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고 외로우면 머리도 나빠진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지능이 우수하다면 남들보다 고지를 선점할 기회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인지능력은 타고난 지능의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 경제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재정적 상태에 따라서도 능력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행동경제학과 센딜 멀레이너선 교수는 최근 하버드대학 출판 잡지인 ‘하버드매거진’을 통해 가난이 인간의 행동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공개했다.

센딜 교수에 따르면 사람은 돈, 시간, 애정을 비롯해 무언가 결핍된 상태에 이르면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부유한 사람, 가난한 사람 모두 이러한 영향을 받지만 가난한 사람이 결핍 수치가 더 높은 만큼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도 돈과 관련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많다. 하지만 폭풍이 몰아치듯 마음이 불안하다거나 인지능력이 떨어질 만큼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 센딜 교수의 설명이다.

센딜 교수팀은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이큐 테스트를 진행했다. 또 지능검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실험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자동차에 이상이 생겨 수리비 300달러(약 33만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자동차보험이 비용의 절반을 해결해줄 겁니다. 이제 당신은 자동차를 고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운에 맡긴 채 운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당신의 결정은 무엇인가요?”

“재정적으로 차를 고칠 형편이 되나요, 아님 어려운 상황인가요?”

이상의 두 가지 질문을 한 뒤 지능검사를 시행했다. 연구팀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직접 밝힌 수입을 기준으로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분류해 시험결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지능수준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구팀이 자동차 수리비를 3000달러(약 329만원)로 높인 뒤 동일한 실험을 진행해 보았다. 그러자 가난한 사람으로 분류된 실험참가자들의 아이큐가 14점이나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반면 부유한 사람으로 분류된 실험참가자들은 아이큐에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의 지능지수 감소는 심각한 수면 부족으로 인한 감소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센딜 교수팀은 가난이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실험은 하나의 예에 불과할 뿐 가난한 사람은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금전적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즉 가난한 사람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는 인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보다는 가난이 각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이를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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