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인 줄 알고 이 뽑았더니…. 뇌 신경통!

 

하루 한두 차례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간 통증은 입 주위에 벼락이라도 치듯 아프고 발작적이었다. 평소 치과공포증이 있던 50대 주부 오모씨는 결국 극심한 치통 끝에 치과를 향했다. 하지만 평소 좋지 않던 치아를 몇 개 뽑아낸 뒤에도 치통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대학병원에 가서야 오씨는 통증의 원인이 치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이름도 생소한 삼차신경통이었다. 삼차신경은 얼굴의 감각을 맡고 있는 뇌신경이다. 이 신경이 뇌혈관과 접촉하거나 눌려 만성적으로 자극되면 극심하고 발작적인 통증을 수반하게 된다. 인구 10만명당 4명꼴로 중년 여성에게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지만, 특별한 원인을 밝혀내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삼차신경통은 발작적인 통증이 짧은 순간 입속이나 얼굴의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감전되듯 훑고 지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통증 부위를 건드리거나 움직이면 통증이 나타나 세수는 물론, 말하기나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항경련제를 쓰면 초기 환자의 70~80%는 치료효과를 본다. 약물 외에도 삼차신경차단술이나 미세혈관감압술, 감마나이프방사선수술 등 치료법이 다양하다.

문제는 치통과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삼차신경통은 아래턱 신경에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입 주위와 잇몸, 코 주위 등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때문에 치통인줄 알고 잇따라 발치와 신경처치를 하며 헛다리만 짚을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애매한 통증을 느끼거나 얼굴 양쪽에 통증이 동시에 있는 경우, 통증 부위가 얼굴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옮겨지는 경우에는 삼차신경통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삼차신경통은 삼차신경병증과 또 다르다. 삼차신경병증은 통증보다 얼굴의 감각이상과 씹는 근육의 약화 등을 동반한다. 외상이나 대상포진, 중이염 등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원인질환을 살펴 치료해야 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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