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감염병, 뇌수막염 잇단 발생

 

최근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 질환에 대한 예방 인식이 낮아 주의가 요구된다. 2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 웹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경기지역 15세 남학생에 이어 최근 강원지역에서 보고된 20세 남성까지 올해 들어서만 3명, 지난 7개월간 5명의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했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싼 막이 수막구균에 감염되는 세균성 뇌수막염의 일종이다. 주로 컵이나 식기를 나눠 쓰거나, 기침, 재채기, 키스 등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진행이 빠른 데 비해 증상은 고열이나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해 의료진조차 조기진단하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제때 치료하더라도 10명 중 1명은 사망하고, 5명 중 1명은 뇌손상, 사지절단, 피부괴사 등 영구적이고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을 제3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으로 감염환자 발생을 감시하고 있다. 의료진이나 학교장 등은 기관 내에 수막구균 감염환자가 생기면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감염병 예방관리법에 따라 처벌 받게 된다.

지난 2001-2015년까지 수막구균 뇌수막염의 연령별 발병건수를 살펴보면 10세 미만의 소아 및 영유아의 비율이 전체 환자의 약 31%를 차지했으며, 특히 0~1세의 영아 비율도 17%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욱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면역력이 약한 6개월 이하 영유아기에 가장 많이 발병하고, 청소년기와 19세를 전후해 다시 한 번 발병률이 높아진다”며 “일단 발병하면 하루밤새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후유증을 피하기 힘든 무서운 질환인 만큼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의 고위험군은 보체결핍, 비장 절제 또는 기능 저하자 등이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도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유 교수는 “실제 지난 1월에 발병한 15세 학생 역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중학생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예외라고 볼 수는 없다”며 “1, 3, 5월 경기와 강원지역에서 수막구균 감염환자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문제는 국내에서 수막구균 뇌수막염에 대한 예방인식이 낮다는 데 있다. 아직까진 흔한 질환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예방백신접종을 의무화할 만큼 예방에 힘쓰고 있다. 한국수막구균성뇌수막염센터 이정준 회장은 “최근 메르스의 경우에서 보듯 국내에서 흔하지 않다는 이유로 예방과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발병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질환의 치명성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막구균은 메르스와 달리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이다. 한국수막구균성뇌수막염센터는 수막구균 감염 예방을 위한 수칙으로 예방백신 접종하기, 식기나 컵 등을 돌려쓰지 않기, 손 씻기와 양치질 등 개인위생 철저히 하기, 40도가 넘는 고열과 함께 구토,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 방문하기 등을 권고하고 있다. 수막구균 예방접종은 일반 병의원에서 생후 2개월부터 만 55세까지 접종 가능하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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