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기억상실증, 실제론 어떤 병?

 

여름 안방극장이 기억상실증에 휩싸였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를 대표하는 드라마들의 공통된 소재다. 식상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지만, 뻔한 이야기를 반전시키는 데 이만큼 손쉬운 방법도 찾기 힘들다. 특히 드라마 속 기억상실증은 심리적, 유전적 요인으로 나타나는 흔치 않은 경우여서 극적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기억상실증은 좁게 코르사코프증후군을 뜻한다. 러시아의 정신병학자인 코르사코프가 만성알코올중독의 증세로 처음 발견해 그의 이름을 땄다. 알코올로 인한 간뇌 손상이 주된 원인이다. 대뇌와 중뇌 사이에 자리한 간뇌인 신경복합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간뇌를 비롯해 기억을 관장하는 측두엽의 해마나 전두엽에 문제가 생겨도 기억상실증이 온다. 알코올뿐 아니라 일산화탄소중독이나 두부의 외상, 뇌혈관장애, 뇌종양 등이 영향을 미친다.

KBS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 등장한 기억상실증은 해리성 기억상실증이다. 이는 의학적 요인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아동기의 학대나 폭력에 따른 피해, 참전 등의 외상을 경험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기억을 잃는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외상 경험에 노출됐거나, 자살 또는 자해를 시도한 과거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고된다.

해리성 기억상실은 다양한 범주로 나타난다. 특정기간의 기억을 잃거나, 특정기간 중에도 자신이 잊고 싶은 기억만 선택적으로 잃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는 살아 온 모든 기억과 정체성, 날짜와 방향감각까지 잃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은 자신이 기억상실인지 잘 모른다. 알더라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고, 평가절하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주인공도 국소적인 기억상실증을 겪었다. 특이하게 이 기억상실은 헌팅턴 무도병의 한 증상으로 나타났다. 중추 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인데, 춤추는 병이라는 뜻에서 무도병으로 불린다. 4번 염색체의 이상이 발병원인인 유전병이다. 1872년에 미국의 의사인 조지 헌팅턴이 이 병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헌팅턴 무도병 환자들은 손발이 춤추듯 마음대로 움직이고, 인지 능력과 정서적 장애를 동반한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루게릭병과 함께 4대 뇌신경질환으로 꼽힌다. 환자의 뇌를 촬영하거나 조직검사를 하면 미상핵이 심하게 위축돼 있고, 대뇌 신경세포가 손상된 것이 관찰된다. 미상핵은 골격근의 무의식적인 운동을 통제하는 대뇌반구의 회백질을 가리킨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헌팅턴 무도병의 발병률이 10만명당 4~8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30~40대에 주로 나타나 10~30년에 걸쳐 증상이 서서히 진행된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면 진단 후 생존기간이 8~1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문의들은 “치매를 동반하기 때문에 파킨슨병 등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있다”며 “배뇨 장애와 발기부전, 손발의 다한증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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