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선 못 배우는, 내 아이에게 가르칠 것들

 

정신과 의사의 좋은 아빠 도전하기(4)

미국 노스케롤라이나 채플힐이란 곳에서 연수를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Y 선생님의 딸인 고등학생 수진이가 어느 날 한 로봇 인형을 들고 집에 왔습니다. 학교에서 내준 과제라면서 말입니다.

그 인형은 밤새 불규칙하게 울었습니다. 어떤 때는 안고 얼러줘야 그쳤고,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하기도 했으며, 어떤 때는 우유병을 물려야 울음을 그치곤 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칭얼대는 인형을 돌보느라 수진이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샜습니다.

인형 속에는 칩이 내장되어 있어 수진이가 얼마나 자신을 잘 보살펴 주고 있는지 저장되고 있었습니다. 만일 수진이가 귀찮다고 그 인형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팽개쳐 놓으면, 칩의 기록으로 인해 수진이는 성적을 나쁘게 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Y 선생님과 저는 도대체 이 과제의 의도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인형을 통해서 부모님의 노고를 생각하고 효심을 키우라는 의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미국 사회의 미혼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노동과 책임이 따르는 것’이며, ‘섹스란 준비가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교육시키기 위해 전국적으로 도입된 프로젝트였던 것입니다.

좀 쇼킹한 일이었습니다. 순결을 지켜야 한다느니,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니 훈계 식 교육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듯 했습니다. 준비 안된 상태에서 애 낳으면 이렇게 고생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체험으로 알게 만드는 것입니다. 도덕적 설득이나 야단치기보다, 사실을 근거로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면에서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과학 교과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중학교 때 배웠던 내용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그 중에 반가운 내용이 있었습니다.

“활 석 방 형 인 장 석 황 강 금”

기억 나십니까? 중학교 때 입이 닳도록 외웠던 모오스 경도계 입니다. 돌맹이들을 단단한 순서로 나열한 것입니다. 활석, 석고, 방형석… 등등. 너무도 열심히 외워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제 입에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실제로 그 돌들을 보게 되면 뭐가 뭔지 모를 것 같았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OECD 가입국이자 세계 10대 무역국가에 살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도 그 돌은 직접 보지 못한 채 돌 이름만 운율에 맞춰 외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치려고 노력을 해야 할 듯 합니다. 학교에서 그 역할을 못하면 집에서 부모가 해야 합니다. 집에서 반드시 가르쳤으면 좋은 내용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1. 돈 관리 하는 법

필자는 자녀에게 금융 지식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어 보니, 내 집 마련하고, 대출을 갚아나가고, 재태크를 하고, 노후준비를 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런 내용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들에게 제가 가르치고 싶은 것은 돈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자산’과 ‘용돈’이 다른 것이라는 개념입니다. 똑같은 돈이 아니라 돈에 라벨이 붙어있는 것입니다. 자산은 불어나는 돈이고 용돈은 쓸 수 있는 돈입니다. 자산은 아이들이 평생 불려나가도록 관리하는 돈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돌이나 명절 때 어른이 주는 돈들을 펀드나 청약 저축 등으로 묶어 두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니 명절 때 받은 돈을 쓰고 싶어합니다. 그 돈의 70%는 자산으로 묶어두고, 30%는 용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교육을 합니다. 일단 자산으로 묶인 돈은 저축을 하게 하고 그 통장의 액수가 늘어나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자산은 물건을 사는 데에는 절대로 쓸 수 없습니다. 대신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를 위해서는 쓸 수 있습니다. 투자를 해서 손해를 보는 것도 좋은 교육인 듯 합니다. 어릴 적 적은 돈으로 투자 손실을 경험하는 것은 아이가 평생을 살아가는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

고등학교 동문회에 나가보면 공부 잘했던 친구들이 꼭 성공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부 못했던 아이들 중 사업에 크게 성공한 친구들을 보게 됩니다. 그 친구들이 생색을 내면서 동문회 식사비를 다 계산하는 것들을 보면서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공부 잘 하는 것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를 잘 하건 못하건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몇 가지 특성이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 제가 주목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리더십, 영업능력, 친화력 등의 기초가 됩니다.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 읽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 중 제가 생각한 방법은 TV 드라마를 같이 보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TV 드라마는 수준이 높습니다. 웬만한 미드(미국 드라마)보다 재미있습니다. 국내 드라마 작가들의 심리학적 재능은 세계적인 수준인 듯 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저보다 몇 배 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잘 터치해냅니다.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드라마를 아이들과 같이 보면서 주인공이 왜 저 때 저런 말을 했을까? 주인공은 어떤 생각을 하고 저런 행동을 할까? 의견을 나누다 보면 의외로 아이들과 대화를 재미있게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3. 이성교제 하는 법

인생에서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선택이자 투자인 듯 합니다. 결혼 생활이 불행하면 다른 쪽에서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둬도 그리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내 친구들 중에는 싱글일 때 이 남자 저 남자 양다리 걸치며 어장 관리한다고 친구들에게 욕 먹었던 분들이 결혼을 잘 한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결혼 후에는 가정에 충실한 현모양처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살짝 배 아파하는 모양입니다.

실제 해외에서 발표된 논문 중 더블데이트를 했던 사람이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정조 관념이 중요한 반면, 양다리 걸치는 어장관리에 대해서는 관대했습니다. 미국은 반대입니다. 성적으로는 개방적이어서 이성의 과거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한번에 두 명 이상 데이트 하는 더블데이트는 도덕적으로 매우 안 좋게 봅니다. 신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더블데이트 한 사람이 더 잘 살까? 우리나라에서는 왜 어장 관리한 사람들이 더 결혼을 잘 할까? 궁금합니다. 그 이유를 두 가지로 해석해 보건 데, 첫째는 여러 사람을 만나보았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 수준이 낮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여러 사람을 만나는 동안 알게 모르게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갈고 닦았다는 점입니다.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으니 정작 좋은 이성을 만났을 때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법이겠지요.

필자는 자녀들에게 이성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이성친구가 생기면 관심을 가지고, 그 아이를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사귀는 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자꾸 이성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성을 대하는 매너가 생기고, 훗날 결혼 적령기가 되었을 때 자기가 원하는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술을 갖출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위의 소개한 내용들이 모두에게 적용될 만큼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부모의 입장에서 학교나 학원에서 못 배운 지식, 인생을 살아보면서 중요한 지식이라고 느꼈던 점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정신과 의사의 좋은 아빠 도전하기 이전 시리즈 보기

(1) 우리 두 아이는 어떻게 반장이 됐나

(2) ‘우리 아들 똑똑해’ 이 말에 담긴 위험

(3) 귀한 내 아이, 칭찬거리 없으면 ‘아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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