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만성통증…치료 가이드라인 만든다

대한통증학회가 고령층 환자를 중심으로 한 통증치료 가이드라인 개발에 착수한다. 국내에서 성인 5명 중 1명꼴로 만성통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통증치료에 대한 전문 학회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만성통증은 진료를 받아도 뚜렷한 원인 없이 몸에 통증이 지속되는 증상을 가리킨다.

김용철 학회 차기 회장(서울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22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히고, “대학병원급에서 동시에 연구해 임기 내 가이드라인 결과가 나오도록 즉시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철 차기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부터 오는 2016년 11월까지 2년간이다.

김용철 서울의대 교수(대한통증학회 차기회장)

김용철 차기 회장은 “환자들이 통증치료의 부작용과 약효 등을 실제 잘 모르고,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배제돼 있다”며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통증 관련 치료법과 연구, 약제 등에 관한 결과를 종합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동반질환은 물론 수술 등 침습적 치료가 미치는 영향 등도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통증 환자는 증가세다. 일본의 경우 도쿄에서 2시간 거리인 중소도시의 클리닉에도 외래 통증환자 수가 하루 1백명이 넘는다. 미국 하버드대협력병원인 보스턴의 ‘브링엄 앤드 우먼스 호스피털(BWH)’도 12명의 스태프가 각각 세션당(통상 3시간 진료) 평균 25명의 통증환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스태프가 세션당 평균 1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미국에서도 통증환자의 수치는 매우 높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세계통증학술대회에 발표된 한 연구를 보면 아시아권에서 만성통증환자에 대한 관리는 부실하다. 글로벌 제약사인 먼디파마가 한국과 중국, 홍콩 등 아시아 10개국 의사 1158명과 환자 24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연구(ACHEON)에서는 암이 아닌 만성통증환자의 65%가 제대로 된 통증 진단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척도가 아닌 의사의 주관적인 측정으로 진단받았다는 것이다.

▶성춘호 가톨릭의대 교수(대한통증학회 부회장_좌) 신근만 한림의대 교수(회장_중) 심우석 성대의대 교수(기획이사_우)

국내 통증치료도 수술 여부만 따져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신근만 회장(한림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4, 5번 디스크에 문제가 있어도 후관절이나 고관절 때문에 통증이 생길 수 있는데 무조건 디스크가 탈출됐으니 수술 여부만 판단하고 더 이상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있다”며 “통증환자의 치료에서는 치료법보다 왜 아픈지를 정확히 찾는 감별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학회는 통증환자가 오면 요리책처럼 치료 매뉴얼을 정해놓는 병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가 오자마자 감별진단이나 적정한 설명도 없이 고가의 치료만 권하거나 고주파와 카테터 등 2~3가지 치료를 동시에 권하는 병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춘호 부회장(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중등도(moderate) 환자가 중증(severe) 환자보다 통증이 더 심하거나, 못 걸을 수도 있다”며 “현재 통증치료의 추세는 다양한 환자 요구(needs)에 의사가 맞춰 치료절차를 조정하는 것이지 의사가 할 수 있는 치료절차에 환자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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