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씨 사망사건 비만수술에 불똥 튀나

 

미국 필라델피아병원의 유명 외과의사가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에게 5일 전자 우편을 보내 “한국에서 유명 가수(고 신해철 씨)가 배리아트릭 수술(고도 비만 환자에게 실시되는 수술)을 받다가 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떻게 된 사연인지”를 물었다.

이에 박 교수는 “신씨가 5년 전에 위 밴드술(비만 수술의 일종)을 받았지만 이 수술이 그를 숨지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2년 전에 위 밴드를 제거했다. 부검 결과 그의 죽음은 소장 천공과 복막염, 패혈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비만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거의 성사 단계였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중에게 비만 수술의 위험성이 부각돼) 힘들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답메일을 보냈다.

2004년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만 수술은 의학적 안정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술”이란 이유로 비만 수술에 대한 보험 적용을 불허했다. 이후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등 관련 학계가 비만 수술 보험 적용을 위해 10년이나 공을 들여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박성수 교수는 5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주최 건강 포럼에서 “비만 수술을 받은 고도 비만 환자의 수술 후 5년 내 사망률은 수술 받지 않는 고도 비만 환자에 비해 89%나 낮다”며 “위 밴드술을 받은 지 30일 내 사망률은 0.05%(위 소매절제술은 0.11%, 위 우회술은 0.14%)로 국내 병ㆍ의원에서의 위암 수술 사망률(0.5%, EU 8.9%)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고도 비만 환자의 경우 비만 수술의 득(고혈압ㆍ당뇨병 각종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저하)이 실(수술 도중이나 후의 사망)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각종 수술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는 영국에서도 BMI(체질량지수, 자신의 키를 체중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판정의 척도, BMI 35 이상이면 고도 비만)가 35∼40이면서 제2형(성인형) 당뇨병ㆍ고혈압 등 심각한 관련 질환을 함께 갖고 있거나 BMI 4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에겐 비만 수술을 권한다”며 “BMI 50 이상이라면 비만 수술이 최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치료법”이라고 했다.

고 신해철씨가 비만 수술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기자들이 묻자 박 교수는 “위 밴드 수술을 받을 당시 신 씨의 정확한 BMI를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국내에선 비만 수술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술 대상을 제한하는 기준이 없다”며 “환자가 (수술을) 원하면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서 박 교수는 비만 수술을 받으면 당뇨병ㆍ고혈압 등 고도 비만 환자가 흔히 갖고 있는 질병들이 함께 치유되는 효과도 얻는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전문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올해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비만 수술 뒤 2형 당뇨병은 환자의 77%, 고혈압은 62%, 수면무호흡증은 86%가 완치의 기쁨을 누리고 환자의 70% 이상에서 고지혈증이 호전된다.

비만 수술의 대상이 되는 BMI 40 이상의 고도 비만 환자는 국내에 약 4만5000명(한국보건의료연구원 2011년 자료). 실제 비만 수술을 받는 사람은 지난해 1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멀지 않아 비만 수술에 대해 보험적용이 이뤄진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올 들어 수술을 미루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

박 교수는 “고도 비만이면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도 힘든 데 수술비용이 600만∼800만원인 위 밴드술이나 1200만∼1300만원인 위 소매절제술ㆍ위 우회술을 건강보험 도움 없이 받기는 극히 힘들다”며 “고도 비만과 병적 비만을 포함한 모든 비만에 대해 예외 없이 건강보험 비급여를 고수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고도 비만은 질병이며, 고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비만 수술은 안전하고 유효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박성수 교수는 “비만 수술을 지방 흡입ㆍ체형 관리 등 미용성형으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은데다 비만 수술은 위험하다는 편견이 비만 수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가로막고 있다”며 “고 신해철 씨 사고의 불똥이 엉뚱하게 고도 비만 환자에게 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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