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알약… 캡슐, 발포, 필름, 음료형까지

 

약을 먹어야 한다면 보통 머릿속에 동그란 알약을 떠올린다. 약 성분을 분말로 압축한 정제는 의약품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약의 형태인 제형은 의약산업이 발전하면서 다양해졌다. 치료효과를 높이고, 투여하기 쉬운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다. 마케팅 차원에서도 차별화가 중시되고, 현대인의 트렌드를 쫓으면서 특이한 제형의 의약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먹는 약으로는 알약 형태인 정제가 보편적이다. 먹기 편하고, 약효 발현속도를 조절하는 데 유용하다.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인과 어린이, 중증환자는 정제를 삼키기 힘들다. 다른 단점도 눈에 띈다. 약이 녹아야 하니 약효를 보는 데 시간이 걸린다. 물 없으면 먹기도 불편하다. 게다가 쓰기라도 하면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외면 받는다.

지난 1961년에 출시된 간장약 우루사도 초기에는 정제였다. 대웅제약은 정제의 단점을 극복하려고 연구 끝에 제형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익숙한 연질 캡슐을 처음 선보였다. 선진국 의약품을 벤치마킹한 결과다. 연질 캡슐은 물에 잘 떠서 삼키기 좋고, 젤라틴막 덕에 쓰지 않다. 캡슐 속 주성분도 현탁액으로 녹여 흡수율을 높였다. 대웅은 이로써 스테디셀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정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며 독특한 제형이 나타났다. 바로 발포정이다. 약 성분에 탄산수소나트륨과 유기산을 넣은 발포정은 물에 넣으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청량감을 줘 젊은층이 선호한다. 진통제, 비타민, 감기약, 칼슘제 등 다양한 제품군의 제형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약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음료처럼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렇게 세분화된 제형은 의약산업의 변천사만큼 변화무쌍하다. 대한민국약전의 제제총칙에 실린 제형만 액제, 산제, 과립제, 겔제, 연고제, 주사제, 캡슐제 등 40종에 이른다.

최근에는 필름 제형이 새로운 틈새로 각광받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환자의 25%는 정제나 캡슐을 삼키기 힘들어 적절한 투약이 어렵다. 혀에 붙여 녹여 먹는 필름형 약은 누구나 삼키기 쉽다. 뱉기도 어려워 토할 우려가 있는 환자에게도 좋다. 물이나 음료도 필요 없어 오염지역, 군사지역 등 다양한 조건에서도 투여할 수 있다. 여러 기존 의약품에 적용 가능하고, 생산 원가도 줄일 수 있어 제약사들의 관심이 크다. 유럽 일부 제약사들은 필름 제형이 20여년 뒤 정제 시장의 20%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씨엘팜이 필름 제형 제조기술 특허를 얻어 필름형 의약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제형을 달리해 기존 약의 개념을 바꾼 경우도 있다. 글로벌제약사인 노바티스는 차 형태로 복용하는 감기약 시장을 개척해 비약적인 매출 성장을 이뤘다. 노바티스가 2008년에 국내 출시한 테라플루는 천연 레몬향이 함유된 가루 형태의 종합감기약이다. 따뜻한 물에 타서 레몬차를 마시듯 복용하면 된다. 액상이라 흡수가 빠르고, 환자에게 수분을 보충해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알약을 삼키기 힘든 환자들에게 거부감이 없다. 타 먹는 감기약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연 테라플루는 2009년 세계적 일반의약품 컨설팅 기업인 니콜라스 홀의 소비자 조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감기약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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