가 발생한 적은 없으나 아프리카, 발칸반도, 중동, 동유럽, 아시아, 터키, 러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에서 풍토병(endemic)으로 존재한다. 위험군은 야생이나 소, 염소, 양, 토끼 등 가축이 증폭숙주라서 이들 가축이나 동물을 취급하는 사람과 도축업자들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성 출혈열의 공통된 병리기전은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으로 다량의 사이토카인 분비에 의해 내피세포의 연결부위(tight junctions)가 이완되어 플라스마 리키지(plasma leakage)가 일어나서 쇼크에 빠진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도 수용체(DPP-4)가 다른 장기에도 있지만 상기도 보다는 하부기도에 많아 감염시 쉽게 폐렴에 걸리게 된다.

이번 제28차 항바이러스 학회 참석은 토가바이러스과(Togaviridae), 분야바이러스과(Bunyaviridae) 등에 속한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AIDS에서 얻은 수학적 개념들을 도입하면서 바이러스 질환 치료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멀지 않아 20세기 세균성 질환들처럼 극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최근 3-4년 사이에 국내에서 처음 환자가 생긴 바이러스성 질환이 4가지나 되는 점(2012년 West Neil Virus, 2013년 SFTS와 CHIKF, 2015년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을 고려하면 “바이러스가 진화의 엔진”이라고 한 2008년 노벨수상자 하우젠 박사의 특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글 : 조영걸, 울산대학교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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