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선 왜 환자보다 의사가 우선일까

 

“우리 비행기는 곧 이륙합니다. 이륙 전 비행기 내 안전수칙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기내에 예기치 못한 기압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는 비상시 내려오는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도움이 필요한 동반자가 있을 시에는 본인의 마스크 착용 상태를 먼저 확인한 뒤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비행기를 타면 항상 이륙 전에 이와 같은 안내방송을 듣게 된다. 아이를 동반한 어른이라면 마지막 문장에 주목해보자. 어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쓴 뒤 아이의 마스크 착용을 도와야 한다는 부분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먼저 마스크를 씌워주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더라도 말이다.

미국 의사인 브릿 베렛도 그의 저서인 ‘환자는 두 번째다’에서 이 같은 예를 든 바 있다.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첫 번째고 환자가 두 번째라는 것이다. 환자가 최우선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어긋나는 충격적인 발언이지만, 이는 의사가 위급하면 환자를 도울 수 없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우선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똥부터 꺼야 한다.

부자의 1억 원 기부와 서민의 1만 원 기부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돈이 상대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부자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부자가 1억 원쯤 기부한다면 서민도 1만 원 정도는 기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민이 1만 원을 내는 일이 더 쉽지 않을 것이다. 부자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누리는 상태에서 여윳돈을 내는 것이지만 서민에게 1만 원은 기본적인 생활비에 포함되는 돈이기 때문이다.

소시민에게 부담을 주는 세수 증대 방안이 비난을 받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유한양행을 세운 고 유일한 박사가 최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기업인의 표본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등으로 인해 부자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아쉬움이 큰 시기인 까닭이다.

물질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융통성이 생긴다는 것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결국 이타적인 의무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려면 그 전에 어느 정도 이기심이 필요하다. 여기서 이기심이란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라는 의미가 아니다. 학술지 ‘신경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심장질환이나 치매의 위험률이 높아진다고 하니 이러한 마음가짐은 본인의 건강에도 좋을 것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넉넉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우선 본인이 좀 더 자족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라는 의미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나를 먼저 성장시키는 ‘이기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우는 사람은 이기주의자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마스크를 씌워줄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본인의 변화를 먼저 이뤄내면 보다 많은 사람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성장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와 의도만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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