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홍수 시대… 몸의 소리를 들어라”

 

이동진의 ‘나는 환자였던 의사다’

“원장님, 저도 1일1식 한번 해볼까요? 좋다고 난리네요.”

아마도 올해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답부터 말하면, 누군가에게 획기적으로 좋은 건강법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우리는 모두 다른 몸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일본의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가 창안한 1일1식은 하루 한 끼만 먹는 건강법이다. 공복상태일 때 유용호르몬이 분비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켜 병을 예방하고 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붐을 일으켰고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주목받았다. 1일1식 외에도 1일2식, 단식, 간헐적 단식 등 절식요법은 꾸준히 관심을 모았다. 현대인들이 대부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영양 과잉이 병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라는 데는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그래서 필자가 환자들에게 계속 강조하는 것도 ‘소식’이다.

하지만 1일1식 같은 극단적인 식사법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실제 영양부족, 저혈당, 무기력 등의 부작용이 알려졌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의 정기(正氣. 좋은 기)가 약한 사람이거나, 간과 심장의 사기(邪氣. 나쁜 기)가 강해 열성 체질인 사람은 1일1식이 맞지 않다고 본다. 이들은 대체로 돌아서면 배가 고플 정도로 허기를 잘 느끼고, 소화력이 왕성하고,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잘 찌지 않는 편이다. 평소 활동량이 많거나 열이 많아 소화력이 왕성한 사람이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발병을 부추긴다.

이런 체질적 특징을 타고난 사람들은 하루 세끼를 잘 챙겨먹으면 병이 낫기도 한다. 실제 내원한 환자 가운데는 아침밥을 먹으면서 만성 통증이 나은 경우도 있고, 하루 세끼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생활로 생리불순과 수족냉증이 나은 경우도 있다. ‘무슨 아침밥을 먹어서 병이 낫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발병의 원인이 불규칙한 식생활과 에너지 부족이라면, 그걸 바로 잡으면 당연히 병이 낫는다. 열이 많고 소화기능이 활발한 사람들은 필요한 에너지를 바로 공급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절한 에너지 공급을 통해 치유력을 키우는 환자들, 자라는 아이들, 체질적으로 왕성한 소화력을 타고난 사람들은 1일1식을 피해야 한다.

소화기능이 활발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대부분 하루 세끼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도 규칙적으로 세 끼를 먹고, 아침은 든든하게 저녁은 가볍게 먹기를 권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때는 든든하게 먹고 잠자리에 들 시간에는 가볍게 먹어 자연의 순리를 따르라는 말이다.

하루 세 끼 가운데 특히 아침식사에 가장 비중을 둔다. 아침에는 몸속의 장기들이 함께 깨어나 움직이고 대사가 활발해지기 시작하므로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 흔히 ‘진지 드세요’라는 말을 한다. 진지는 진시(辰時. 아침 7~9시)에 먹으라는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진시를 위장의 기가 강한 시간으로 본다. 이때 아침을 먹고, 하루 활동할 에너지를 얻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말이다.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저녁 식사 한 끼를 권하는 1일1식 건강법이 자연의 순리와는 맞지 않는 셈이다.

1일1식, 실제적 효과가 있을까?

1일1식 건강법에서는 공복력을 통해 장수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그 반대의 연구결과도 있다. 2012년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칼로리 제한이 수명을 늘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렁이나 생쥐처럼 작은 동물의 경우 칼로리 제한이 수명을 연장한다는 결과가 있지만,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23년간의 연구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평소보다 20% 칼로리를 줄인 원숭이 그룹을 그렇지 않은 그룹과 비교할 때 수명의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먹는 양을 많이 줄이면 장수한다는 주장은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말이다.

1일1식 건강법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배고픔을 억지로 참는데서 오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먹는 한 끼를 과식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욕을 억지로 참는 과정에서 쌓이는 스트레스호르몬이 다른 이상을 부추길 수도 있다. 1일1식에서는 두 끼를 거르고 저녁에 골고루 먹기를 권하는데, 자칫 저녁에 과식하게 되면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인체가 수면 모드로 들어가는 야간 시간에 많은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은 쉴 수 없게 된다. 음식물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체내 정체된 음식물이 부패 발효하면서 독소를 만들어 혈액을 오염시키고 몸 전반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아침과 점심은 좀 든든하게 먹더라도 소식이 반드시 필요한 때가 저녁이다. 허기를 오래 참다가 저녁에 과식을 부추길 수 있다면 오히려 건강을 더 해칠 것이다.

내게 맞는 건강법 찾기

1일1식처럼 앞으로도 새롭고 획기적이라는 건강법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분명 그 건강법으로 놀랄 만큼 건강이 좋아진 사람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따라 하지 말자.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법인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내게 맞는 건강법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질과 생활습관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선천적으로 심장의 기가 약한 사람이 냉수욕이나 냉온욕으로 계속 자극을 주거나, 간의 기가 약한 사람이 간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고농도의 건강식품을 오래 먹거나, 폐의 기가 약한 사람이 찬바람을 쐬며 운동을 과도하게 하거나, 신장의 기가 약한 사람이 사우나에서 지나치게 땀을 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또 무릎관절이 약한 사람이 마라톤이나 등산을 하거나, 경쟁을 꺼리는 사람이 승패를 겨루는 운동을 계속할 경우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자신의 타고난 체질과 생활습관, 성격 등을 모두 종합해서 내게 가장 맞는 건강법을 선택해야 한다.

꾸준히 실천하기 쉬운 건강법인지도 미리 점검하자. 1일1식처럼 극단적인 건강법의 경우, 대단한 의지가 필요하고 계속하는 게 쉽지 않다. 실제 조금 실천하다 포기한 이들이 많고, 위장에 큰 부담만 주는 후유증 피해도 알려지고 있다. 소식의 효과를 보고 싶다면 현실적으로 꾸준히 실천할 가능성이 큰 방법, 이를테면 저녁을 평소의 2/3만 먹는 식사법을 실천하는 것이 심신의 부담도 없고 오래 계속할 수 있다. 실제 환자들에게 아침밥을 먹고 저녁의 식사량을 조금 줄이라는 생활처방을 하면 실천하는 이들이 많고, 그런 변화만으로도 질병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 어떤 건강법이든 큰 부담 없이 오래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비교적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법이 가장 좋다.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모른다고 해도, 해당 건강법을 실천해보면 내게 맞는지 알 수 있다. 내게 맞는 건강법이라면 피로감이 덜 하고, 대소변의 상태가 좋아지고, 혈색이 밝아지는 등 몸의 긍정적인 변화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피부는 오장육부의 생리기능을 알아보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해당 건강법을 통해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을 느낄 수 없거나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자신에게 맞지 않으므로 바로 중단해야 한다. 매스컴을 통해 심어진 ‘무조건 좋다’는 고정관념을 지우고 자신의 몸의 소리를 잘 듣는 것. 이게 바로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으뜸 지혜다.

글. 이동진 (한의사,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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