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안전 우리 손에” 14인의 ‘기동 타격대’

 

“식품 범죄는 반드시 경제적 이득이 있는 데서 생겨요. 식품 범죄로 얻은 수익을 재산 압류 등의 방법으로 100% 거둬들여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식품 전문검사인 서울 서부지청 유동호 검사(44)는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KOFRUM) 주최로 열린 ‘식품과 건강 포럼’에서 “지난해 5월1일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설립된 식품안전중점검찰청이 올해 8월까지 총 112명을 입건하고 이중 30명을 구속했으며 65억원의 범죄 수익을 환수했다”고 말했다.

1999년 사법시험(41기)에 합격한 유 검사는 정치ㆍ기업인 등의 대형 비리 사건을 다루는 특수 수사를 주로 했다. 그러다 2008년2월 서울 중앙지검에서 식품위생검사기관의 허위 성적서 발급 사건을 맡은 것이 식품 전문검사로 방향을 튼 계기가 됐다.

그는 “식품위생 검사기관을 조사해 보니 98%가 검사도 하지 않고 ‘적합’ 판정을 내줬다”며 “이 수사를 계기로 이듬해 허위 성적서 발급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고 말했다.

유 검사는 한약재 검사기관의 비리도 적발했다. 2005년 한약재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당시 정부는 한약재 수입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사 재료용(수입 한약재를 회사가 직접 원료로 사용)’ 한약재는 집중 검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는 “그 후 일반 한약재와 자사 재료용 한약재의 수입 비율이 5 대 5에서 1 대 9로 바뀌었다”며 “나중에 자사 재료용 한약재도 검사를 시작하자 한약재 관련 회사들이 직접 검사기관을 세워 부적합률이 0에 가까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들도 검사하지 않고 ‘적합’ 판정을 내리는 등 허위 성적서를 발급하다 유 검사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허위 발급의 압권은 지난해 10월 유 검사가 파헤친 친환경 인증기관의 허위 인증서 발급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전남의 부군수를 포함한 11명이 구속되고 30억원이 환수됐다.

유 검사는 “우연히 신문에서 ‘현재는 같은 사유로 세 번 적발되면 친환경 인증을 취소했지만 앞으론 동일하지 않은 사유라도 세 번 적발되면 바로 인증 취소하겠다’는 농식품부 관련 기사를 봤다”며 “친환경 인증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조사해 보니 묘지ㆍ도로ㆍ저수지ㆍ주차장 등에도 친환경 인증이 남발됐다. 농약을 사용하면서도 수질ㆍ토양 검사를 할 때 수돗물ㆍ야산 흙으로 시료를 바꿔 농약이 검출되지 않도록 한 것도 드러났다.

일부 유통업자는 거짓 친환경 인증을 받은 후 7억원 상당의 일반 농산물을 친환경농산물로 둔갑시켜 학교급식 재료로 납품했다. 일부 지자체는 친환경 인증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해 공무원이 거짓 인증을 주도하기도 했다.

유검사는 이런 수사 후엔 관련 법규를 개정시키는 작업을 해,법규도 많이 바꿨다.

식품위생 검사기관ㆍ한약재 검사기관ㆍ친환경 인증기관 등 검사ㆍ인증과 관련된 기관을 주 타깃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유 검사는 “개별 (식품)업체 수사엔 한계가 있으며 검사기관만 제대로 일을 하면 식품 안전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나라 식품 안전성에 대해 “외관상으론 괜찮아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허술하고 잘 못 알려진 것이 꽤 많다”며 “일반인들은 검사기관이 ‘갑’이고 식품회사나 중개인이 ‘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갑을 관계가 정반대이며,이는 검사기관이 허위 성적서를 남발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날 유 검사는 수년 전, 국내 유명 항공사에 유통기한이 지나 썩은 고추장이 대거 납품된 사실을 밝혀 충격을 줬다. 이 항공사는 모 협동조합으로부터 튜브에 담긴 기내식 고추장을 납품 받아 사용하던 중 고추장이 부패한 사실을 알고도 눈감았다. 나중엔 썩은 고추장을 가열한 후 재사용하다 발각됐다.

유 검사는 “항공사가 협동조합과의 고추장 거래를 끊기는 했지만 한 번 묵인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았다”며 “그 사건을 계기로 식품사범 전문 수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상) 피해자를 특정하기 힘들고, 급하게 발생하며, 불특정 다수를 노리고, 일단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식품범죄의 4대 특징으로 꼽았다.

우리 국민의 보편적인 정서는 먹거리로 장난치는 사람은 엄벌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법원에서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 자주 내려지는 이유도 설명했다.

“검찰은 (식품범죄의)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차단ㆍ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법원에선 ‘식품범죄로 인한 건강상 피해 등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유 검사가 일하는 식품안전중점검찰청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은 검사 4명, 수사관 6명, 특별사법경찰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가 수석 검사다.

유 검사는 “식품안전중점검찰청은 식약처ㆍ관세청ㆍ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ㆍ농림축산검역본부ㆍ지자체 특별사법경찰관 등과 협의체를 운영 중”이라며 “식약처ㆍ농관원ㆍ지자체의 식품 사건을 일괄 지휘하고 송치하는 역할도 한다”고 밝혔다.

식품 전문검사로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묻자, 유 검사는 “요즘 검찰에선 검사들의 전문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올 6월 검찰 내에 조직된 ‘보건ㆍ의약ㆍ식품 커뮤니티’엔 검사 103명이 가입했다”고 전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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