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텅 빈 눈… 우리를 미치게 하는 그녀

 

배정원의 Sex in Art(11)

이제까지의 여인들과 비교해 볼 때 그림 속의 그녀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각진 네모턱과 짧은 목, 풍만하기보다 납작한 느낌을 주는 그녀의 몸매는 심지어 못생겼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화려한 침대에 알몸으로 등을 기대고 누운 그녀는 벌거벗은 자신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시선을 빗기지 않고 우리(관객)를 바라본다. 차고 냉담하며, 텅 비어있는 듯한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보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녀의 포즈는 확실히 익숙하다. 그러고 보니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고야의 『마야』 포즈와 닮았다. 그런데 비너스나 마야가 주는 여성적(?)이며 매혹적인 느낌과는 아주 다르게 『올랭피아』의 그녀는 사뭇 도전적이고, 심지어 뻔뻔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녀가 기대어 누워 있는 침대의 시트는 격정의 섹스를 끝낸 지 얼마 안 된 듯 흐트러져 있다. 떨렸던 격정의 섹스 뒤가 아니라 뭔가 일을 마무리하고 잠시 쉬는 듯이 보이는 그녀는 머리를 커다란 붉은 꽃으로 장식하고, 귀걸이와 팔찌를 한 채 짧은 목에는 검은 가느다란 초커를 하고 있다. 마치 그녀 자신이 선물이라는 듯이…, 그렇다, 그녀는 귀족이나 상류세계의 남성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파리의 고급 창녀인 것이다.

꼬고 있는 다리의 발끝에 곧 벗겨질 듯 달랑달랑하게 신겨진 높은 굽의 슬리퍼는 그녀가 품위 없는 여자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못생긴 흑인하녀는 그녀의 고객이 보낸 것이 확실한 커다란 꽃다발을 그녀에게 가져와 보여주지만, 그녀는 그 꽃다발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듯하다.

이 그림은 1865년 파리의 살롱전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여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켰던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32~1883)의 『올랭피아』이다. 마네는 이 작품 이전에도 옷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두 명의 신사와 그 사이에 앉은 벌거벗은 여자를 그린 『풀밭위의 점심』으로 파리의 화랑가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아방가르드의 혁신자이며 모더니즘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 태생의 화가이고 ‘인상파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한다.

마네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부모는 법관이 되기를 기대했으나, 아카데미 화가인 토마 쿠퇴르의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배웠다. 할스, 렘브란트, 티치아노의 그림을 모사하며 그림을 배우던 그는 『올랭피아』를 그들의 그림을 기준으로 한 전통적인 구도에 자신의 현대적 해석으로 ‘파리의 매춘부’를 표현해 그 왜곡성으로 대중을 분노하게 했다. 『올랭피아』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그림을 파괴하기 위해 몽둥이를 가져 오고, 폭언을 퍼붓는 사람들을 피해 미술관 안내원들의 보호를 받아야 했을 정도였다.

그는 이제까지의 여신들처럼 몽실몽실 부드러운 여체의 곡선이 아니라 날씬하다 못해 딱딱해 보이는 누드에다, 달콤해 보이는 분홍색 살결 대신 담황색으로 표현해 에로티시즘을 들어내 버렸다. 그는 신화적인 주제나 역사적인 문맥을 통해서만 벌거벗은 여인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왔던 당시의 화풍을 벗어나 속물적이며, 일상을 아름답게 미화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 정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려 관객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졸라는 그의 작품을 옹호했으나, 당시의 많은 비평가들은 그의 『올랭피아』에 ‘핼쑥한 창녀’, ‘노란 똥배가 나온 오달리스크’, ‘검은 고양이와 함께 있는 미개인 비너스’라며 악평을 퍼부었다.

『올랭피아』는 파리의 고급 매춘부이다. 말 그대로 돈을 받고 자신의 몸을 상대의 노리개로 내어 주는 직업을 가진 여자이다. 매춘은 역사 이래 계속 되어온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해서 먹고 살아야 했던 가난한 여인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섹스를 즐기기 위해서 매춘을 하는 여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성매매로 인해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성매매는 근절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현실에서 『올랭피아』처럼 호사스럽게 사는 상위 1%라는 자발적인 콜걸들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대다수의 매춘부들은 인신매매의 덫에 걸려 매춘에 빠져들었거나,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없이 이 일을 하는 가엾은 여인들이다.

최근 뉴스위크지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가까운 멕시코나 브라질, 푸에르토리코 등의 남미의 가난하고 못 배운 딸들이 인신매매범에 의해 유혹되어 미국으로 건너온 뒤 낮에는 남자들만 일하는 농장 등에 실려가 몸을 팔고, 밤에는 사창가에서 남자를 상대하는 등, 매일을 10~40명의 남자에게 성적으로 시달리며 사는 지옥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여자가 매춘부일을 시작하는 나이는 평균 12~14세이며, 매춘부의 70% 이상이 폭력에 시달린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거리에서 일하는 매춘부는 다른 여자들보다 40배, 택시기사 같은 가장 위험한 일을 하는 이들보다도 6배 이상의 살해를 당한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대학생 20명 중 1명은 몸을 판다, 최근 스완지 대학 연구진과 영국학생연합(NUS) 웨일즈 지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국의 대학생 중 대략 1/4가 학비를 벌기 위해 매춘을 고려한 적이 있다니 이도 충격적이다.

우리나라는 다를까? 나 역시 대학 등록금을 빨리 마련하기 위해 안마방에 나간다는 여학생을 만난 적 있고, 실제로 섹스를 하는 보상으로 부유한 나이든 남자의 후원을 받아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어린 여대생을 상담하기도 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의 대학생들에게 한 조사를 한다면 놀랄만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가난한 어린 여자들은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어처구니없이 매춘의 늪에 빠진다. 어린 시절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거나, 절대적인 빈곤 때문에가 아니라 보다 쉽게 돈을 벌수 있기 때문에 매춘을 시작한 사람 역시 적지 않다.

지난 3월 미국에서는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거리의 매춘부에게 고급 옷을 사주고, 비싼 목걸이를 선물하고, 파티에 파트너에 데리고 나가는 등 귀부인으로 대접하고 결국 그녀와 맺어지는(?) 내용의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의 25주년을 맞아 연기자들의 기념인터뷰를 하고, 브로드웨이에서는 뮤지컬제작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생을 망치는 매춘을 터무니없이 미화했다”는 평을 듣고, 많은 여성인권운동가들과 그들과 동감하는 여자들을 힘 빠지게 했던 ‘귀여운 여인’은 매혹적인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행위를 미화한 영화이며 악랄한 속임수이다.

매춘은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게다가 표시가 안 나는 일이 결코 아니다. 돈을 받는 이상의 모욕적인 보상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치러내야 한다. 미국의 여권운동가 안드레아드워킨이 말했듯이 ‘매춘은 개념이 아니다. 입이나 질, 항문에 때때로 성기, 때로 손, 때때로 물건 등이 삽입되는 것이며, 한 사람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을 말한다.’고 할 정도의 참혹한 일이다. 매춘에 종사하는 여자들을 우리는 성매매 피해자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착취당하고, 심한 정신적, 육체적 외상을 당한 사람들이며, 회복이 몹시 어려울 정도로 심신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큰돈을 받고 자발적으로 매춘을 해온 여자들조차도 종국에는 심한 정신적, 육체적인 상처에 시달린다.

에두아르 마네는 그의 그림을 통해 대상이 가진 영혼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가 그린 『올랭피아』가 그토록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고, 파괴하고 싶을 정도로 그 그림이 불편했던 이유는 아마도 올랭피아가 마주보는 눈을 통해 그녀의 피폐해진 냉담한 영혼을 들여다보기 부끄러웠던 탓은 아니었을까?

글 : 배정원(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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