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죽음? 그대, 무엇을 마시는가

배정원의 Sex in Art(13)

이 석판화를 보는 순간 빨간 색과 검정색, 그리고 흰색의 강렬한 색채와 간결하나 대담한 선들의 대비 속에 우아하면서 훤칠한 여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얼핏 보면 일본 여인 같기도 한 그녀는 가녀린 듯도 하고, 당당해 보이기도 한다. 가장자리에 주름이 잡힌 19세기 스타일의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칠흑 같은 검은 머리의 그녀는 유리잔을 들어 뭔가를 마시려 하고 있다. 단순한 선으로 표현된 그녀의 얼굴 표정은 자못 비장하여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녀에게 찾아온 운명에 대항하는 듯 한 데, 그 와중에도 그녀가 쓴 모자에는 화려한 큰 꽃 세 송이가 장식되어 있다.

이 석판화는 한눈에 봐도 무척 장식적이다. 그림의 하단에 이졸데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여인은 트리스탄과 사랑에 빠진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녀가 마시려 하는 잔에는 사랑의 묘약이 담겨 있을 터…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트리스탄과 죽으려 마시는 독약인 줄 알기에 얼굴 표정은 결연하고 비장하기만 하다. 그녀의 슬픔과 다짐에는 상관없이 단순한 색채와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은 너무나 감각적이고 독특하며 아름답다.

이 그림에 나타나는 채색법은 자연주의적이지 않으며, 일본의 목판화 같은 느낌이 난다. 영국의 유명한 삽화가이며, 아르누보 화가인 오브리 빈센트 비어즐리(Aubrey Vincent Beardsley, 1872~1898)의 작품이다.

비어즐리는 가난한 중산층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적에는 결핵을 앓기도 했다. 세상에서 겨우 26년을 살았던 그는 정식으로 미술 수업을 받아 본 적이 없이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했으며, 라파엘전파의 번 존스의 도움을 받았다. 비어즐리는 드로잉, 석판화, 목판화와 포스터 등 수천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는데, 대담한 생략과 흑백의 대비, 유려한 선화로 일러스트레이션의 귀재였으며 로트렉과 일본의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다. 그의 섬세한 선화는 악마적인 에로티시즘과 퇴폐적이고 감각적인 세기말적 탐미주의의 상징적인 존재로 그를 각인시켰다. 그는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에 화려하고 감각적이어서 도저히 잊혀 지지 않는 삽화를 그려 넣어 유명해 졌으며, 아서왕의 죽음 등 켈트족의 신화에 삽화 그리기를 좋아했다.

앞서 말한 대로 그림 속 이졸데는 유명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영국 콘월의 마크왕은 조카인 트리스탄을 보내 아일랜드를 정벌한 후 그곳의 공주 이졸데와 결혼하려 한다. 트리스탄이 그의 배로 이졸데를 마크왕에게 데려가던 중, 이졸데의 어머니가 준비한 사랑의 묘약을 두 사람이 실수로 마시게 되고 이들은 뜨거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의 도피를 했던 트리스탄은 사랑하는 여인 이졸데(금발의 이졸데)를 어쩔 수 없이 마크 왕에게 보내지만 그녀를 잊지 못해 하다가 그녀와 닮은 또 다른 이졸데(흰손의 이졸데)를 만나 결혼한다. 하지만 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트리스탄은 그리워하던 금발의 이졸데에게 자신의 병을 고치러 와달라고 부탁하고, 이졸데는 트리스탄이 있는 프랑스로 온다. 하지만 흰 손의 이졸데가 금발의 이졸데는 이미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탓에 트리스탄은 이졸데를 만나지도 못한 채 절망 속에 죽는다. 트리스탄의 죽음을 알게 된 금발의 이졸데 역시 트리스탄의 시신 앞에서 죽고 만다는 ‘사랑의 위대함’과 ‘운명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켈트족의 전설이라 전해지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많은 작가들에 의해 소설로 희곡으로 오페라로 되살아났다.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마신 『사랑의 묘약』은 자신의 나라를 함락하고 일국의 공주인 자신을 아내로 삼으려는 콘월의 마크 왕에게 일말의 호감도 느끼지 않았던 이졸데가 마크 왕과의 첫날밤을 순조롭게 보내게 하기 위해 아일랜드 왕비인 이졸데의 어머니가 준비한 마법의 약이었다. 그 약을 마시면 에로스의 화살에 맞은 것처럼 눈앞의 사람과 뜨거운 사랑에 빠지는 마법의 약!

이 『사랑의 묘약』을 마시게 되면, ‘하루를 못 만나면 병이 나고, 사흘을 못 만나면 죽게 된다’는데, 간절한 사랑은 고통을 불러오고, 그 고통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보다.

그러고 보면 서양에서는 이 『사랑의 묘약』에 대한 이야기가 신화 속에도, 전설 속에도 많이 녹아 있다. 정략결혼을 해야 했던 사람들이 많아서 마법의 약에 의존하고서야 비로소 평온한 결혼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도니체티’의 작곡으로 유명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 또한 순진한 시골총각 네모리노가 마을의 아름다운 처녀 아디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의 전재산을 털어 약장수에게 가짜 『사랑의 묘약』을 사서 마시고는 그녀가 자신에게 반해 사랑하기를 기다리며 일어나는 좌충우돌 사랑의 이야기이다.

나를 사랑해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그 약을 마시기만 하면 나를 사랑하게 된다니 정말 이 약이 있기만 하다면 세상의 많은 슬픈 짝사랑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을…!

한때 중세 유럽에서는 남미에서 콜롬버스에 의해 전파된 코코아차가 『사랑의 묘약』으로 알려졌었다. 그래서 귀부인들은 남편이나 애인과 사랑을 나누기 전날 밤이면 뜨거운 코코아차를 한 잔씩 끓여 마시고는 애인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코코아 속에는 최음제로 작용하는 ‘페닐에틸아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코코아차가 얼마나 마음속의 열정을 뜨거운 사랑의 불로 피워 올렸는지는 모르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확실한 『사랑의 묘약』이 있다. 사랑의 불꽃을 피워 올리는 데 분명하게 도움이 되는 『사랑의 묘약』은 성욕을 부추기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과 발기를 도와주는 ‘비아그라, 레비트라, 시알리스, 자이데나’ 등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들이다.

갱년기를 맞아 열정이 사그라졌던 중년의 남자들에게 테스토스테론은 크림이나 젤, 먹는 약, 주사제로 그들의 성욕을 다시 부추길 뿐 아니라 뭔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거친(?) 남성성을 되살려준다. 또 역시 중년을 넘어서면서 찐득해진 피돌기나 혈류가 약해지는 등 다른 기질상의 문제로 발기가 잘 안되거나, 만족할 만하게 강직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발기가 쉽게 사그라지는 남자들을 위한 발기부전치료제는 고개 숙였던 남자들로 하여금 다시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사랑의 묘약』임에 분명하다. 물론 갱년기의 남자에게 그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다정한 여인은 발기부전치료제를 먹는 만큼이나 효과가 있다니 나를 사랑하고 걱정해주고 돌봐주는 그녀가 있는 중년의 남자라면 매일 강력한 『사랑의 묘약』을 먹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심장병 약을 개발하다가 환자들이 발기가 자주 되는 부작용을 놓치지 않고 만들어 낸 비아그라는 이제 상표특허 기간이 끝나 수많은 복제약들이 시판되고 있는데 저용량인 데다 낮은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비아그라는 태생이 심장약이라 사실 무척 안전한 약으로 의사의 처방과 간단한 주의사항만 조심하면 고개 숙였던 사랑을 활활 불태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 효과 높은 발기부전 치료제들 덕분에 검증되지도 않은 정력향상의 효과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잡혀 뿔과 생식기 때문에 죽음을 당했던 사슴들과 물개, 바다사자들이 한숨을 돌리게 되엇다는 것은 『사랑의 묘약』의 또 다른 미덕이다.

여자들에게도 『사랑의 묘약』이 있으니, 미국의 FDA 승인을 받은 세계적인 윤활제 아스트로글라이드, 듀렉스 젤, 동아제약의 자이젤리 등 질 『윤활제』가 그것으로, 임신, 수유기나 폐경기를 지나며 질이 건조해진 여자들에게는 에스트로겐 호르몬 보충요법과 함께 질의 촉촉함을 선물해 남편과의 황홀한 사랑을 회복하게 해 주는 명실상부한 『사랑의 묘약』이다. (여자들에게도 역시 나를 사랑해주는 그의 관심과 다정한 애무야말로 가장 강력한 『사랑의 묘약』이지만). 질이 건조해지면 염증에 감염되기도 쉽고, 삽입 섹스 시 통증이 느껴져 섹스를 피하게 되고, 자칫 섹스리스로 연결되기도 한다.

윤활제는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모든 체액이 다 수용성이라 가능하면 기름기가 적은 것이 좋다. 기름이 전혀 들어가지 않으면 너무 빨리 마른다는 단점이 있어서 아주 조금씩은 기름기가 느껴진다. 윤활제는 여성의 질액과 가장 비슷하게 만든 것이어서 콩기름, 올리브기름등 식물성 기름이나, 바셀린, 수분크림 등의 기름과는 다르며 이런 기름 성분의 것들을 윤활제로 사용하면 질염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 윤활제는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연고를 바르듯이 자연스레 사용하면 좋을 일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섹스토이’쯤으로 인식되어 약국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없다니 안타까운 일이지만, 몇몇 할인점이 윤활제를 내놓고 팔기 시작했다니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인식도 달라지고 더 많은 좋은 상품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의 묘약』을 마신 이졸데는 사랑함으로 고통스럽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지만, 우리는 『사랑의 묘약』으로 인해 더욱 행복하고 오래도록 마법처럼 사랑할 수 있기를 …!

글 : 배정원(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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