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죽는구나…’ 폭언 모욕의 사회심리학

 

최근 분신자살한 아파트 경비원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70대 여성이 숨진 경비원의 빈소를 찾아 사과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영정 앞에서 “아저씨 미안해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며 뒤늦은 통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경비원의 부인은 “앞으로는 그렇게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잘 좀 해주세요”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등은 경비원이 분신 직전에도 폭언을 들었으며 비인격적인 대우가 끊임없이 이어진 탓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무심코 내뱉는 폭언이나 모욕적인 행동은 당사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길 수 있다. 툭 던지는 몇 마디로 인해 상대방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직장 등 조직 내에서 흔히 일어난다. 회사원이라면 상사로부터 야단을 맞고 밤잠을 못 이룬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모욕적인 경험을 했을 때 당사자는 곧잘 분노를 느낀다. 고인이 된 아파트 경비원은 이 분노를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분노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 듀크 대학교 메디컬센터 연구팀의 조사결과 폭언 등으로 인해 촉발된 분노와 울화는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와 심한 적대감이 심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심장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폭언을 들으면 적개심을 불러와 폐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메사츄세츠 스미스대학 연구팀의 조사결과 폐 기능 악화와 분노·적개심과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모욕은 온라인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청소년들은 우울증 등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에 따르면 인터넷상에서 차별과 모욕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여자가 남자에 비해 정신적 타격을 더욱 많이 받았다.

배우 설경구가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이래서 죽는구나…”라며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리는 괴로운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다. 설경구의 말처럼 악플을 본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연예인들이 많다. 고 최진실과 정다빈이 악플로 인한 우울증을 겪다 세상을 떠났고. 아이돌그룹 티티마로 활동했던 소이는 악플 충격으로 거식증을 앓았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연예인들이 이 정도이니 일반인들의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다. 모욕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해도 실제 원인이 밝혀진 경우는 극소수일 것이다.

최근 큰 기업을 중심으로 동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야단을 쳐 망신을 주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최고경영자가 이런 시대착오적인 행위는 구성원간의 인화를 해치고 정신건강을 크게 위협한다는 사실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부하 직원에게 모욕을 주는 상사들의 대부분은 권위적이고 구시대적인 인물들이 많다. 공개적인 망신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세울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조직을 병들게 하고 주위 사람들을 심장병과 우울증으로 몰아넣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과 ‘을’의 관계는 모욕과 폭언이 난무하게 만들고 있다. 작은 권한이라도 있으면 이를 빌미로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다보니 무리하게 되고, 결국 비인간적인 폭언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폭언과 모욕의 사회심리학은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상하관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적과 야단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상대방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아파트 경비원 영정 앞의 70대 할머니처럼 다시는 뒤늦은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없어야겠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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