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를 해? 말아? 잔소리의 사회학

“살 좀 빼라” “취직은 언제 하니?” “결혼은 할거야?”….

오늘도 이런 잔소리를 듣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무심코 내뱉는 잔소리가 상대방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수 있다. 좋은 약은 쓰다고 하지만, 그래도 잔소리는 피하고 싶을 것이다. 잔소리로 인해 불화가 생겨 가족이나 친구간의 갈등까지 야기할 수 있다. 잔소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는 없을까? 무조건 칭찬만 해야 하나? ‘잔소리의 사회학’에 대해 알아보자.

잔소리는 왜 하는 것일까? 어른들은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라고 하지만, 잔소리를 통해 의식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잔소리를 듣는 사람은 자아감에 상처를 받아 보호본능이 촉발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하고 고마운 이야기인데도 반발이 이는 것은 이런 심리 때문이다.

잔소리는 장점과 단점이 엇갈린다. 배우자로부터 요구사항이 섞인 잔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협심증 위험이 최대 4배 높게 나타났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진의 조사결과 가족이나 배우자의 요구수준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도 덩달아 커져 가슴통증이나 동맥경화 등 협심증 위험도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로부터 “살 좀 빼라”는 잔소리를 들은 10대 청소년은 이런 말을 듣지 않은 친구보다 5년 후에 과체중일 가능성이 3배나 높았다. 잔소리로 인해 비만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가공식품도 많이 찾게 된다는 것. 연구를 진행한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보건학과 연구진은 “자녀의 다이어트를 도우려면 잔소리보다는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게 돕고, TV를 꺼서 운동량을 늘리도록 해주는 등 부모나 가족들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구의 잔소리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운동을 하라”는 주변의 자극들이 소파에서 일어나게 해 활동적인 생활로 이끈다는 것. “아빠! 같이 놀자~”는 어린 딸의 잔소리에 TV 앞을 떠나 놀이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잔소리가 좋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건강과 운동의 영역에만 국한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경계를 지키고 싶은 욕구가 강해 잔소리가 그들의 방어본능을 촉발시킬 수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어른들은 말하는 빈도를 줄이고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 번 생각한 뒤 이야기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말을 하면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환상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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