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홍수 시대 동네병원이 살아남는 법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협회회원 10명중 8명은 전문의 자격이 있고, 개업한의사 90%이상이 전문의 자격을 소지하고 있다. 지난 14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이러한 결과는 전문의 자격에 대한 희소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의가 유독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이 가장 큰 수혜자이다. 수술과 검사가 필요 없는 질환을 진료받고 치료한다고 가정할 때 큰 병원을 가지 않고도 전문가의 조언과 치료를 가까운 동네병원에서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원래는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의사가 1차 의료의 책임자로 전문 진료를 받도록 돕는 문지기(Gatekeeper)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의가 전문의에게 보내는 의료전달체계를 갖고 있다. 전문의 과잉공급이 유발하는 기형적 전달체계라 할 수 있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인턴을 마치고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임상지식을 쌓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총 10년의 세월을 오롯이 투자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만 의사라고 해서 시장에서 개원의로서 성공적인 안착을 장담할 수는 없다. 어쩌면 전문의들에게 잔혹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문제의 본질은 개원할 때 전문의 자격이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전문의 자격을 힘들게 취득한 만큼 활용도를 높여 보자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전문의란 모든 질환을 잘 치료한다는 국가적 차원의 자격증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용하다 보면 차별화의 포인트가 퇴색될 수 있다. 그래서 특정질환에 전문성을 어필함으로써 세부시장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모든 질환을 잘 보는 경우라면 동네병원이 되지만 특정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갖게 되면 환자는 지역에 상관없이 전국에서 몰려들기 마련이다. 특정다수가 갖는 구매력은 생각보다 크다. 굳이 유동인구가 많고 땅값 비싼 곳에서 병원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된다. 당장의 안착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특화상품에 대한 프리미엄을 갖게 될 수 있다.

마케팅에서 특화상품의 의미는 공급자의 독보적 기술을 이용해 한가지 아이템 만으로도 독보적인경쟁우위가 있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품을 말한다. 한마디로 다 잘하는 것보다 한가지라도 제대로 하는 공급자에게 응집력이 작용된다는 말이다.

한가지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소비자는 알고 있다. 그러한 프리미엄을 알기에 소비자는 전문성에 비중을 두고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그것이 바로 전문기술에 대한 희소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의료서비스 역시 이런 의미에서는 특화상품이 효자상품이 된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진은 뭐든지 만병을 잘 치료하는 의사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명불허전의 전문성을 갖춘 의사이다. 뭐든지 다하는 전천후 의사는 환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약하다.

비록 특정 질환의 전문성을 서비스시장에서 어필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다른 영역의 진료를 포기한다는 것은 수익을 포기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색깔을 갖는다는 것은 확연히 환자에게 수용될 수 있는 마케팅 도구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성공을 거둔 병원도 적지 않게 눈에 띠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도 거부감을 갖는 여드름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화된 치료 프로그램을 특화 시켜 업계에서도 귀감이 되는 피부과가 있다. 치과의 경우는 과잉진료로 고민하는 환자를 위해 ‘양심진료’라는 도구를 활용해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을 전문으로 하는 치과도 있다. 아이들의 다리교정만을 진료하고 운동과 교정으로 치료하는 소아청소년과도 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환자 층이 제한적이지만 환자수가 많고 절대적인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공급자는 이미 포화상태이다. 주위의 폐업을 지켜보면서 의사들에겐 생존이 목적인지 오래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특화상품을 갖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진료환경도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자신의 생존력을 높이는 가장 큰 무기를 찾고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20여 년 전만해도 2차 의료기관이었던 종합병원이 영화를 누리던 때가 있었다. 병원과 전문의가 많지 않았던 시대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들의 모토는 백화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든 병을다 치료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법은 동네에 변변한 의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많이 달라졌다.

의료서비스 공급자는 하루아침에 업종을 변경할 수 없는 특수서비스업 분야이다. 어쩔 수 없이 의사들은 레드오션에서 치열하게 생존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는 의료소비자를 찾아 나서는 것이 공급자가 시장원리를 잘 이용하는 현명한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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