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하게 끝난 외국계1호 영리병원

정부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영리병원)으로 추진했던 제주 싼얼병원의 개설이 끝내 무산됐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외국의료기관 싼얼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외교부 현지 공관의 조사결과, 싼얼병원 모기업 대표자는 구속상태에 있으며 채권채무관계가 복잡하고, 모기업의 산하 회사 두 곳은 주소지 확인 결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같이 발표했다.

이어 복지부는 “싼얼병원 측이 지난해 10월 제주도내 병원과 체결한 MOU가 이달 해지되는 등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한 응급의료체계의 구축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사업계획서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삭제하였으나, 이를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제주도와 경제구역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을 지원하겠다”며 “싼얼병원에 대한 승인여부를 9월까지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불과 한달여 만에 정부는 “싼얼병원 측이 중국 모기업 대표자의 구속 등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으며, 투자의 실행가능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투자자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올해 1월 대통령 신년구상 발표 이후, 각 부처 차관을 팀장으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유망 서비스산업 원스톱TF를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한달 전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싼얼병원이 언급되면서 8개월여 동안 활동해온 원스톱TF의 성과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싼얼병원 승인을 검토하면서 모그룹 상황 등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싼얼병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언론을 통해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데도 침묵을 지키다가 15일에서야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그동안 주중 한국대사관이 사실 확인을 위해 현지 조사를 진행중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싼얼병원 논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불거져 있었기 때문에 재무 상태 등 기초 조사는 지난 8월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 이전에 완료돼 있어야 했다.

싼얼병원 이슈는 최근 시민단체 중심의 영리병원 반대, 의료영리화 반대 투쟁과 맞물려 극심한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서있던 점을 감안하면 ‘허망하게’ 끝이 났다. 정부의 이 같은 일 처리가 싼얼병원보다 폭발력이 더 큰 원격의료 정책에서도 재연되면 큰일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약단체들은 정부의 의료정책이 경제부처의 입김에 너무 휘둘린다고 불만이 많다. 보건의료 활성화와 규제 완화 정책의 대의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는 세밀한 사전 준비와 갈등 조정이 먼저다. 경제부처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시한에 쫓겨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 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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