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염진통제 시장 부작용 논란 속 경쟁 가열

국내 소염진통제 시장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른다. 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장기복용 시 면역력까지 약화시키는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주를 이룬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체내에서 ‘콕스(COX)-1’과 ‘콕스-2’라는 효소를 억제해서 염증을 가라앉힌다.

이러한 소염진통제들은 이전보다 안전하고 좋은 효과를 냈지만, 두 효소를 모두 억제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위장장애와 출혈 등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두 효소의 상반된 작용 때문이다. 콕스-1은 염증이 퍼지지 않도록 혈액을 응고시키고 혈관을 수축하는 물질을 만드는 동시에 위 점막 보호물질도 생성한다. 콕스-2는 염증 유발 물질을 만들면서 혈전을 예방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자연 두 효소를 모두 억제하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위 점막이 상해 위장장애나 출혈 등 위장관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개발돼 시장에 출시된 소염진통제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콕스-2만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소염진통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이자의 ‘쎄레브렉스(세레콕시브 성분)’가 대표적이다. 쎄레브렉스는 연간 처방액이 6백억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치료제다. 오는 6월에 특허가 만료돼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 출시를 위해 줄을 섰다.

이런 가운데 한국MSD가 지난 12일 선택적으로 콕스-2를 억제하는 신약인 ‘알콕시아정(에토리콕시브 성분)’에 대한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혀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알콕시아는 골관절염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받았고, 국내에는 30mg 저용량이 공급된다.

한국MSD에 따르면 알콕시아(30mg)는 40세 이상 국내 무릎 골관절염 환자 239명을 대상으로 한 비교임상에서 쎄레콕시브 200mg에 상응하는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한국MSD 김현 본부장은 “알콕시아는 치료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반감기가 28.5 시간으로 길어 하루 한 알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알약 크기가 작고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해 중장년층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알콕시아의 국내 출시에 발맞춰 한국화이자도 지난 9일 제일약품과 쎄레브렉스에 대한 코프로모션 협약을 맺으며 국내 시장 방어에 나섰다. 양사는 이 날 업무 협약식과 함께 전략 워크숍도 갖고, 병원 영업을 분담하며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한국화이자의 김선아 부사장은 “이번 협력으로 마켓 리더십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계열의 신약 출시와 줄 선 제네릭 등 경쟁 체제는 타오르고 있지만, 안전성 논란에 대한 불씨를 꺼뜨릴 필요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선택적 콕스-2 억제제 계열의 소염진통제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를 확실하게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콕스-2 효소를 억제하면 염증은 가라앉지만, 혈전이 생기고 혈압이 오를 수 있어 심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사용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알콕시아 이전인 지난 2000년에 콕스-2 억제제 계열의 소염진통제인 ‘바이옥스(로페콕시브 성분)’를 선보였던 한국MSD는 심혈관계 부작용 관련 여파로 4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된 바 있다. 알콕시아는 골관절염과 류마티스성 관절염, 만성요통을 겪고 있는 7천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임상과 시판 후 조사를 진행해 안전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부종과 어지럼, 두근거림, 두통, 고혈압, 변비 등이 위약군보다 1~10% 정도 더 잦게 보고됐지만, 심혈관 질환에 관한 부작용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한국MSD측은 “알콕시아는 바이옥스와 성분이 완전히 다를뿐더러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알콕시아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걸림돌이다. 한국MSD측은 “FDA가 추가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미국 본사인 머크가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며 “향후에도 승인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계열인 화이자의 쎄레브렉스도 이러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출시된 지난 2000년에는 미국의학협회지(JAMA)를 통해 쎄레브렉스의 위장관 합병증 발생률이 낮고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실리면서 우려는 불식되는 듯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6년간 실시된 시판 후 조사에서 산발성 선종성 폴립증 환자에게 투약할 경우, 심근경색 등 중증 심혈관계 부작용의 위험이 증가하는 등의 이상반응이 확인돼 식약처가 2007년에 허가사항을 바꿔 심혈관계 위험에 대한 문구를 추가하기도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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