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는 그녀… 알고 보니 유전자 탓?

 

구르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웃음의 빈도수가 조금씩 줄어든다. 세상만사에 무뎌지고 각박한 일상에 치이다보면 웃음이 메마르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웃음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농담 한 마디를 던지면 큰 소리로 깔깔대며 웃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신나게 웃을 수 있는 걸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잘 웃는 것도 유전적으로 타고난다.

피부색, 머릿결, 눈동자색깔과 같은 신체적 특징만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웃음과 같은 감정적 반응도 DNA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웃음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표현과 유전자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특정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은 잘 웃는 특징을 가진다. 유전자 ‘5-HTTLPR’의 짧은 대립형질을 가진 사람들은 긴 대립형질을 가진 사람보다 웃음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선행연구자들이 부정적인 감정과 유전자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연구팀은 부정적인 감정과 연관이 있는 동일한 유전자가 긍정적인 감정과도 연관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의 대립형질 길이가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유전자의 대립형질이 짧은 사람은 긴 대립형질을 가진 사람보다 우울증, 불안증, 약물남용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짧은 대립형질이 긍정적인 감정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노스웨스턴대 하아세 교수는 “짧은 대립형질을 가졌다는 사실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단 짧은 대립형질은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 둘 다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짧은 대립형질을 가진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하는데 기여했다”며 “이러한 사람들은 좋은 환경에서는 더 밝은 사람으로, 나쁜 환경에서는 더 큰 고통을 받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 ‘웃음’이라는 감정표현은 유전자의 지배만 받는 것이 아니다. 공동연구자인 레빈슨은 “유전자에 관한 절대진리 중 하나는 유전자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유전자와 학습이 상호작용해서 최종 결과물을 도출해낸다”고 말했다. 즉 타고난 유전자뿐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논문은 미국심리학회 ‘감정저널(Journal Emotion)’ 6월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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