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상했다” 젓가락이 경고…헬스IT시대 눈앞

 

칩을 부착한 운동화를 신고 달리다 잘못된 자세로 뛰면 스마트폰에 자세를 교정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밥을 너무 빨리 먹으면 스마트 포크가 진동하면서 ‘천천히 먹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젓가락을 그릇에 넣으면 상했는지, 영양에 문제가 없는지를 알려준다. 옷에 핀을 꼽으면 구부정한 자세로 오래 있을 때 “똑바로 앉으세요!”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먼 옛날의 일이 아니다. 최근 개발돼 시중에 나온 건강관리 장치 또는 소프트웨어다. IT를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헬스 IT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세계는 헬스 IT 전쟁

2013년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디지털 헬스’를 올해의 키워드로 정했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헬스케어’가 키워드로 떠오르더니 9월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는 아예 헬스케어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전시회의 절반을 덮어버렸다.

현재 헬스 IT는 미국이 앞서간 상태에서 EU와 이스라엘, 일본 등이 추적하고 중국이 급속도로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구글, 애플, 퀄컴 등은 건강관리를 위한 센서와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해 건강관리가 쉽게 가능한 스마트폰을 앞 다퉈 선보였다. 구글 글라스, 애플 워치, 퀄컴 2넷 폰, 삼성 기어S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애플 워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절차를 밟느라 출시가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 IT 기기 경쟁도 뜨겁다. 퀄컴은 영화 ‘스타 트렉’에 나오는 휴대용 의료기기 트라이코드를 실제로 구현하는 팀에게 10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지급하는 ‘트리코더 X 경진대회’를 열고 있으며 최근 뜨거운 열기 속에서 결선이 시작됐다. 구글은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함께 눈물을 분석해 혈당을 체크하는 콘택트렌즈를 선보이고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 전쟁 벌이는 글로벌 기업들

올해 헬스 IT의 화두는 스마트 장비 및 건강 의료 장비와 애플리케이션의 정보를 공유해서 건강관리를 하는 플랫폼 전쟁의 개전이다. 안드로이드, i-OS 등이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놓고 벌인 전쟁이 헬스 IT 영역으로 옮겨진 것.

애플이 6월 선보인 운영체제 iOS-8에서는 ‘헬스 킷’ 플랫폼이 포함됐다. 헬스킷은 각종 애플리케이션이나 기기를 통해 측정한 몸무게, 심장박동, 혈압 등 건강정보를 하나로 정리해주는 플랫폼이다. 구글은 6월 운동량, 혈압, 혈당 등 건강관리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 ‘구글핏’을 별도의 앱과 함께 선보였다. 퀄컴은 2012년 말 각종 기기의 바이오 정보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2Net을 선보였으며 최근 이를 바탕으로 2Net폰과 헬스 서클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추격하는 중국

중국은 뒤늦게 헬스 IT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중국의약인터넷발전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모바일 의료시장은 2013년 23억4000만 위안(약 3880억 원)이었지만 2017년에는 125억3000만 위안(약 2조770억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최근 베이징 시와 손잡고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고, 헬스케어 정보를 구축하면서 각종 장비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식의 산도, 영양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젓가락과 구글 글라스의 단점을 보완한 ‘바이두 아이.’

중국에서 헬스 IT 열기는 이 분야에 대한 투자로 실감할 수가 있다. 알리바바, 탕쉰, 바이두 등 중국의 3대 IT 업체가 올 상반기에 발표하거나 완료한 M&A 또는 지분 투자액은 105억 달러(약 10조 6800억 원). 중국의 여성 건강관리 3인방인 메이유, 다이마, 마마방 등은 각각 500억~100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의학정보 제공 사이트 딩시앙위엔도 최근 800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춘위텐샤, 싱수린 등도 막대한 투자를 받아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꿈틀대는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의 잠재력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월 애플과 구글에 앞서 헬스케어 플랫폼인 사미(SAMI)와 손목밴드형 웨어러블 기기인 심밴드를 공개됐다. 사미는 헬스 킷과 같은 건강정보 수집·관리 플랫폼으로 정보 분석이 가능하며 심밴드는 센서 등을 통해 개인의 건강정보를 수집한다.

삼성전자는 또 스마트워치 ‘기어S’에 운동관리를 돕고 심박수, 속도,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앱 ‘S헬스’를 탑재했다. SNS와 연동해 주변 사람들과 운동량을 비교하는 기능도 갖췄다. LG전자도 지난 8월 웨어러블 기기에 필수처럼 자리 잡은 심박센서 건강관리 기능을 갖춘 ’G워치R‘을 공개했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헬스IT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이 가정에서 손쉽게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기기나 스트레스 지수 알아보기, 어려운 진단명 및 처방전에 대한 상세 서비스 받기, 각종 센서를 활용한 건강관리 기기 등 우수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부산 벡스코 헬스IT 융합전시회의 의미

오는 27일부터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전권회의와 연계해 열리는 헬스IT 융합전시회에서는 세계 동향과 함께 우리나라 헬스 IT의 현황을 한 눈에 볼 수가 있다.

이번 전시회는 ITU전권회의 기간에 부산을 찾는 193개국 3000여 명에게 한국의 헬스IT 기술을 알리는 역할도 한다. 전시회는 연평균 7.2% 성장하는 헬스IT 분야의 발전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중심 공간으로 꾸민다.

이번 전시회의 핵심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병원 시스템이다. 스마트병원은 스마트폰과 무인안내 시스템(키오스크), 스마트패드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해 진료·검사 접수, 행정업무 처리, 의료정보 조회, 대기시간 확인, 진료비 결제 등이 가능한 최첨단 ICT 활용 병원이다. 스마트병원 솔루션은 외래환자를 위한 ‘페이션트 가이드(Patient Guide)’와 입원환자가 병상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베드사이드 스테이션(Bedside Station)’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페이션트 가이드는 모바일 앱을 통해 진료 접수와 절차 안내, 처방전 발급, 진료비 수납, 약국 안내까지 한 번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베드사이드 스테이션은 입원환자가 진료정보와 의료진 호출, 의료비 조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부산대학교병원 등의 세계적 정보 시스템은 환자 정보 시스템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SKT가 합작한 헬스커넥트, 부산대병원의 원격진료, PHR(개인건강기록) 등 첨단 시스템이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전시회에서는 국내 다양한 벤처기업이 세계 시장에 내놓을 기기와 소트트웨어를 선보인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문성기 박사는 “미국에서 과거의 헬스케어 시스템은 병원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이제는 환자중심이 대세”라면서 “이번 전시회는 헬스IT가 환자 중심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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