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 장군은 어떻게 강동6주를 얻었나

 

배지수의 병원 경영

[사례1] 대학병원 의사인 철수는 열흘 후 미국으로 연수를 떠납니다. 그 동안 3년간 탔던 S브랜드 자동차를 처분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정보를 검색한 결과, 잘 하면 1,200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딜러에게 물어보니 800만원밖에 안쳐준다고 해서 직접 인터넷에 올려서 팔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으로 가야 할 날이 10일밖에 안 남았으니 일주일 정도 기다리다 적당한 매수자가 안 나타나면 800만원에 딜러에게 넘기려는 복안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용석이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K 기업 연구소로 취업을 해서 막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용석이는 자동차 구매 예산으로 1,000만원까지는 쓸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철수를 만나 얘기해 본 결과, 철수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열흘이라는 시간적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일단 700만원으로 후려쳐서 가격을 불렀습니다.

이 경우 철수는 초기에 1200만원을 생각했고 최후의 보루는 800만원입니다. 800만원에서 1200만원의 가격 밴드가 형성이 됩니다. 용석이는 초기에 700만원을 불렀고, 최후의 보루는 1000만원입니다. 용석이의 경우 7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가격 밴드가 형성이 됩니다.

판매자와 구매자 가격 밴드 중 겹치는 영역, 여기서는 8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를 ZOPA (Zone of Positive Agreement)라고 하며, 이 사이 어느 지점의 가격에서 협상이 타결될 것입니다. 물론 밀당을 통해서 누가 더 배짱과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유리한 가격으로 협상을 결론지을 것입니다.

[사례2] 올해 56세인 김사장은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사장은 부인과 함께 요트를 사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 젊었을 때부터 꿈입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주유소를 팔고, 요트를 사서 2년 동안 세계일주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다시 일자리를 얻어서 여생을 지내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인근에 주유소가 새로 들어온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주유소를 새로 지으려면 8억정도 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음씨 좋은 김사장은 이 주유소를 7억에 넘기려고 합니다.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괜찮은 가격인 듯 합니다. 7억을 받아서 5억짜리 요트를 사고, 1억은 세계일주를 하면서 쓰고, 나머지 1억은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와서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생활을 하기 위한 자금입니다.

한편 이 과장은 모 정유업체 직원입니다. 김사장이 있는 지역에 주유소 하나를 확보하라는 본사의 명령을 받고 김사장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과장은 회사로부터 6억 정도로 주유소를 확보하라는 지침을 받았습니다. 사실 시가는 더 나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정해진 수익률이 있기 때문에 그 이상 돈을 지불하는 것은 안 된다고 내부 결정이 나 있는 상태입니다.

 

이 경우는 김사장의 가격밴드의 최소값은 7억입니다. 그 이하로는 팔 생각이 없습니다. 반면 이과장의 가격 밴드의 최대값은 6억입니다. 이 이상을 지불할 권한이 없습니다. 여기서는 ZOPA 가 형성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협상이 결렬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돌아가던 이과장은 자꾸 미련이 남았습니다. 그냥 돌아가면 사장님은 자기를 무능하다고 평가할 것 같았습니다. 이번 승진에 누락 될 수도 있습니다. 이과장은 다시 차를 돌렸습니다. 김사장님과 소주 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소주 한잔을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서로 속 사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과장은 새로운 제안을 생각해 냈습니다. 주유소 인수가격을 6억으로 하고, 대신 세계일주 후에 김사장님을 주유소 관리자로 취직시켜주는 조건을 제안했습니다. 김사장님 입장에서는 세계 일주 이후에 일자리를 확보해서 좋고, 회사 입장에서는 6억으로 주유소를 확보하고 또 유능한 관리자 한 사람까지 확보하는 셈이었습니다.

[사례1]과 같이 한 개의 선상에서 밀고 당기며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배분적 협상’이라고 합니다. 한 쪽이 이익을 보면 그만큼 다른 쪽은 손해를 보게 됩니다. 결국 한쪽이 보는 이익과 다른 쪽이 보는 손해를 합하면 0 이 된다고 해서 ‘제로썸(Zero Sum)’ 게임이라고 합니다.

[사례 2]와 같이 겉으로 보이는 가격 이외에 다른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내서 협상의 폭을 넓히는 방식을 ‘통합적 협상’이라고 합니다. 통합적 협상의 경우 양쪽 다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윈윈(Win-Win)’ 게임이라고 합니다.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협상은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배분적 협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서로 대화하고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 대부분이 ‘통합적 협상’으로 바뀝니다. 통합적 협상을 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어려워 보이던 협상도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통합적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포지션(Position)과 인터레스트(Interest)라는 개념을 알면 도움이 됩니다. 포지션은 겉보기에 원하는 입장입니다. 인터레스트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진짜 원하는 속마음입니다.

우리나라 역사 상 가장 훌륭한 협상가는 고려의 서희 장군입니다. 서희 장군은 거란의 소손녕 장군이 침입했을 때 홀몸으로 적진에 들어가 담판을 했습니다. 담판 끝에 전쟁 없이 거란군이 퇴각하도록 하고 강동 6주를 얻었습니다. 다음 내용은 우리 아이들이 보는 위인전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홀몸으로 적진으로 들어간 서희 장군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거란군을 이끄는 소손녕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네 이 놈, 우리의 국호가 왜 고려인줄 아느냐? 고구려의 대를 이었다는 의미에서 고려라 이름 지은 것이다. 이렇듯 우리 선조이신 고구려인들이 말을 타고 달리던 기상이 남아 있는 이 땅을 너희들이 어찌 감히 범접하느냐?” 이 말에 거란군 전체가 겁을 먹고 군사를 물리어 강동 6주를 힘들이지 않고 획득했다.]

거란의 소손녕이 고려를 침입했을 때 명분은 “고려의 왕이 백성을 잘 다스리지 못해 하늘을 대신해 천벌을 내리러 왔다.” 입니다. 이는 포지션입니다. 그런데 거란의 속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거란은 중국 대륙의 송나라를 정벌할 계획이었습니다.

당시 고려는 송나라를 사대 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거란 입장에서 송을 정벌하려 하니 등 뒤의 고려가 거슬렸습니다. 마치 지금의 한미 합동 방어 조약과 비슷합니다. 송과 고려 둘 중 어느 하나가 전쟁이 날 경우 자동적으로 동맹국이 전쟁에 참여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송을 정벌 하기 전에 고려를 먼저 길들여놓고자 고려에 침략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인터레스트입니다.

서희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소손녕에게 찾아가, “너희가 송을 정벌할 때 우리는 중립을 지킬 것이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추가 제안 (Nibbling)을 빼먹지 않았습니다. “너희가 관심 없는 땅 강동 6주를 고려에 달라. 그렇게 하면 내가 돌아가서 친송파 대신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 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추가 제안 (Nibbling)도 협상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비싼 양복 하나 사면서 넥타이 하나 끼워달라고 하거나, 골프채를 사면서 골프공을 끼워달라고 요구하는 식입니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협상을 하는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건물주와도 협상을 하고, 직원들과도 협상을 하고, 인테리어 업자들과도 협상을 하게 됩니다. 위의 협상 관련 이론들을 숙지하시고, 여러 상황에 적용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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