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앞서 환자의 불안-공포부터 해소하라”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환자가 의료진의 일까지 대신해 주는 자칭 ‘똑똑한’ 전략을 앞세워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병원이 있다. 바로 캐나다에 있는 탈장수술전문병원 ‘숄다이스병원’이다. 이 병원에서는 수술 전 체모를 환자가 직접 깎고 수술 후 수술실 밖으로 스스로 걸어나가야 한다. 특히 식사는 입원실이 아닌 구내식당에서 환자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환자는 자신의 치료에 멈추지 않고 수술을 앞둔 대기 환자를 위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입원 시 해야 할 일들을 안내해야 한다.

이는 곧 치료를 먼저 받은 ‘선배 환자’와 대기하고 있는 ‘새로운 환자’와의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대기 환자는 의료진이 아닌 수술을 직접 경험한 선배환자로부터 이것저것 궁금한 사항을 묻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경험담을 통해 수술과 통증에 대한 불안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공통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끈끈한 동기애가 생겨 동창회까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숄다이스병원의 독특한 시스템은 환자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환자에게 필요한걸 해 준다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고객감동의 교과서로 회자되고 있다. 수술을 앞둔 환자라면 통증과 예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가장 큰 근심의 근원일 것이다. 이러한 불안에 대한 환자의 핵심 니즈(욕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그 어떤 서비스보다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세심한 배려를 요구한다. 의료서비스는 치료결과나 수술결과를 핵심서비스라고 생각하겠지만 아파서 민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서비스 과정에도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아픈 환자와의 소통은 이점을 감안해야 한다.

국내의 한 관절전문병원은 수술 직전 주치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수술대에 누웠을 때 눈 부시게 비추는 라이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공포일 수 있다. 이 시간에 환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누워 있는 환자에게 헤드폰을 씌워 주는 것이다. 헤드폰에서는 수술집도의가 수술에 대한 진행과정과 수술 효과에 대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보이스 서비스는 막연한 불안감에 대한 공포를 줄여주고 의료진에게 신뢰를 더해줌으로써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불안감을 줄여주는 게 의료의 핵심서비스라면 친근감을 더해주는 것도 서비스의 가치를 더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고령일수록 병원의 혼자서 가기 주저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이점을 고려해 에스코트서비스를 하고 있는 척추전문 병원도 있다.

에스코트 서비스는 보호자가 직접 환자를 모시지 못할 때 전담직원이 수납에서 진료까지 모두 옆에서 함께한다. 진료를 마치면 담당의료진이 직접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의 상태와 경과를 설명해준다. 이러한 에스코트 서비스는 병원 방문을 주저하는 환자에게 보호자 역할을 자처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호응 받고 있다.

인천에 위치한 한 소아과에서는 병원을 무서워하는 유아들을 고려해, 놀이공원의 회전목마를 연상케 하는 유아 친화적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다. 모유수유 엄마들을 위해 따스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위해 온돌로 세팅하는가 하면 북카페 공간을 마련해 놀이와 치료가 함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진료실과 대기실에만 중점을 두는 소아과에 비해, 보다 많은 공간에 어린이 환자를 위한 배려가 묻어나 있다. 실제로 소아과를 찾는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이 나타난 것은 물론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 병원이 되고 있다. 저수가로 현상유지를 고심하는 개원가에서 조금 획기적인 투자라고 보여진다.

심신이 미약한 환자를 위해 힐링 음악까지 직접 도입해 활용하는 병원도 있다. 단순히 잔잔한 클래식이나 조용한 템포의 뉴에이지 음악만을 활용하던 병원들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방문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도록 힐링을 위해 고안된 기능성음악을 전문회사를 통해 서비스 하고 있다.

수술실 환경을 새로 하고, 인테리어를 바꾸고, 음악 소리 하나에도 전문성을 가미하는 등의 위와 같은 서비스들은 필요 이상의 비용이 들어 가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고객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인력을 고용하고 시설을 증축하고 시스템을 고안하는 일은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더욱이 이렇게 환자를 위한 독특한 시설투자로 눈에 띄게 매출을 올렸다는 병원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러나 희망적이고 중요한 것이 있다. 얼마나 호응이 큰 것인가에 대한 의미부여가 아닌 고객이 무엇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가에 대한 생각들을 서비스에 담는 병원들의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경쟁에서 살아남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환자는 병원 규모의 거창함이나 시설의 화려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환자를 상대로 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요구할 뿐이다. 이 가운데 불안하고 공포스러워하는 환자의 마음을 다독이는 노력이야 말로 병원이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투자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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