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전통의 동화약품, 어쩌다 이리 됐나

 

‘땅콩 회항’ 사건의 파장이 기업의 경영 세습과 위기 관리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재벌이나 중견기업의 경영 세습은 막강한 가족 경영진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마비되기 십상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에는 위기관리 능력의 총체적 부실도 초래한다.

제약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117년 전통의 동화약품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회적 파문을 몰고 온 대형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유산균제제 ‘락테올’의 무단 원료변경으로 신뢰성에 타격을 입은 동화약품은 이달 초 사상 최대의 불법 리베이트 혐의에 휘말렸다. 검찰 발표액만 50억원대로 2008년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 법규와 2010년 쌍벌제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타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과 달리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원룸 임대료까지 대신 납부해주면서 자사의 처방약 영업에 사활을 걸었다고 한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제약보국’의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회사 측의 설명과 달리 뒷돈 대주기에 공을 들인 셈이다.

동화약품은 작년 이맘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어린이용 정장제 락테올에 대해 허가취소와 함께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식약처가 허가한 원료 대신 다른 의약품 원료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락테올의 ‘락토바실루스 아시필루스’ 유산균의 경우 급성설사에 대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락테올은 건강보험공단의 약품비 환수소송 대상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 소송은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했거나 손해를 야기한 의약품에 대해 주로 제기하고 있다.

업계는 동화약품에 대한 검찰의 리베이트 혐의 수사 결과와 후속 제재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 및 관련 의약품 상한금액 인하초치를 추진하게 된다.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제약사는 해당 의약품 가격을 강제 인하해야 한다. 이는 위반 시점, 벌금액, 수수액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동화약품은 리베이트 혐의에 따른 실적 악화를 떠나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상처를 입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제약업계를 뒤흔들었던 락테올 파문의 여진도 아직도 가시지 않은 상태다. 어린이가 먹는 정장제 락테올의 성분이 뒤바뀌어 판매됐는데, 소비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없이 어물쩍 넘어갔다.

대한항공 조현아 사태가 왜 일파만파로 확대되었는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없이 회사 내에서 휘두르던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두 해 연속 반복된 동화약품 사태 역시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위기관리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동화약품은 “동화는 정도를 밟고 원리원칙에 의하여 경영되는 회사”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투자로 뚜벅뚜벅 정도를 걷지 않고 의사에게 뒷돈을 대주며 쉽게 돈을 벌려고 했다.

다른 제약사는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데, 동화약품은 선대 경영진이 닦아놓은 쉬운 길만 가려다 연이어 패착을 두고 말았다. 동화약품은 락테올과 리베이트 사건으로 제약사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와 영업 부문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117년 전통의 제약사라는 이미지 손실은 더욱 막대하다. 동화약품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들에게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전방위적인 경영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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