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 빠진 질병관리본부…. 아직도 낙타 타령?

 

“우리 국민들의 보건을 위협하는 질병 대상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으며, 생물테러, 신종감염병, 의료관련감염증 등 국가적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수준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OOO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져온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적인 위기에도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퀴즈 하나. 위의 글 OOO에 들어갈 말은?

정답은 질병관리본부. 최근 국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실린 인사말이다.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요즘은 존재감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정부 기관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와 의료인들에 대한 신고 안내 등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와 관련해 전파력 판단,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 등에서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추후 대응이다. 선제적 대응에 실패했다면 추가 감염자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놓아야 하는 데 존재감이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

우선 국민들이 많이 찾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를 보자. 메르스의 증상 및 징후는 ‘38℃ 이상의 발열, 호흡기 증상(기침, 호흡곤란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들이 오해하기 쉽다. 언론 등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격리 대상자로 분류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판단 기준을 체온 38도에서 37.5도로 0.5도 낮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38℃ 이상의 발열’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자신도 증세가 의심된다던 40대 여성의 검사, 격리 치료 요청 거부 사례를 되돌아보자. 당시 보건 당국은 체온 38도 이상의 발열과 급성호흡기 증상을 보여야 한다는 기존 매뉴얼만 고집했다. 이 여성은 지난달 25일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오른 뒤에야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져 결국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전철 안에서 기침소리만 나도 깜짝 놀라는 상황인데 가장 중요한 발열 기준이 기존 매뉴얼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지금 체온계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일반인들도 체온에 민감하다는 얘기인 것이다. ‘37.5도’와 ‘38도’는 일반인들의 메르스 대응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보다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특성 소개도 ‘구식’이다. “현재까지 명확한 감염원과 감염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낙타를 통한 감염 가능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국민들은 이제 ‘낙타’보다는 새롭게 업데이트된 내용을 알고 싶어 한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메르스 관련 뉴스보다는 최정예 전문가들이 포진한 질병관리본부의 홈페이지를 찾아 보다 신뢰성있는 정보를 얻길 원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인사말에서 “신종감염병 등 국가적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수준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의 역량은 ‘국민들의 요구수준’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사실이 이번 메르스 파동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양병국 본부장은 “홈페이지에 방문하신 국민여러분께 도움이 되는 질병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하여, 평상시에는 물론 질병 비상상황에 대비한 대책과 예방 요령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문하는 네티즌 여러분들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여론의 수많은 질타와 뭇매로 질병관리본부가 자칫 ‘그로기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그러나 국가 질병관리의 최후의 보루는 질병관리본부가 아닌가. 국민들의 질책을 교훈삼아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길 기대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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