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그 아이… 어디부터 병일까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시각은 이율배반적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떠받들다 중독의 폐해가 불거지면 술, 마약, 도박과 함께 도매금으로 격하된다. 게임 중독과 관련된 법안만 현재 4개다. 게임시간 선택제와 강제적 셧다운제는 시행 중이다.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에 관한 2개 법률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게임 중독과 청소년 폭력의 연관성은 세계적으로 아직 뚜렷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미국정신의학학회는 게임 중독을 정신장애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는 예술문화의 한 장르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규제가 여전하다. 게임업계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지만, 역기능도 분명 존재한다. 전문의들은 병적으로 몰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의학적으로는 인터넷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라 부른다.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정신적 장애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병적으로 게임에 몰입하면 몇 가지 공통된 증상을 보인다. 강박증과 집착, 더 강한 만족을 경험하기 위해 사용량을 늘리는 내성, 조절불능, 일상생활 부적응 등이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은 병적 게임 과몰입의 원인을 두 가지 측면에서 찾는다. 심리학적으로 개인의 성격이 충동적이고 반항적인지, 가족 구성원과 갈등을 겪거나 무관심의 대상인지, 학업부담의 스트레스나 학교 부적응, 놀이문화의 부재를 겪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생물학적으로는 대뇌 충동조절 기능이 약화돼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한 상태인지, 특정 대뇌 피질부위의 활성도가 저하됐는지를 확인한다. 단순히 게임만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국내에는 게임 중독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이 있다. 지난 2011년 게임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중앙대병원에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가 처음 문을 열었다. 6일 중앙대병원에 따르면 이 센터의 연구 기능을 강화해 의과대학 내 별도 ‘인간정보기술 임상연구소’이 추가로 설치됐다.

연구소는 임상 증상과 치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임상심리와 사회복지 등 다학제적 접근과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연구는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 장치가 인간생활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게임 중독 치료에는 게임분석모형 프로그램이 활용된다. 게임 과몰입 정도에 대한 평가와 신경인지검사, 심리검사, 뇌MRI, 뇌파검사가 동시에 실시돼 인과관계를 찾는다. 연구소는 청소년 자녀를 둔 수도권 2천가구를 면접 조사해 게임이용자 패널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3년 이상 장기 추적조사로 인터넷 게임 과다 사용의 조기발견과 개입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게임분석모형 개발에는 고려대 심리학과, 게임이용자 패널조사에는 건국대.서울대.아주대병원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김성덕 중앙대의료원장은 “우리사회에 게임 산업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이 큰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게임에 대한 중립적 연구와 체계적인 부작용 방지 사업의 하나로 임상연구소를 개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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