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들어선 태아 제왕절개 이제 그만?

 

산모 뱃속에 거꾸로 들어선 태아를 정상 위치로 되돌리는 ‘둔위교정술’을 통해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지금까지 머리가 위를 향한 ‘둔위(역아) 태아’는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역아회전술로도 불리는 둔위교정술은 임신 말기인 36-37주에도 태아의 머리가 위를 향했을 때 시행된다. 임신 26주인 산모의 40%에서 둔위 태아가 나타나지만, 임신 말기인 37주가 되면 대부분 정상 자세로 돌아와 둔위 태아의 빈도는 4%까지 떨어진다.

둔위교정술은 의학 교과서나 외국 학회 진료 지침에도 명시된 시술법이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 등 의료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적극 활용돼 온 방법이다.

미국산부인과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든 만삭의 둔위 산모에게 의사는 둔위교정을 권유해야 한다. 단, 둔위교정술을 시도하기 전에 태아의 건강상태를 평가해야 하며, 응급제왕절개술이 즉시 가능한 상황에서만 시행돼야 한다.

과거에는 둔위교정술이 많이 이뤄졌지만, 초음파 등 첨단 장비가 없던 시절에는 진찰에만 의존하다보니 부작용의 위험이 많아 제왕절개술로 대체됐다.

하지만 초음파나 전자 태아 맥박 감시 장치 등 첨단장비가 보편화되면서 최근 들어 둔위교정술은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의료장비를 통해 태아 상태를 계속 볼 수 있는 만큼 안전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둔위교정술은 의사가 산모의 하복부를 손으로 밀어 올리면서 머리의 방향을 아래로 조절해 태아의 자세를 정위(두위)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마취나 별도의 기구 없이 초음파로 태아의 위치를 보고 심장박동 등을 확인하면서 진행한다.

자세를 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에서 3시간까지 산모마다 차이가 있다. 둔위교정술을 해도 태아의 자세가 되돌아가는 경우는 2.5% 정도로 보고되는데, 이러면 자세를 다시 돌리면 된다.

둔위교정술은 임신 말기인 36-37주에 시행된다. 보통 출산 전에 태아의 자세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그렇지 않더라도 임신 말기에 자세를 돌려야 다시 되돌아가지 않는다. 둔위교정술을 하다 응급분만을 하게 되더라도 아기는 이미 다 컸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둔위교정술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산모가 이전에 2차례 이상 제왕절개술을 받았거나 전치태반, 양수과소증, 심한 임신중독증, 양수 파열, 자궁하부에 커다란 자궁근종이 있다면 둔위교정술을 시행할 수 없다. 태아가 수두증 등 기형이거나, 머리를 젖히고 있는 자세, 여러 번 제대에 목이 감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제왕절개 시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둔위 시 제왕절개 수술에 대한 부담이 없어 선호된 측면이 있다”며 “둔위교정술을 가르치고 배울 기회가 많이 없어 국내에서는 생소한 느낌이 드는데 시술 과정을 잘 관찰하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킨다면 배우기도 쉽고 안전한 시술”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3백건의 둔위교정술을 실시해 210명의 태아를 정상 자세로 돌려 자연분만하는 데 성공해 7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둔위교정술보다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주장도 있다. 자세가 정상으로 돌아왔더라도 진통하다 태아 곤란증이나 아두 골반 불균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10-20%가 제왕절개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둔위교정자세로 산모 체위를 거꾸로 해 태아 위치가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과학적 근거나 결과가 애매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산모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심적 안정감을 줄 수는 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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