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오든 말든… 불만이 가득한 병원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병원 서비스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직원들이 자주 바뀌는 곳에선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환자들간에 대화도 없고, 직원들도 조용하기만 하다. 이런 곳에선 환자보다 직원이 슈퍼 ‘갑’ 인양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말을 짧게 끊는다.

그런 곳의 직원들은 환자들이 접수를 하고 나면 치료받고 빨리 병원 밖으로 나가주길 바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환자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려 하지 않는 직원들은 어딘가 모르게 환자보다도 불만이 더 가득해 보인다.

반면에 직원의 변동이 없는 병원에서는 처음 온 환자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직원들이 다분히 수다스럽다. 처방 받은 약은 괜찮았는지, 아픈 곳은 괜찮은지 사소한 관심거리를 찾아 환자에게 말을 건네는 직원들은 일에도 여유가 있어 보인다.

직원이 바뀐다는 것은 서비스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내기 때문에 병원에 직원이 자주 바뀌는 편이라면 무엇이 문제인지 심도 있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직원을 밖으로 내보내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직원간 마찰이 없는지, 보이지 않은 알력다툼이 있는지, 중간관리자나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이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할 때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경영심리학자인 워런 베니스는 리더십의 핵심은 인품이라 강조했다. 특히 『리더와 리더십』의 저서에서 수익이 떨어진다던가 평판이 좋지 않은 등 경영상에 모든 부정적 결과는 조직구성원을 이끄는 리더십환경을 되돌아 볼 때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리더의 신뢰 결핍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데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리더십은 서비스영역에서 서비스제공자들이 서로에게 격려와 긍정적 자극을 통해 업무에 충실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리더십보다 더 강력한 인력관리도구는 팀워크다. 팀워크가 잘 갖춰진 조직에선 인력변동이 없고 직위에 상관없이 직원들 각자 자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 조성된다. 동료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에도 부담을 갖지 않고 서로 돕는 따뜻한 분위기가 있다. 고객이 감동 받도록 일 처리하는 것이 제일 유능한 직원이라는 신념도 공유된다.

병원서비스는 오더에 의해 업무가 일사천리로 이어지는 주종관계의 특징을 갖는다. 그래서 일방적인 지시를 당연하게 여기고 따라 올 것을 강요하는 문화가 나지막이 깔려있다. 상급자의 지시와 요청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모든 업무로 받아들이고 따를 것을 당연시 한다.

그렇다고 모든 병원이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갖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료진 중심으로 독선적 의사결정 방식을 갖거나 직원들간 잦은 갈등으로 입퇴사가 반복되는 병원조직이라면 환자에게도 보이지 않게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주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권위와 서열이 중요시 되는 조직문화에서는 직원들은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기 실속만 차리게 된다. 동료의 어려움을 봐도 모르는 척하는 이기주의도 여기에서 파생될 수 있다. 환자의 안타까운 사정을 내일처럼 여기고 헤아려 줄 마음 여린 직원들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살아남기가 힘들다. 이러한 조직문화에서는 공감력이 떨어지는 직원만이 살아 남게 된다.

이타심이 결여된 상태로 팀워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팀워크가 결여된 병원에서는 환자들도 돌봄에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직원들간 분위기가 유하지 못하면 바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대기실의 환자들이다.

재정이 튼실한 병원은 단골환자가 끊이지 않는 병원이다. 단골환자 관리를 접점에서 시행하는 직원들에 노하우가 병원의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노하우는 그렇게 사람에게 쌓이는 만큼 사람을 관리하고 조직을 유지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마케팅만큼이나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직원이 사직서를 내밀 때 의사들은 더 연봉 높은 곳으로 옮기는 것으로 오인을 한다. 실상 직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길 ‘일이 많은 건 참을 수 있지만 신뢰를 잃은 직원간에 마찰은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병원종사자들 대부분은 업무량이 많아서 그만두기 보다는 직원간의 갈등이나 의료진에 대한 신뢰감 저하로 이직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인력이 남아 도는 가운데 직원은 언제나 뽑을 수 있고 정상적인 진료만 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작 환자를 따스하게 맞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채로 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바뀐 직원이 몇 명인지 세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현재 직원들간 분위기는 어떤지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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