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케어시대…보험회사들의 대응은?

 

김치원의 ‘지금은 디지털헬스 시대’

 

바야흐로 웨어러블(wearable) 전성시대 입니다. 웨어러블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이 생산해 낼 엄청난 양의 건강 정보에 관심을 가지는 곳이 많습니다. 사용자들은 물론이고, 의료 기기 업체, 빅데이터 연구자를 비롯해 특히 보험회사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정보를 이용해서 개인별 건강 위험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고 가입자들이 더욱 건강하게 살도록 유도하면 돈을 벌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웨어러블 장비 업체 입장에서도 보험회사가 개입하면 그 보조금을 받아서 훨씬 많은 장비를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와의 연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험회사가 웨어러블 장비로부터 수집되는 정보를 이용하게 되었을 때 과연 보험료 책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요? 건강한 행동을 하는 사람의 보험료를 깎아주게 될까요(인센티브)? 아니면 건강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의 보험료를 늘리게 될까요(패널티)?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패널티 가능성을 점칩니다. 즉, 이익을 추구하는 심리보다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패널티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는 행동학적 이론에 따릅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아직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웨어러블 장비와 보험회사와의 연계에 대해 다룬 글을 하나 소개합니다. 지난 6월 포브스(Forbes)에 실린 <보험과 연결된 웨어러블 기술: Wearable Tech is plugging into health insurance>이라는 기사입니다.

우선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 의료 시장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미국에는 많은 민간 보험 회사들이 있으며 개인들은 보통 회사를 통해서 보험에 가입하게 됩니다. 회사가 보험료의 일정부분을 내고 나머지는 개인이 내는 식입니다. 큰 회사들은 굳이 민간 보험 회사들의 배를 불려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자가 의료 보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직원 수가 매우 많아지면 그 자체로 충분한 위험분산(risk pooling)이 되기 때문에 굳이 민간 보험 회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이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 필자가 미국 컨설팅 업체 맥킨지(Mckinesey)에 다녔을 때 시그나(Cigna)라는 보험회사를 이용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 회사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기 보다는 회사 입장에서 귀찮은 보험 청구 및 심사만을 아웃소싱 하는 개념이었습니다. 회사들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자동차 회사 GM의 재정이 극도로 나빠졌던 원인도 퇴직자에 대한 의료보험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웰니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회사 헬스클럽 같은 것을 운영하여 직원들이 운동을 열심히 해서 더 건강해지게 하면 의료비가 덜 들어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헬스클럽 운영비보다 더 큰 이익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포브스에 실린 내용을 요약하자면,

△ 회사들이 웰니스프로그램(corporate-wellness program)을 통해서 직원들의 피트니스 트래커(fitness tracker) 데이터를 추적하여,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는 건강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페널티를 고려하기도 한다.

△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핏빗(Fitbit)의 경우 매출 성장에서 회사(=고용주)에 대한 판매 부분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보험회사 혹은 자가 의료 보험을 운용하는 회사들은 이 데이터를 통해서 직원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risk profile을 얻어, 비용 통제에 이용할 것이다.

△ 한 피트니스 트래커(Fitness tracker) 회사 사장에 따르면 보험회사와 여러 미팅을 가졌는데 보험회사는 파트너쉽을 원했던 게 아니라, 장치로부터 생산되는 피트니스 정보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 Tracking ‘gadget’이라는 장비는 이미 미국 자동차 보험 시장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라는 보험회사는 가입자에게 작은 장비를 지급해서 30일간 운전 습관을 모니터링하고 안전한 운전 습관을 가진 가입자에게 할인을 제공한다. 결국 의료보험 시장에도 같은 일이 생기지 않겠는가 하는 예측이 돈다.

△ 사용자들이 센서를 쓰기 시작하면 회사들(고용주)이 그 기술과 보험 사이의 가교가 될 것으로 본다.

△ 특히 자가 보험을 사용하는 회사들이 우선적으로 웨어러블을 실험하고 있다.

△ BP(British Petroleum)은 14,000명의 자발적 참여 직원들에게 회사가 걸음 수 정보를 얻는 조건으로 Fitbit Zip을 무료로 나눠주었으며 백 만보 이상 걸은 직원에게는 개인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 BP처럼 인센티브를 이용하는 회사도 있지만 페널티에 연동하려는 회사도 있다.

△ StickK라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회사는 웨어러블 장비와 페널티 프로그램을 결합한 회사 웰니스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 설립자는 “조직에서 문화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이런 웨어러블 모니터링이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회사가 정한 특정 웨어러블 장비(BP가 Fitbit Zip을 정해서 나눠줌)를 일방적으로 나눠주는 걸 넘어서서

직원들 각자가 원하는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 회사와 건강 정보 사이의 가교/플랫폼 역할을 하는 회사들이 있는데 지프(Jiff), 웰톡(WellTok), 스테이웰(StayWell)이 대표적이다.

△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이 이렇게 건강정보를 집중적으로 감시(?)받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보험회사가 인센티브와 페널티 중에서 무엇을 이용할 지에 대한 답은 이 기사에서 상당부분 나온 것 같습니다. 자동차 보험회사들이 운전 습관을 모니터링 하는 것과 보험 가입자들이 활동측정기를 이용하는 것이 비슷한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직 활동측정기의 사용이 충분히 대중화 되지 않았고 게다가 프라이버시의 문제까지 겹쳐있는 현실에서 보험회사 혹은 고용주들이 페널티 방식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약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활동측정기를 사용하는 세상이 온다면 순수한 행동경제학적 원칙에 따라 패널티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겠지만 그전에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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