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뭔 짓을 한 거야… 격렬한 사랑, 깊은 낙담

 

배정원의 Sex in Art(4)

아름다운 그녀는 잠에 취해 있다. 한 팔을 머리 옆으로 올리고, 잠에 빠진 얼굴은 더없이 아름답지만 냉랭하고, 또 무심하다. 그녀는 흐트러진 시트위에서 잠에 푹 빠져 있다, 핑크빛 유두의 뽀얀 가슴과 흠잡을 데 없는 몸매의 어느 곳도 감추지 않고 내던진 채. 그녀의 옆에는 급하게 벗은 화려한 옷과 장신구가 대충 널려져 있다. 그녀는 뜨거운 밤을 보낸 듯하다.

그림 속 창가에서는 우울한 얼굴색의 남성이 옷을 다 차려입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이 아름다운 여자와 격정적인 섹스를 나누었겠지만 우울한 얼굴이다. 창밖에는 동이 터 오는 듯, 분홍빛 하늘을 배경으로 파리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져 있다.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여성의 매혹적인 몸매와 혼곤히 잠에 취한 모습에서 눈길을 떼기 어려웠다. 그림의 다른 한편에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복잡한 표정의 남자가 서 있다. 다 벗고 온 몸을 열어 놓은 채 잠에 빠진 여자와 옷을 다 차려 입고 그녀를 내려다보는 남자. 진탕한 섹스 뒤 풍경이라기엔 어딘지 부자연스럽다. 그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 둘, 채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그녀를 두고 지금 떠나려는 참인가?

그는 지난밤의 열정적인 섹스에 취한 그녀와 달리 차분하고 냉담하며 심지어 회한에 가득 차 있어 보인다.

이 그림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앙리 제르벡스(Henri Gervex 1852~1929)의 ‘롤라(Rolla)’다. 제르벡스는 알프레드 드 뮈세의 소설 ‘롤라’를 읽고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롤라’는 그림 속 남자의 이름이다. 롤라는 마리온이라는 고급 창녀에게 빠져들어 그녀와의 하룻밤을 위해 온 재산을 쏟아 붓는다. 그는 다음날 독약을 먹고 마리온의 팔에 안겨 세상과 결별하는, 통속적이고 비극적 소설의 주인공이다.

앙리 제르벡스는 1878년 소설의 절정인 ‘마리온과 사랑을 나눈 롤라가 회한과 후회에 차 그녀를 바라본다’는 장면을 포착해 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롤라’를 다른 두 작품과 함께 파리의 대표적 살롱 전시회에 출품했지만 너무 저급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그는 이 그림을 어느 가구점의 쇼윈도에 석 달 동안 내걸었고, 사람들이 이 그림을 보기위해 몰려들면서 소문은 퍼져나갔다. 결국 제르벡스는 이 그림으로 단박에 유명해 졌다.

이 그림은 매혹적이긴 해도 사실 별로 유쾌하지 않다. 잠든 모습을 보면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것 같다. 심지어 저급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느 한 부분 가리지 않고 방만한 몸짓으로 온 몸을 열고 잠들어서가 아니라, 잠에 취한 그녀의 얼굴이나 태도 어디에서도 사랑을 나눈 남자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롤라를 전혀 사랑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그녀에게 그는 진실한 사랑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그녀가 원하는 화려한 생활과 칭송, 그리고 하룻밤 격정을 나눌만한 상대였나 보다.

성 전문가의 눈에서 이 그림이 서먹하고 어색한 이유는 사랑하는 남녀가 멋진 사랑을 나누고 나면, 서로 엉켜 안고 잠에 취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오르가슴은 숙면을 돕는다. 흔히 섹스를 좋은 최면제라고 하는 이유다.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섹스 후에 함께 잠들고, 자는 중에도 상대의 손을 꼭 쥐거나 어깨에 입맞춤을 하거나, 팔베개를 하며 폭 안는 것이 당연하다.

대체로 남자는 그런 숙면을 맛보기 위해 적당히 피곤하면 섹스를 하고 푹 자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여자는 피곤하면 섹스에 대한 생각은 달아나고 말지만. 연구에 의하면 남자들이 섹스 뒤 잠에 빠지는 이유가, 오르가슴과 사정 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고갈되기 때문에 극심한 피로를 느껴서라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자들이 섹스를 나눈 뒤 금방 코를 골며 잠에 빠지게 되는데, 여자들은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배설한 것”이라며 전전긍긍 불평을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여자는 멋진 섹스를 하고 나면 오르가슴을 느낄 때 ‘콸콸’ 분비된 옥시토신이라는 애정 호르몬 덕분에, 섹스 뒤에도 남자와 얼마간 더 안고, 입 맞추고, 쓰다듬는 시간을 원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성생리가 다른데서 오는 오해인 것이다.

어쨌든 그림 속의 롤라는 자신이 마약처럼 빠져 들었던 마리온에게 황홀한 극치감을 선사했지만 정작 자신은 너무 생각이 많아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롤라는 자신에게 베아트리체 같은 마리온과의 하룻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막상 마리온과의 섹스는 격정적이었는지는 몰라도 마음에 후회와 쓰디쓴 회한만 남겨주었다.

‘이것이 내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것이란 말인가?’ 마리온의 살은 향긋했고 부드러웠고 그 밤의 살의 향연은 더없이 화려했지만, 마음이 담기지 않은 섹스, 그 속에 깃든 영혼의 조우가 없는 섹스는 그에게 텅 빈 공허만 안겨 주지 않았을까?

섹스는 두 사람의 몸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또 몸은 그저 몸만이 아닌 우리의 영혼과 마음을 담아 두는 그릇이다. 그래서 섹스는 몸과 마음과 영혼, 그리고 그 안의 모든 에너지들이 서로 교류하는 ‘소통의 통로’이다. 사랑도, 마음도, 영혼도 없는 ‘극적인 하룻밤’이 덧없고, 자신이 비루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사랑이 담기지 않은 섹스’의 후회와 상처는 누구에게나 해당한다. 하룻밤 정사(Onenight Stand) 뿐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하는 배우자라 하더라도!

 

글 : 배정원

(성전문가, 애정생활 코치,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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