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는 왜 헬스케어 센서 탑재 안할까

 

김치원의 ‘지금은 디지털헬스 시대’

미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3월 9일 애플워치 제품 공개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애플워치의 헬스케어와 관련된 부분은 지난해 9월 애플워치 초기 제품 발표회 당시에 상당 부분 공개됐지만, 이번에는 예상과는 달리 본격적인 헬스케어 센서들은 탑재되지 않았으며 피트니스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 이유로는 크게 △센서 숫자가 늘어났을 때의 배터리 소모에 대한 부담 △의료용 센서 기술의 불완전성과 FDA 승인 등에 대한 부담 △의료용 센서를 탑재한다고 해도 이와 연계된 본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2월 중순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워치에 헬스케어 센서가 탑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기사를 게재한 것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워치에 혈압, 심전도, 피부 전도도, 산소 포화도 등의 헬스케어 센서를 탑재하기 위해서 노력했으나 센서 기술이 애플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애플 워치를 사람들에 테스트 했더니, 그 결과가 불안정하게 나타났는데 특히 팔에 털이 많은 사람에서 그 정도가 심했다고 합니다.

애플이 센서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참기 힘든 점도 있었겠지만 FDA의 승인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탑재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기사에서는 애플 내부자의 말을 인용하여 애플워치의 추후 버전에서는 헬스케어 센서를 탑재할 수도 있다고 그 가능성을 밝혔습니다.

며칠 전 모비헬스뉴스(Mobihealthnews)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Misinformation about Apple Watch’s health features spread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즉, 애플워치의 헬스케어 기능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용은 간단한데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헬스케어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없었고, 넣으려고 하다가 뺐다고 이른 적도 없기 때문에 애플이 첫 번째 애플워치 제품에서 헬스케어 기능 탑재를 포기했다고 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FDA 규제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애플워치의 헬스케어 기능 탑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필자는 애플워치에 헬스케어 센서들이 탑재되면 애플워치 자체가 의료기기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 출시를 위해서 FDA 혹은 출시되는 나라 규제기관의 승인 절차를 밟는 것도 까다롭고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제품이 출시된 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보면 애플은 제품 출시 후에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시합니다. 애플워치 역시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그런데 의료기기로 승인을 받게 되면 원칙상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FDA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업그레이드 과정이나 다른 이유, 예를 들어 어떤 앱과 기능이 충돌할 가능성으로 인해서 센서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리콜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의료기기가 되면 FDA 승인을 받는 것도 까다롭지만 이후에도 두고두고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애플워치는 일반 소비자에게 수백만 대 이상을 판매하려는 대중 제품인데 리콜이라도 발생하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거 아이폰4를 특정한 방식으로 잡으면 수신이 불량해져 불만이 쏟아졌던 ‘안테나 게이트’ 사건 당시, 애플이 별도로 제작한 범퍼를 나누어주는 선에서 일을 무마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애플은 센서의 수준이나 FDA 승인 절차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용 제품이 의료기기에 준한 관리를 받게 될 때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헬스케어 센서를 탑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센서의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스마트워치에 기본으로 헬스케어 센서를 탑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필자의 견해로는 앞으로 스마트워치에 헬스케어 기능을 넣고자 할 때에는 삼성이 Simband라는 프로토콜 제품에서 적용했던 것처럼 센서들을 별도로 스마트워치에 탑재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을까 합니다.

애플이 센서들을 별도로 판매할 수도 있고 아니면 스마트워치와 센서를 결합하는 프로토콜을 개방하여 외부 회사들이 자유롭게 센서를 개발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센서만 별도로 FDA 승인을 받으면 되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해당 센서만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스마트워치 자체에 불똥이 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FDA 규제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긴 하지만, 여러 사례와 정황에 비추어 필자 나름의 견해를 밝혀 보았습니다. 앞으로 스마트워치에 헬스케어 센서가 어떤 식으로 탑재될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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