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토닌, 정말로 잠을 오게 할까

 

불면증에 걸린 사람은 잠을 유도하기 위해 수면제를 먹는다. 수면제 중에는 멜라토닌 성분이 들어있는 종류가 있다. 그런데 멜라토닌은 우리 몸에서도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솔방울 모양의 내분비기관인 솔방울샘에서 멜라토닌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멜라토닌도 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까?

멜라토닌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은 논쟁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생물학과 데이비드 프로버 교수는 “멜라토닌이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지 물으면 당연하다는 반응들을 보인다. 하지만 멜라토닌 성분이 수면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고 했다.

이어 “멜라토닌이 함유된 보충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며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멜라토닌이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더욱 불분명하다”고 했다.

밤이 되면 피곤이 몰려오고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몸이 보내는 내부 신호에 반응해 일어나는 항상성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빛이나 어둠처럼 외부 신호에 반응하는 서캐디안(24시간 주기) 메커니즘이 영향을 미친다.

지난 연구들에 따르면 멜라토닌의 생성은 서캐디안 리듬에 의해 조절된다. 환할 때보다는 날이 어두워질 때 이 호르몬이 더 많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멜라토닌이 잠을 촉진한다고 입증하기는 부족하다. 야행성 동물 역시 밤마다 멜라토닌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에 프로버 교수팀은 제브라피시라는 물고기를 이용해 멜라토닌이 실질적으로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제브라피시는 유전자 연구에 흔히 사용되는 동물 모델로, 뇌의 구조적인 측면이 인간과 유사하다. 또 사람처럼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을 자며 멜라토닌을 생성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우선 제브라피시의 수면패턴을 확인했다. 그 결과, 유전자 돌연변이의 영향으로 멜라토닌을 생성하지 못하는 제브라피시는 정상적으로 멜라토닌을 생성하는 제브라피시보다 수면 시간이 짧았다.

또 멜라토닌을 생성하는 제브라피시는 주변이 어두워진 뒤 10분 안에 잠이 드는 반면, 돌연변이 제브라피시는 잠이 드는데 그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프로버 교수는 “이번 실험은 제브라피시가 멜라토닌의 영향을 받아 잠이 든다는 근거가 된다”며 “멜라토닌은 수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잠이 들거나 수면상태가 지속되도록 하는데 필요한 호르몬”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제브라피시 역시 솔방울샘에서 멜라토닌을 생성한다. 연구팀은 멜라토닌 생성이 부족해지면 잠이 줄어드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브라피시의 솔방울셈 세포를 파괴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에서도 돌연변이 제브라피시와 마찬가지로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 멜라토닌이 서캐디안 수면 사이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역시 확인했다. 잠과 멜라토닌 사이의 밀접한 영향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논문은 ‘신경세포저널(Journal Neuron)’에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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