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흘리고, 이 갈고….없던 잠버릇이 생겼다면

 

30대 직장인 조모씨는 대학시절 별명이 ‘시체’였다. 한 번 누우면 미동조차 없이 잠들어 붙은 별명이다. 잠버릇이 없는 게 그의 잠버릇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채 10년도 안 돼 별명은 바뀌었다. 아내가 붙여준 새 별명은 ‘폭주기관차’다. 코를 심하게 골고, 많이 뒤척여 각방을 쓸 때도 잦아졌다.

꿈을 꾸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대개 움직임 없이 숙면을 취하게 된다. 자는 도중 몸을 심하게 뒤척인다면 잠자리가 편하지 않다는 신호다. 심리적일 수도 있고, 신체적 이상 징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똑같이 잠을 자도 잠버릇은 제각각이다. 전문의들은 잠버릇을 통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원래 잠버릇이 없었는데 심하게 코를 골게 됐다면 비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살이 찌면 코의 점막도 비대해진다. 자연 숨 쉬는 통로가 좁아져 코를 골게 된다. 뱃살이 늘어지듯 목젖부위의 살이 늘어져 기도를 덮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도 코골이는 흔하다. 비만과 음주, 폐쇄성 폐질환, 만성비염 등 다양한 질환이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흔한 게 잠버릇이다. 보통 소아나 청소년 때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성인에게도 나타난다. 주위에서 이야기해주지 않는 한 이갈이를 자각할 순 없다. 일본 가나가와 치대에 따르면 1만여명을 검사한 결과 이갈이 습관이 없는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이갈이는 치아 마모, 턱근육의 통증, 두통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자다가 침을 많이 흘리면 목구멍이나 식도에 이상이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잠버릇은 노인에게서 많이 발견되는데, 삼킴 장애 때문일 수 있다. 침을 못 삼키다보니 목에 걸려 기침을 심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위식도역류 등에 따른 식도 협착이 원인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잠들기 직전이나 새벽녘에 발작적으로 기침을 한다면 천식이나 심장 기능의 문제가 의심된다. 심장기능이 저하되면 누운 상태에서 폐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기침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폐질환이 있으면 새벽에 잘 깬다. 숨이 답답해져 렘수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꿈꿀 무렵 놀라서 깰 때도 있는 의학적으로 ‘수면 놀라움’이라 부른다. 이 역시 불완전한 렘수면 상태에서 각성한 것으로 호흡과 심장 박동이 빨라질 뿐 수면 장애는 아니다.

엎드려 자는 버릇은 척추건강의 적신호일 수 있다. 척추측만증이나 허리디스크가 있으면 허리가 저려 똑바로 눕지 못해 엎드려 잔다. 엎드린 채 편하게 숨 쉬려고 목을 한쪽으로 꺾으면 목과 허리에 강한 압력이 가해져 더욱 안 좋다. 옆으로 누워 자면 척추에 부담이 적고, 기도가 확보돼 숨 쉬기도 편하다. 허리가 안 좋거나, 코골이가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자구책인 셈이다. 다리 사이에 베개를 끼는 잠버릇도 허리 근육의 긴장을 풀려는 행동이다.

가장 심한 잠버릇은 발로 차는 경우다. 주기적으로 팔과 발로 친다고 해 주기성사지운동증이라고 칭한다. 자기도 모르게 수면 중 사지를 움직이다보니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녁 시간대 종아리 근육의 불편함을 느끼는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경우 대부분 이런 증상을 보인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약물이나 행동요법으로 치료한다.

60대 이후 노년층에서 이런 증상을 보이면 관리가 필요하다. 파킨슨병이나 치매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윤인영 교수가 60대 노인 348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 결과, 렘수면 행동장애를 보인 7명 중 4명이 파킨슨병에 동반된 행동장애였다. 렘수면 행동장애를 보인 노인의 경우 발병 5년 내 20%, 10년 내 40%가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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