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가 잘돼? ‘주스요법’ 위험한 착각 3가지

 

이동진의 ‘나는 환자였던 의사다’

배가 좀 나온 젊은 환자가 내원했다. 마른 체형인데 배만 비만한 중년처럼 나와 있었다. 그는 3년 전부터 허리 통증으로 병원 치료를 계속 했지만 효과가 없자, 모 힐링센터에서 권하는 채식과 무슨 야채주스를 1년 넘게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낫기는커녕 점점 소화가 안 되고, 가스가 차면서 배가 나오고, 무력감이 심해져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를 진단한 결과, 간장과 대장에 사기(邪氣 나쁜 기)가 강해서 채식에 편중된 식생활이 맞지 않는 체질이었다. 그런 사람이 채식과 야채주스 요법을 계속 하면서 병을 더 키운 셈이다. ‘채식 만능주의’가 확산되면서 그 청년처럼 채식을 마치 약으로 여기고 먹다가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여러 야채주스 요법들이 크게 유행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무턱대고 따라 해서 부작용 피해가 더욱 컸다. 무작정 계속 먹다가 지병이 악화되거나, 장내 가스가 많이 생겨 호흡이 힘들거나, 현기증과 무력감에 시달리거나, 소화불량으로 복통을 일으키거나, 장이 헐어 장염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채식주의 열풍이 만든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부작용으로 오히려 병을 키운 환자들일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 열심히 챙겨먹은 채식으로 병이 악화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병이 심해지니 더 열심히 먹는다는 것이다.

채식 강박증이 치유의 걸림돌

환자들에게 야채주스 요법이 위험한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의 체질과 맞지 않을 경우 병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채식주의를 계속하면 몸의 균형이 깨어져 병을 부르는데, 이미 아픈 환자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채소에는 대체로 수분과 섬유질이 많다. 수분이 많기 때문에 냉성 체질에게는 몸을 더 차게 하는 독이 되고, 열성 체질에게는 열을 식히는 약이 된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식은 대장의 정기(正氣. 좋은 기)가 약한 사람에게는 장운동을 원활히 해서 배변활동을 촉진하므로 이롭지만, 대장의 사기(邪氣 나쁜 기)가 강해 예민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장내 가스를 많이 부추긴다. 간장의 사기가 강한 사람 역시 소화력이 지나치게 강해서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만 하면 건강을 해친다.

이렇듯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소화력이 왕성하고, 어떤 사람은 소화력이 약해서 잘 먹지 않는다. 또 어떤 사람은 추위에 강하고, 어떤 사람은 더위에 강하다. 인체를 움직이는 뿌리가 되는 오장육부의 기(氣)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건강 상태도 다르고, 자신에게 잘 맞는 식품도 서로 다른 것이다. 이런 개개인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유행하는 건강식이나 획일적인 치유법을 무턱대고 따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체질을 모른 채 무작정 야채주스 요법을 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

환자들에게 야채주스 요법이 위험한 두 번째 이유는, 자칫 영양 부족으로 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육류를 거의 먹지 않고 채식 중심의 식생활을 한다면 병을 치유할 에너지를 만들 수 없다. 동물성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흡수 이용되는 비율이 높아서 면역세포를 비롯해 인체의 구성요소를 만드는 주원료가 된다. 물론 콩과 같은 식물에도 단백질이 풍부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해당 식품에 함유된 영양소가 아니라 실제 우리 몸에서 제대로 흡수되어 쓰이는 효용성이다.

암을 비롯한 난치병 환자들이 무턱대고 채식주의를 고집하다가 스스로 암과 싸울 힘을 무력화시키는 경우를 자주 본다. 난치병 환자들이 가진 채식에 대한 강박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병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면역체는 제대로 영양공급이 될 때 만들어지고, 힘든 치료를 견딜 체력 또한 충분한 영양이 있어야 형성된다.

환자들에게 야채주스 요법이 위험한 세 번째 이유는, 소화 장애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자들은 대체로 소화기능이 정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채소를 갈아 만든 야채주스는 섬유질이 많아 가스를 많이 만들고 소화기관에 부담을 준다. 수십 종의 채소를 원료로 만든 야채주스라면 각각의 식품을 대사하기 위해 소화기관을 더 피곤하게 만든다.

주스 형태의 음식은 더더욱 소화가 되지 않는다. 수분이 많기 때문에 소화액을 희석시켜 원활한 소화활동을 방해한다. 밥을 국이나 물에 말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야채주스는 음식물을 씹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마시므로 소화기관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우리 몸의 소화 작용은 입안에서 분비되는 침으로 인해 시작된다. 침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의 50~70%까지 소화시키는 최고의 천연 소화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침을 옥처럼 귀한 진액이라고 해서 ‘옥액(玉液)’이라고 부른다. 침에는 소화 효소인 아밀라아제나 리파아제, 면역글로불린 같은 면역물질, 살균작용을 하는 라이소자임 등이 함유되어 있다. 한의학에서 건강을 위해 침을 함부로 뱉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유용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침이 잘 분비되면 소화흡수가 원활해지고, 세균 등 유해물질을 해독하고, 면역력도 높아진다. 그 유용한 침을 제대로 분비시키기 위해서는 음식을 오래 씹어 천천히 먹어야 한다.

그런데 야채주스나 녹즙처럼 음료 형태의 음식물은 빨리 삼키게 된다. 건강에 이로운 혜택을 볼 수 없이 그대로 체내로 들어가서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는 것이다. 채식을 하더라도 여러 종류를 갈아먹는 주스 형태가 아니라, 단순하게 몇 종의 채소를 골라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 것이 좋다. 그 다음 식단에서 다른 채소를 먹어서 전체적으로 골고루 영양공급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또 소화력이 약할 때는 가급적 섬유질이 많은 채소를 피하고, 생채소 보다는 익힌 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채식이 육식보다 모두 소화가 잘 된다는 것도 그릇된 편견이다. 자신에게 잘 맞는 음식이 서로 다른 것처럼,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는 음식도 사람마다 차이가 난다. 어떤 식품을 먹은 후에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며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든다면, 자신이 제대로 소화흡수하기 힘든 음식이라는 말이다. 소화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몸에서 독소가 될 뿐이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얼마나 소화흡수를 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개인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스스로 소화 여부를 살펴서 판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채식에 편중된 식생활을 계속 해서 지병이 악화되거나, 가스가 많이 차거나, 어지럼증, 무기력, 소화 장애, 설사, 소변 이상, 수면 장애, 우울증, 가슴 답답증, 얼굴의 상열감, 전신의 한기, 각종 통증, 만성 감기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중단해야 한다.

질병 치유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환자들은 안전한 자연식품 가운데 자신이 소화를 잘 시키는 식품을 선택해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 잡곡밥이 좋다고 해도 소화가 안 되고 가스가 차는 환자라면 일반 쌀밥을 먹는 것이 오히려 낫다. 소화가 되지 않은 노폐물은 체내에서 오히려 몸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소화가 잘 되는 자연식품을 골고루 먹고, 규칙적으로 먹고, 과식을 피하고, 오래 씹어 천천히 먹는 것이 치유를 돕는다. 음식물은 보통 한 입에 30번 이상 씹어서 천천히 먹는 것이, 소화를 촉진하고 음식물의 유해성분을 중화해서 좋다.

사람들은 병이 나면 생각한다. 무엇을 먹으면 병을 나을 것인지를. 그래서 이것저것 좋다고 알려진 것을 열심히 먹는다. 하지만 약이든 건강식이든 무엇을 먹어서 완전히 치유할 수 있는 병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게 현명하다.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 것인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자. 자신의 발병 원인이 과식이라면 많이 먹지 말아야 하고, 당분의 과잉 섭취가 문제라면 당분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자신의 생활 속에서 병을 부추긴 원인이 무엇인지를 점검한 후 바로 잡는 것이 완전한 치유의 정답이다. 답이 자신의 생활 속에 있다는 것을 환자들이 안다면, 우리 사회에 열풍처럼 불고 있는 ‘채식 만능주의’라는 위험한 착각도 사라질 것이다.

글. 이동진 (한의사,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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