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항공권 17000원 받고도 안 망하는 이유

배지수의 병원 경영

제주 항공은 제주도 가는데 1만7천원 받아서 남을까?

요즘 제주도 가는 항공료가 1만 7천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이름도 생소한 저가 항공이 나오면서 가격 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직원들에게 생색도 낼 겸, 직원 워크샵을 제주도로 가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아직 멀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요금이 3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좀 기다리면 우리나라도 더 떨어질까요?

이런 상황을 보면서, ‘과연 김포에서 제주까지 1만 7천원 받아서 수익이 날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아마 손해가 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수익이 나더라도 아주 적은 수익이 날 듯 합니다. 항공사들은 왜 이렇게 손해를 보면서도 이런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을까요?

‘고객 서비스를 극대화해서 회사 이미지를 좋게 만들면, 결국에는 수익으로 이어진다?’

뭐 이런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날다가 떨어지지 않을까?’

‘정비는 제대로 하려나?’

저가로 항공료를 팔아서 회사 이미지가 올라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들이 저가 비행기 표를 파는 것은 수익 극대화를 도모하기 때문입니다.

손해를 보는 가격으로 상품을 팔아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요? 가능합니다.

항공사가 김포-제주 노선 운항권을 얻으려면 정부에게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김포-제주 노선은 주말에는 수요가 많으나 주중에는 수요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주중에 수요가 적더라도 국가교통체계 상 일정부분 이상의 항공편을 운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항공사들에게 항공 운항권을 줄 때 인기 있는 주말 운항권과 인기 없는 주중 운항권을 끼워팔기를 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주말에 운행을 하기 위해, 수요가 없는 화요일 같은 시간에도 비행기를 띄워야 하는 것입니다. 주말에 이익을 보고 이로써 주중 손해를 메우는 형식이겠지요.

비행기가 한번 뜰 때 비용 구조를 생각해 봅시다.

아마 연료비가 가장 많이 들 것입니다. 추가로 정비비, 공항 이용료, 승무원들의 인건비 등이 들겠지요. 이들 비용은 승객이 적게 타건 많이 타건 상관없이 일정하게 드는 고정비 입니다.

물론 승객의 수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변동비도 있긴 합니다. 주스, 커피, 신문 등이 변동비에 해당될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변동비는 고정비에 비해서 매우 적을 것 같습니다.

경영을 할 때 비용은 크게 변동비와 고정비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하곤 합니다. 고정비는 상품을 많이 팔든 적게 팔든 상관없이 일정하게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반면 변동비는 상품을 많이 팔수록 늘어나는 비용입니다. 예를 들어 식당을 운영할 때 임대료, 인건비 같은 것은 고정비이고, 음식 재료 같은 것은 변동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는 고정비가 많이 드는 구조이고 어떤 비즈니스는 변동비가 많이 드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의 차이에 따라 비즈니스 의사결정이 크게 달라집니다.

김포-제주 노선이 수요가 거의 없는 화요일 같은 날, 승객 없이 빈 항공기를 띄운다면 손해가 매우 클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빈 비행기를 띄울 때 손해액이 1000만원이라 칩시다. 손해를 보더라도, 1만7천원이라도 받고 100명을 태운다면, 손해액이 170만원 줄어들은 830만원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비록 1만7천원이 수익을 날 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저가로 운영을 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경우를 병원운영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의 한 시립병원이 환자를 진료할 때 ‘30분 이상 진료하기’ 캠페인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환자를 위해서는 참 좋은 일이긴 한데, 오랜 저수가 정책 하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의료환경 상황에서는 꿈만 같은 일입니다.

이 병원은 어떻게 30분 진료가 가능할까?

시립 병원이니까, 수익에 신경을 안 쓰고, 환자를 위해 희생하는 것인가?

다른 의사들은 돈 버느라고 혈안이 되어 있는 반면, 어찌하여 이 병원만 천사같이 착한 병원일 수 있는가?

손해를 보더라도 세금으로 메우면 되니까 여유 있게 진료를 보는 것인가?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 한명의 인건비를 총 진료시간으로 나눠보면 분 단위의 비용이 산출됩니다.

환자 한명 당 진료비를 생각해 볼 때 3분마다 환자 한명을 보면 수익이 발생하고, 30분마다 환자 한명을 보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겠지요. 이 병원은 저가 항공처럼 손해 보는 상품을 팔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시립병원이라도 재정이 어려울 경우 무작정 세금으로 메울 수는 없습니다. 진주의료원처럼 적자가 누적되면 공공병원이라도 폐업할 수 있으니 공공 병원 경영진들도 수익을 생각하고 경영을 해야 합니다. 이 병원이 30분 진료를 하는 것은 ‘현재 환자수가 적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병원의 의사의 월급은 환자가 적으나 많으나 일정한 고정비입니다. 마치 항공기의 연료비와 같은 성격이 강합니다. 어차피 고정비가 발생한다면, 놀고 있는 인력이나 장비는 손해가 나더라도 돌리는 것이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앞에서 저가 항공 사례에서 보았듯이,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이 병원 원장님은 상당히 경영적 마인드가 있는 분이셨습니다. 환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사례가 다른 곳에도 있습니다. 피부과에 점을 빼러 가면, 한 개 뺄 가격으로 몇 개 더 빼주곤 합니다. 점 빼는 레이저 기기는 처음에 구매할 때 비용이 들지만, 이후 점을 한 개 빼나 다섯 개 빼나 비용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이렇게 변동비가 거의 없다면, 서비스 해 고객을 기분 좋게 해 주고, 입소문을 유도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요양병원도 오픈하고 초기에, 텅 비어 있을 때는 자기부담금을 할인해서라도 환자를 채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자가 차고 나면 이후로는 제대로 가격을 받아야겠지요.

위에서 예를 든 시립병원도 30분 진료를 통해 환자들에게 좋은 소문을 내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좋은 소문을 듣고 환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30분 진료는 더 이상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도로 훌륭한 경영진이라면, 그 때는 또 다른 가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서 환자들을 섬길 것 같습니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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