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이 만병 근원? 채식주의는 환상이다”

 

이동진의 ‘나는 환자였던 의사다’

 

올 한해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를 끈 건강법은 단연 ‘채식주의’다. 채식 만능주의가 나날이 확산되었고, 각종 채식요법까지 쏟아지면서 그 열풍이 대단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필자의 진료실에는 채식주의 부작용으로 내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울증 환자인 김정화(가명) 씨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녀는 스스로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도 늘 우울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마음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소화불량, 수족냉증, 현기증, 만성 통증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5년 전부터 건강과 젊음을 지키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 실천한 그 채식주의가 바로 발병의 원인이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식품을 계속 먹으면 독이 되는 건, 그 좋다는 채소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간장과 대장에 사기(邪氣 나쁜 기)가 강하거나, 심장에 정기(正氣. 좋은 기)가 약한 냉성 체질은 채식에 편중된 식생활이 맞지 않다고 본다. 김정화 씨는 심장의 정기가 약한 냉성 체질이었다. 냉한 체질을 타고난 사람이 대체로 냉한 성질을 가진 채소만 먹으면서 수족냉증과 소화불량 등 여러 병을 스스로 만들어온 셈이다. 식품의 기본적인 성질을 보면 육류가 가장 열성이고, 곡물은 평하며, 채소는 냉한 편이다. 뿌리채소는 비교적 따뜻한 성질이지만 대부분의 잎채소는 냉하다.

냉성 체질인 김정화 씨의 채식주의는 몸 뿐 아니라 마음의 병도 부추겼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주요 감정인 칠정(七情)을 몸의 주요 장부인 오장육부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간장은 분노(怒), 심장은 기쁨(喜), 비장은 생각(思), 폐장은 근심(憂)과 슬픔(悲), 신장은 두려움(恐)과 놀람(驚)의 감정을 주관한다고 본다.

김정화 씨는 선천적으로 심장의 기가 약하기 때문에 심장이 주관하는 감정인 기쁨이 약한 편이다. 다른 사람보다 우울할 성향이 높은 사람이 심장의 기를 더욱 저하시키는 냉성식품을 계속 먹으면서 우울증을 키웠고, 그 우울증은 불안감마저 부추기면서 감정적 장애를 겪어온 셈이다. 이런 냉성 체질은 열성 식품인 육류를 적당히 먹는 것이 바로 ‘약’이다. 김정화 씨는 자신의 체질과 발병 원인을 제대로 이해한 후 다시 육식을 하면서, 서서히 심신의 균형을 되찾아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났다.

행복호르몬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채식주의

채식주의가 우울증을 키우는 이유는 영양 결핍 때문이기도 하다.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의 보고인 육류에는 10종의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고, 특히 식물성 단백질에 부족한 아연과 철분이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식물성과 달리 동물성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흡수 이용되는 비율이 높아서 인체의 근육과 뼈, 면역세포, 각종 호르몬 등을 만드는 주원료로 쓰인다. 인체의 면역체와 호르몬 등 각종 물질을 만드는 주 원료인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하면 결코 심신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

실제 채식만 하다가 극심한 우울증을 비롯해 온갖 장애를 겪은 어느 채식주의자의 고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완전 채식주의인 비건(Vegan)로 살아온 환경운동가 리어 키스(Lierre Keith)는 저서 [채식의 배신]을 통해 채식주의를 한 20년간 건강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젊은 그녀는 생리가 멈추고, 극심한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아무 이유 없이 척추가 내려앉는 퇴행성 디스크질환으로 엄청난 통증과 싸우며 힘든 세월을 보냈다. 결국 그녀는 다시 육식을 시작하면서 치유의 길로 들어섰다.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은 모두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다. 행복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에서 만들어지는데, 식물에서는 이 트립토판을 얻기가 어렵다. 채식주의가 마음의 병까지 부추기는 것이 그 때문이다. 리어 키스는 자신의 극심한 우울증이 개인적인 감정의 결함이 아니라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하지 못한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현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육식을 하면서 우울증이 사라져 평온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육류는 심신의 필수 에너지원

우리가 심신의 필수 에너지원인 육식의 가치를 외면하고 채식주의를 만능 건강법으로 여기는 것은, 육식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육식이 나쁜 게 아니라 육식의 ‘과식’이 나쁘다. 채소도 마찬가지다. 채식은 좋지만 채식의 ‘과식’은 분명 독이 된다.

전 세계의 건강한 공동체를 방대하게 연구해온 미국의 의학박사 웨스턴 프라이스(Weston Price)의 연구결과를 보면 채식주의에 대한 환상을 깰 수 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세계에서 최상의 건강 상태로 사는 이들은 대부분 영양이 풍부한 식생활을 하며 ‘오직 식물성 식사만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집단은 전혀 찾지 못했다’고 한다. 식물성 음식만으로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집단은 많았지만 그들은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채식을 거의 하지 않고 주로 고기를 먹는 케냐의 마사이족과 북극의 에스키모인들이 유달리 건강하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육식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이 그릇된 편견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의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의 연구보도도 다르지 않다. 100세 이상 노인 442명을 조사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100%, 여성은 80%가 매일 고기 등 동물성 식품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하는 노인 가운데 고기를 자주 먹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적절한 육식을 통한 균형 잡힌 식생활이 건강과 장수에 이롭다는 말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식생활

물론 건강한 채식주의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채소가 잘 맞는 체질을 타고난 이들이다. 또 대부분 소식하고 유해 가공식품을 먹지 않는 등 생활 전반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간장과 대장의 정기가 약해 지방 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심장의 사기가 강한 열성 체질은 채식이 잘 맞다고 본다. 이런 일부 사람들의 채식 건강법이 알려지면서, 채식주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채식이 잘 맞는 체질이라고 해도, 평생 채식만 하는 것은 심신의 이상을 부추기게 된다.

자신이 채식이 잘 맞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통한 정확한 체질 진단이 필요하다. 단지 평소 몸에 열이 많기에 열성 체질로 쉽게 판단하고 채식주의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머리와 손발에 열이 많아 열성 체질처럼 보이더라도, 속이 냉해서 채식이 맞지 않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속이 냉한 체질 가운데 열이 머리로 올라서 얼굴에 열이 많은 이들이 적지 않다. 냉성 체질과 열성 체질을 구분하는 일조차 간단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단편적인 모습으로 쉽게 체질 구분을 하거나, 일반인도 간단하게 체질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그릇된 정보가 건강을 해치는 또 하나의 위험한 편견을 만들고 있다.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모른다면 우리 땅에서 생산된 제철 자연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 최상의 식생활이다. 한의학의 원전 격인 [황제내경]에는 ‘자신에게 다소 맞지 않는 음식이라고 해도 골고루 먹으면 상쇄되기 때문에 고루 먹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오기(五氣. 한, 열, 온, 냉, 평), 오미(五味.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오색(五色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식품을 고루 먹는 것이 오장의 에너지 균형을 잡아 전체 건강에 이롭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편식을 하면 어느 한 쪽으로 기가 치우쳐서 결국 심신의 균형을 깨기 때문이다. 우리 땅에서 안전하게 생산된 제철 자연식품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 이 평범한 상식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식이요법이다.

글. 이동진 (한의사,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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