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후회할 것인가, 안 하고 후회할 것인가?

 

배지수의 병원 경영

필자의 나이는 40대 중반입니다. 30대 일 때는 40대 중반 어른들을 보면 많이 늙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40대 중반을 살아보니, 지금이 인생의 가장 황금기라고 생각됩니다. 한창 일할 나이입니다. 회사건 다른 조직이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40대 중반입니다. 세상의 중심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40대 중반 나이인 제가 이런 얘기하면 인생의 선배들이 뭐라고 할 것 같긴 하지만, 돌이켜 보면 후회스러운 일들 있었습니다. 인생에는 크게 세 번의 기회가 있다는데, 그 기회를 놓쳐버린 일들입니다.

첫 번째 놓친 기회= 네이버 상장 전 주식을 거절하다

첫 번째 기회는 2000년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정신과 전공의 2년차, 30대 초반, 총각이었던 필자는 주말이면 클럽프렌즈라는 회사에서 주최하는 파티장에 놀러 가곤 했습니다. 클럽 프렌즈 파티장에 가서 아가씨들을 만나는 것 외에도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벤처 기업가들도 몰려 들었는데 그들과 인맥을 쌓으면서, 비즈니스 세계에 눈을 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필자는 초창기 벤처 1세대 스타 기업가 중 한 명을 만나게 됩니다. 자기가 설립한 회사를 꽤 괜찮은 가격으로 다른 회사에 넘긴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돈을 많이 번 그는 많은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그는 필자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안을 해왔습니다. 바로 네이버 주식을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검색 시장은 춘추 전국 시대였습니다. 야후, 알타비스타, 다음, 라이코스, 한미르 등 쟁쟁한 회사들이 경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야후가 단연 독보적이었고, 다음과 라이코스가 잘나가는 편이었습니다. 반면 신생회사인 네이버는 별다른 내 놓을 것이 없는 듯 했습니다. IT 비즈니스에 문외한인 제 눈에도 네이버 사이트는 당시 초라한 수준이었습니다.

필자는 다시 물었습니다. “수많은 사이트가 있는데 그 중 네이버가 왜 뜬다는 거죠?”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멤버들이 괜찮은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저는 안 산다고 했습니다. ‘회사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멤버들’이라고 말하는 그의 지론이 당시 저에게는 너무 어렵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상장되기 전 네이버 주식을 그 때 샀더라면, 지금쯤 그 자산가치는 50억원 정도 할 것 같습니다. 그랬더라면 제 삶은 많이 달라졌을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주식을 샀더라도 상장되자마자 1,2억원 정도 되었을 때 팔아 치웠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이후 계속 상승하는 네이버 주식을 보면서 ‘괜히 팔았다!’고 내내 후회하며 살았을지도 모르지요.

두 번째 놓친 기회= 김용 세계은행총재와의 만남을 포기하다

두 번째 기회는 2004년 MBA 1학년 시절이었습니다. MBA 1학년을 마치면, 학생들은 여름 방학 동안 썸머 인턴으로 회사에 3개월 정도 취업해서 일을 합니다. 좋은 회사에서 썸머 인턴을 하면 졸업반 때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썸머 인턴 자리를 찾는 ‘Job Search’는 1학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비즈니스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의사만 하다가 MBA 학교에 입학한 필자로서는 이 인턴 자리를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가고 싶었던 컨설팅 회사들은 최종 면접까지 갔다가 줄줄이 떨어졌습니다. 신문에서만 봐왔던 명망 있는 회사들에 인터뷰를 갔지만, 결국 오퍼는 받지 못하고 다 떨어졌습니다. 당시 한 30군데 정도 회사에 시도를 했다가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러다 생각 난 곳이 세계보건기구(WHO)였습니다. 이 곳에서 돈 안받고라도 인턴을 하면 이후 이력서에 한 줄 채우기엔 좋을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썸머 인턴이라는 것이 그 곳에 영원히 취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2학년 졸업반 때 취업할 때 유리한 내용을 이력서에 적기 위함이었으니까요.

당시 WHO 사무총장님은 한국인이자, 서울의대 선배이신 이종욱 박사였습니다. 사이트를 뒤져 그의 이메일 찾아 인턴을 해보고 싶다는 글을 써 보냈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하루가 지난 다음 WHO 사무총장님으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그는 제 열정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WHO 에 들어오길 조언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안 도와주시겠다는 뜻이구나 하고 섭섭한 마음이 물밀듯 몰려왔습니다. 괜한 청탁을 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메일을 보던 중 참조로 김용이라 적힌 부분이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당시 저는 이것 저것 가리면서 체면치레 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10번이건 30번이건 거절 받는 것은 똑같습니다. 참조된 그 분께 메일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분에게도 답메일이 왔습니다. 이종욱 박사님이 배지수 씨 WHO 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했다는 내용으로 말이죠. 그는 친화력 좋은 분이었습니다. 이런 말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농담을 하시면서, 지극히 사소한 내용들까지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기존에 원서를 넣어두었던 삼성생명에서 인턴 오퍼가 왔습니다. 삼성생명과 WHO 두 군데 잡오퍼를 받고,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 비즈니스 쪽으로 커리어를 가져가고 싶으면 회사 경험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결국 삼성생명에서 인턴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수년이 지난 뒤, 아이비리그 다트머스대학교 총장으로 김용 박사가 부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WHO 에서 저에게 전화를 하셨던 바로 그 분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세계은행 총재로도 지명되었습니다. 이전 순간에 일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기가 막히는 일입니다. 그 때 김용 박사님의 제안을 받아 WHO 로 갔었더라면, 또 인생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WHO 갔더라도 일을 잘 못해서 김용 박사님 눈밖에 나고, 일이 꼬였을 수도 있었겠지요.

세 번째 놓친 기회 = 머크 제약회사 사장의 스카우트를 거절하다

세 번째 기회는 제약회사 머크에서 근무할 때 입니다. 당시 저는 대회협력이사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머크 한국 사장으로 마크 팀니라는 분이 부임해 있었습니다. 영국인이고 호주에서 성장한 사랍입니다. 머크에 입사하기 전, Bain 이라는 컨설팅 회사에서 2년간 빡빡 구르면서 일하는 법을 배웠고 한창 물이 올라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이 사장은 머크사 회장에 한국 비즈니스 현황을 보고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 자료 준비를 컨설턴트 출신인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머크 직원들이 5시가 되면 다 퇴근해도 필자는 밤을 새워 가면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이 사장이 마음에 들어라 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 취업하고 있기 보다는 내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일년 정도 지내다가 사표를 들고 사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거처가 옮겨질 것 같으니 자신과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거절했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년 정도 지난 시점에 그는 일본 사장으로 부임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비즈니스의 거의 10배에 해당되는 큰 규모에서 총 책임자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또 2년이 지나 더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마크 팀니 사장은 미국 사장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머크 전 세계의 조직에서 명실공히 회장님 다음의 2인자가 되신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크게 될 분을 그 때 몰라봤습니다. 당시 좀 참고 있다가 일본에 따라갔었더라면, 그리고 열심히 충성해서 심복이 되었더라면, 지금쯤 인생은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다른 예기치 못한 일들로 인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기왕 후회할 거면 도전하는 후회를 해라

이렇게 세 번 큰 기회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기회를 그 순간에는 못 알아봤다는 점입니다. 항상 지나고 나서 “그 때가 기회였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인생의 기회는 세 번 만 오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온 기회를 잘 잡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두 가지 후회를 하고 산다고 합니다. “어떤 선택의 상황에서 하지 않고 지나간 다음 그 때 그걸 했었어야 하는데.” 라고 후회하기도 하고, “무엇인가 하고 나서 괜히 했다.” 라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많은 친구들은 자기가 사업을 하면 잘 할 것 같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도전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를 합니다.”그 때 사업을 시작했었어야 하는데.” 이런 후회를 자주 하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합니다. 그 대신 안정적으로 살아갑니다.

사업을 과감하게 시작하면, 처음의 생각대로 사업이 굴러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성공한 사업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누구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일어서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왜 내가 이 짓을 시작했지?” 처절하게 후회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도전하는 사람들입니다. 도전을 하기 때문에 인생의 대박도 터뜨릴 수 있습니다. 반면 쪽박 찰 수도 있습니다. 스릴 있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필자의 위 세가지 경우는 “그 때 했었어야 하는데 괜히 안했다”라며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해 후회한 것입니다. 지금 저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영위하다 순간순간 “내가 왜 이 짓을 시작했지?” 생각이 듭니다. 골치가 아프고 머리가 새고, 주름이 늘어갑니다. 그러나 도전하며 가끔씩 후회하는 제 모습이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좋습니다. 골치 아픈 일이 산적해 있지만, 그래도 사업을 하는 저의 모습이 좋기 때문입니다.

기회는 수시로 찾아오고, 또 떠나가곤 합니다. 지금도 필자 앞에 기회들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해야 할 판단과 결정이 기회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참 어렵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기회를 잡는 방법인 듯 합니다. 또한 매 상황에서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해보는 것도 기회를 잡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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