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손가락 베이면 왜 이렇게 아플까

책을 넘기다가 손가락이 베이는 상상만 해도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몸소름이 돋는다. 길을 걷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진다거나 모서리에 부딪혀 멍이 드는 상상을 할 때도 이처럼 소름이 끼치지는 않는다. 왜 유독 손가락을 베이면 이처럼 고통이 큰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멜라니 헨리 의학박사에 따르면 손가락 끝부분은 극단적으로 민감한 부위이기 때문에 이처럼 통증이 크다.

우리는 주변 환경이나 특정 사물을 탐구하고 조사할 때 손가락 끝을 많이 이용한다. 물체가 뜨겁거나 차갑지는 않은지, 딱딱한지 물렁한지, 날카로운지 뭉툭한지 손끝의 감촉을 통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손가락 끝의 피부는 무언가를 감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학과 루이즈 오클랜더 교수에 따르면 팔이나 다리로 물건의 감촉을 느낄 때보다 손으로 물건을 만질 때 우리의 뇌는 10배 이상 집중하는 능력을 보이는 것 역시 손가락의 민감성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즉 손가락은 통각수용기의 밀도가 가장 높은 신체 부위다. 우리 신체의 거의 모든 부위가 아픔을 느끼는 통각수용기를 가지고 있지만 손가락이 특히 더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는 의미다.

종이 자체도 통증을 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종이의 날이 상당히 날카롭기 때문이다. 또 차분하게 책을 읽는 정적인 상황에서 급습을 당한다는 점도 아픔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오클랜더 교수는 “갑작스러운 상처와 부상은 통증을 가중시키는 작용을 한다”며 “발에 잡힌 물집은 서서히 생기기 때문에 놀랄 이유가 없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프다는 느낌도 없다. 반면 종이에 베였을 때는 깜짝 놀라게 될 뿐 아니라 순간 통증을 느끼게 되므로 더 아프다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다행인 것은 손가락은 종이에 베이기 쉬운 만큼 치료도 손쉽다. 깨끗한 물로 헹군 다음 밴드나 붕대로 감싸두기만 하면 된다. 상처 부위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통증이 더욱 커지고 세균에 감염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처럼 상처 부위를 감아두는 것이 좋다. 살짝 베인 정도라면 하루에서 이틀만 지나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치유가 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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