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진료비 인상? 그 터무니없는 오보

 

며칠 전 MBC 뉴스에서 “토요일, 진료비 10%더 낸다… 동네병원 살리기 시동”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갔다. 보도의 내용은 이랬다.

‘오늘부터 토요 진료비 가산제가 동네병원에서 일제히 시행됩니다. 환자들은 평소보다 5백원 많은 4천5백원을 내야 합니다. 휴일인 토요일에 운영하는 병원의 운영비를 이용자인 환자가 일부 부담하는 겁니다. (중략) 내년 이맘때면 또 5백원이 올라 토요 진료비는 5천원이 될 예정입니다. 사실상 진료비가 10% 이상 인상되는 건데, 정부는 적자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동네병원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이 보도는 인터넷에 동영상으로도 올라왔는데 이 동영상에는 이틀만에 1,522개의 댓글이 달렸다. 게시판은 온통 정부와 의사들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되었다. 그리고 그 중 3,999개의 추천(반대는 222)을 받아 추천 수 1위를 기록한 글의 원문은 이렇다. “ㅆㅂ아 동네의원 살리는데 왜 우리돈을 더 내야 하는데 지랄들하세요” 그리고 3,410개의 추천을 받아 추천 수 2위를 기록한 글은 “서민들 등골빼먹는군…”이었다. (반대 151)

MBC의 보도와(실은 이런 보도를 한 것은 MBC뿐이 아니다) 이 보도를 들은 국민들이 게시판에 쓴 댓글을 보는 의사들의 마음은 아프다. 첫째 이유는 MBC가 사실을 호도하여 이번의 조치가 마치 의사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조치처럼 보도한 것이며 둘째 이유는 의사들에 대한 국민의 적개심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 적개심은 언론이 조장한 바 크다. 그렇다면 사실은 무엇일까.

1. 2004년 이전

진료비와 택시비는 공통점이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가 아닌 정부가 정한다는 것이다. 휴일과 늦은 밤의 진료공백을 막기 위해 정부는 휴일과 야간에는 기본진료비에 30%를 가산하는 정책을 써왔다. 휴일과 야간에 30%를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다. 이 정책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토요일은 반공휴일이었다. 그래서 토요일은 오후 1시 이후에만 30%가 가산적용 되었다.

2. 2004년

2004년도에 주4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토요일이 사실상 공휴일로 전환되었다. 모든 공공기관도 이 때부터 토요일을 공식 휴무화했다. 이에 따라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도 토요일 근무를 하는 경우 추가수당이 지급되어야 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토요일 오후1시부터가 아닌 오전에도 30% 가산을 적용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이 빈약하다는 이유로 의료계에 “좀 봐달라…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의료계는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3. 2004년 ~ 2013년

그런데 2004년도에 의료계에 “좀 봐달라… 기다려 달라”며 양해를 구하던 정부가 의사들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자 슬그머니 자세를 바꾸었다. 건강보험재정에 수조원이 쌓이게 되어도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것이다. 초기에 정당한 권리주장을 할 기회를 의사들이 놓치자 이후에는 정부가 의사협회의 반복된 요구를 못들은 체 무시했다. 의사들의 선의(善意)가 권리를 빼앗기고 되찾지 못하는 무능(無能)으로 돌아온 것이다.

4. 2013년

2012년 5월에 37대 의협 집행부가 들어서자마자 의협은 정부의 시녀가 되어버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탈퇴했다. 그리고 2012년 11월 27일과 12월 1일, 이틀간 토요일 총파업 투쟁을 벌였다. 12월 4일 장관을 만난 후 진행된 협상에서 의협은 ‘토요전일가산제’를 가장 먼저 요구했다. 정부가 거절할 명분이 없는 정당한 요구였기에 정부는 2013년10월1일부터 토요전일가산제를 적용하기로 2013년6월 결정했다. 그런데 갑자기 토요일 오전 진료비가 30% 증가하면 여론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즉 첫 1년(2013.10.1~2014.9.30) 동안은 가산되는 30% 모두를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고, 다음 1년(2015.10.1~2016.9.30)은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각각 반반씩,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즉 2016년10월1일부터는 토요일 오전 가산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정책을 만든 것이다.

5. 2014년

따라서 이번에 환자본인부담금이 늘어난 것은 지난 1년 동안 환자가 부담해야 할 증가분의 전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던 것을 이번 2014년 10월 1일부터 건강보험공단이 50%만 부담하게 됨에 따라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MBC의 보도와 달리 의료기관이 받는 진료비에는 전혀 변동이 없다.

6. 2015년

내년 10월 1일부터는 가산되는 부분 모두를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내년 10월 1일에 어쩌면 또 다시 MBC방송이 마치 진료비가 오르는 것처럼 보도할 지 모른다.

‘진료비 10%를 더 낸다?’ 언론의 오보다. 진료비가 오른 것이 아니라, 휴무일이 된 토요일 오전진료에 30%를 더 내는 것이고, 그 중 15%를 부담하는 것이다.

‘동네의원 살리기 정책?’ 그것도 오보다. 모든 국민이 토요일이 반공휴일이 아니라 공휴일로 인정받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9년 동안 오로지 의사들만 휴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을 9년이 지난 2013년에서야 뒤늦게 인정받은 것이다.

의사들에겐 정당한 권리 하나를 찾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비록 정당한 권리라고 해도,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는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그렇게 정당한 작은 권리 하나를 찾는 것도, 국민에게 욕을 먹기 일쑤다. 이번 사건은 의사들이 앞으로 제도개선을 위해 걸어가야 할 길이 멀고도 힘든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아프게 깨우쳐 준 사건이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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