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사건’ 봤지? 똑똑한 병원 이용법

 

이동진의 ‘나는 환자였던 의사다’

여고 때부터 제대로 진단조차 나오지 않는 희귀병으로 투병한 나는 수많은 병원을 이용했었다. 오랜 세월 많은 병원을 다니며 숱하게 울었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으로 큰 부작용도 겪었다. 환자 시절의 나처럼,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막막하고 답답해한다. 안전성과 효율성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받은 치료로 더 큰 문제를 낳기도 한다. 최근 故 신해철 씨의 갑작스런 죽음이 그런 현실을 더욱 일깨워준다.

병원에서 당당하게 환자의 권리를 찾고, 좋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선의 답은 환자와 가족이 똑똑해지는 것이다. 환자가 좋은 의사를 적극적으로 찾고 현명하게 병원을 이용하는 노력이야말로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을 만드는 동력이 된다. 좋은 상품을 찾아 쓰고 나쁜 상품을 불매하는 소비자운동이 시장에서 나쁜 상품을 퇴출시키듯, 의료계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환자가 알아야 할 똑똑한 병원이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가장 중요한 ‘좋은 의사’ 찾기

가장 먼저 좋은 의사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임상경험이 풍부하고, 과잉 진료를 하지 않고, 환자와 잘 소통하고, 근원적인 치유인 생활처방에 적극적인 의사라면 믿을 만하다. 개인적으로 환자에게 ‘낫는다’는 믿음을 주는 의사가 최고의 명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환자로 오래 투병할 당시, 수많은 의사를 만났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의사는 두 분이다. 한 분은 몸무게가 38kg까지 줄어 온갖 이상에 시달리던 나를 심리적으로 위로해준 분이다. 병원의 검사결과가 이상이 없다고 나왔기 때문에 의학적 처방을 해줄 게 없었다. 하지만 그분은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며 피를 모두 닦아주었다. 가슴이 뭉클했고, 의사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피를 닦아준 것이 전부였지만, 내 마음의 상처를 다독여준 탓인지 실제 통증이 덜해진 듯 했다.

또 한분은 훗날 내 스승이 된 분이다. 그분은 그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었던 ‘나을 수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죽어가던 내게 전문가가 전하는 희망은 실제 심신의 치유력을 깨우는 큰 에너지가 되었다. 그날 이후 비로소 나는 긴 투병을 접고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제롬 그루프먼 교수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운동 중에 척추를 다쳐 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으로 19년 동안 통증과 장애에 시달렸다. 만나는 모든 의사에게 나을 수 없다는 말만 들으며 살았던 그는 우연히 한 의사로부터 ‘낫는다는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번개처럼 가슴에 꽂혔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자 극렬하던 통증도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품은 희망으로 투병의지를 키운 그는 1년 후 완치했고, 희망의 생리작용을 연구해서 자신의 환자들에게 ‘약’으로서 희망을 처방하는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마음 상태가 바뀌면 체내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달라져서 면역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정신신경면역학이 밝혀냈다. 절망하던 환자가 희망을 가지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되고 도파민은 엔도르핀과 엔케팔린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들 물질은 통증을 줄이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생리작용을 부추긴다. 환자에게 낫는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곧 치유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말이다. 실제 의사의 ‘낫는다’는 말 한마디에 죽음의 문턱에서도 살아나는 기적 같은 치유사례가 있는 건, 전문가가 전하는 희망이 환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절대적인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도 환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의사를 최고로 본다. 예로부터 환자의 마음을 움직여서 치유하는 심의(心醫)를 1등 의사,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의(食醫)를 2등 의사, 약으로 치료하는 약의(藥醫)를 3등 의사로 보았다. 불안한 환자의 마음을 다독여 희망을 심고 잠재된 치유력을 키우도록 이끄는 심의를 만난다면, 낫지 못할 병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희망을 주는 의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직업관이 투철하고 마음의 힘을 간파한 전문가가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많은 의사를 만나 상담해본 후에 신중하게 주치의를 정하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의사를 만날 수 없다면, 적어도 비관적인 시각이 강하고 부정적인 말을 쉽게 하는 의사는 피해야 한다.

좋은 의사, 이렇게 찾자

* 임상 경험이 풍부한가?

의학적 지식을 넘어선 치유의 노하우는 임상경험과 함께 쌓이므로 경력이 많은 의사일수록 대체로 실력이 더 나은 편이다.

*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가?

과잉 진료가 부작용이나 의료사고를 더 부추기므로 의학적 처방이 단순한 의사가 좋다. 당장 수술이나 입원을 강요하거나, 자세한 설명도 없이 많은 검사를 하거나, 응급 상황이 아닌데 주사부터 처방하거나, 한꺼번에 많은 약을 처방하거나, 고가의 비보험 진료를 위주로 하는 의사는 대체로 신뢰하기 어렵다.

* 환자와 제대로 소통하는가?

진단 결과와 치료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환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환자와 제대로 소통하는 의사가 좋다. 얼굴을 가리고 있고, 환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는 의사는 대체로 신뢰하기 어렵다.

* 근원적인 치유에 적극적인가?

의학적 처방을 넘어서 발병의 뿌리인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 잡는 생활처방에 적극적인 의사가 환자의 치유를 앞당긴다.

* 환자의 치유의지를 키워주는가?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환자들에게 절실한 것은, 희망과 치유에 대한 믿음이다. 환자에게 낫는다는 희망을 심어 치유력을 높이는 의사야말로 가히 명의다.

좋은 의사를 찾아 치료를 시작할 때는, 자신의 병과 치료법 전반에 대해 환자와 가족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적극적으로 공부하자.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해당 질병과 병원치료법, 생활치유법에 대해 자료를 찾아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자. 스스로 정보와 지식을 갖추는 것이, 의사를 자극해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든다.

환자는 치료법을 제대로 알고 선택할 권리가 있으므로 의사에게 검사, 수술, 입원, 투약 등 치료 전반에서 궁금한 것을 자세히 묻고 이해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받을 치료법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미리 제대로 파악하자. 완치요법인지, 증상완화법인지를 점검하고, 치료율과 부작용 가능성, 치료기간, 비용 등도 미리 점점하자. 궁금하거나 이상한 점을 그냥 지나가지 말고, 예의를 갖추어 충분히 묻고 이해하는 것이 안전한 치료의 첫걸음이다. 의료사고 예방법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의료 사고, 이렇게 예방하자

* 환자와 보호자가 주체의식을 갖고 자신의 병과 치료법에 대해 공부하자.

* 적극적으로 좋은 의사를 찾아 가급적 연속 진료를 받자.

* 해당 치료법의 긍정적 부정적인 결과를 미리 자세히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하자.

* 중병이라는 진단 결과를 받으면 다른 의사에게 재진단을 받자.

* 치료 과정 전반에서 궁금한 것은 바로 묻고 이해하면서 주치의와 제대로 소통하자.

* 부작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새로운 검사, 신약, 첨단 수술법은 매우 신중히 결정하자.

* 여러 치료를 병행할 때는 주치의에게 미리 알리자.

* CT, MRI, 내시경 등의 검사를 할 때는 보호자가 동행하자.

* 수술은 효과와 성공률, 사망률, 후유증 가능성, 수술소요시간, 회복기간 등을 미리 자세히 알고 신중하게 결정하자.

* 약을 처방받을 때는 이름, 성분, 효능, 부작용, 복용법 등을 미리 자세히 묻고 이해하자.

* 약국에서 투약 받을 때는 본인 약이 맞는지 확인하자.

* 병원 입원실에서 새로 주는 약은 용도를 점검하자.

* 중환자실 환자는 보호자가 면회시간마다 환자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자.

* 병원 치료를 하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세세히 점검하자. 작은 이상도 지나치지 말고 의사에게 알리고, 주치의와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을 경우 다른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자.

병원에서도 치유 주체는 환자

병원 치료를 하더라도 발병의 뿌리인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 잡는 근원적인 치유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병원에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수동적인 환자가 아닌 ‘내 병은 내가 고친다’는 주체의식을 가진 능동적인 환자가 되자. 그런 적극적인 환자가 의사를 자극해 좋은 치료를 유도하고, 보다 빨리 병을 이겨낸다.

결국 병원에서도 치유의 주체는 환자와 가족이다.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알려진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환자의 주체성이 높을수록 빨리 치유된다고 한다. 당당히 치유의 주체가 되는 환자가 빨리 낫는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도 최고의 치유법으로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생명력을 기르는 ‘양생(養生)’이다. 바로 자신이 ‘진짜’ 의사이고, 자신의 마음과 생활을 바로 잡는 것이 ‘최고’ 치료법이다. 그런 사실을 빨리 자각한 이들이 병원에서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완치의 문을 열 것이다.

글. 이동진 (한의사,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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